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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 88만원세대 새판짜기
우석훈 지음 / 레디앙 / 2009년 9월
평점 :
허무할지 모르지만, 학생들 답변은 두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선생님, 저희는 외로워요.”와 “선생님, 저희는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였다. 이것을 하나로 요약한 것이, “내 몸이 신자유주의예요.”이다.『혁명은 이렇게 조용히』53쪽
우석훈의 얘기는 따끔하면서도 실팍하게 다가옵니다. 뼛속까지 몽땅 저잣거리에 떠맡기는 흐름에 젖은 젊은이들은 외롭고 팍팍한 데다, 그대로 있으면 괴로움이 덮칠 걸 뻔히 알면서도 자신의 선자리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신자유주의의 싸늘한 된바람에 구멍이 뻥뻥 뚫린 자신의 집이 휘청거리지만, 어설픈 스펙으로나마 안간힘을 써서 자신의 집을 꾸미려하는 이들이 요즘 젊은이들이니까요.
책이 나온 뒤 대학교에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강연하고, 학생들도 직접 만나면서 결국 내가 발견한 것은 ‘혁명의 파토스’가 지금 한국의 20대에게는 아직 없다는 것이다. ‘혁명’은 아마도 인간이 만들어 낸 말 중 가장 격정적이고, 가장 많은 상상력을 집약시킨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지금 20대는 그 말을 감당해 낼 힘이 없다. 그들은 지나치게 겁에 질려 있고, ‘쫄아 있다.’ 좀 심하게 얘기하면, 지금 대학생들은 한 과목에서 F만 나와도 자신이 인생의 낙오자고, 사소한 실수로도 취업에 실패할 수 있으며, 정말로 의미 없는 삶을 살게 되리라 두려워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렇게 겁에 질려 있는 집단을 어떻게 끌어내 좀 멀리 넓게 현실을 보게 할 것인가?『혁명은 이렇게 조용히』34쪽
젊은이들이 쫄아있다고 하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사회여건이지요. 그러다보니 젊은이들 가운데 주눅 들고 움츠려든 이가 흔합니다. 겉으론 여러 스펙을 쌓아 으쓱하는지 몰라도 속으론 언제 무너질지 몰라 조마조마한 ‘부실공사’한 젊은이들이 적잖습니다. 누군가 곁에 다가와 건드리기만 해도 흔들리기에 ‘신자유주의의 자식들’은 서로서로 멀찍이 거리를 두고 외로움에 와들와들하지요.
몸과 맘은 겹쳐있기에 몸이 오그라든 사람이 생각이 팽팽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생각이 조그만 사람은 몸도 쪼그라들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오므라들 수밖에 없는 사회흐름이라지만, 그럼에도, 쭈그려 앉아있으면 활짝 웃을 날은 결코 오지 않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울타리 밖으로 몸을 내보내고 평소에 미처 품어보지도 않던 생각들을 골똘히 해야 합니다. 그럴 때만 자기 삶에서 날갯짓을 할 수 있으니까요.
새로운 꿈을 꾸는 사람만이 새로운 삶을 열어갈 수 있습니다. 새롭게 움직이는 사람만이 자기 삶을 옮길 수 있습니다. 이 사회를 되돌아보고 자기 생각을 가다듬는 사람만이 새로운 사회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다시 ‘혁명’을 생각하고 가슴에 품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자신이 더 나은 사람으로 살고 싶다면!
(…)후배들에게 꼭 넘겨주고 싶은 것이 있는데, 바로 ‘혁명’이다. 혁명이란 말을 어떻게 이해하든 상관없다. 그러나 그 말이 주는 역동적 힘만큼은 한 번쯤 가슴에 두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좋겠다. 이 말을 들으면 왠지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는가? 나는 한국의 20대에게 혁명이라는 말에 숨겨진 기이한 매력과 폭발적 힘을 전달해 주고 싶다. 또한 그들 안에 이미 혁명의 기운이 조용히 번져 가고 있음을 다른 이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혁명은 이렇게 조용히』1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