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집권플랜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조국.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금만 사회를 둘러보면, 이른바 ‘왕년에 날렸던 사람들’로 뒤채입니다. 술 한 잔만 들어가면 자기들은 세상을 들었다 ‘놓았다며’ 어쩌고저쩌고 이러쿵저러쿵 납신댑니다. 그러면서 마치 으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이런 말을 꼭 덧붙이죠.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애들은…….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렇게 구시렁거리는 이들 가운데 지금 산뜻한 이들은 몹시 드뭅니다. 연봉에 쌍심지를 켜고 자기 자식만 이른바 ‘좋은 대학’ 보내려고 아득바득하죠. 구립니다. 오늘이 신명나고 자지러지면 구태여 ‘왕년’을 들먹이지 않겠지만, 요새 자신이 시시하고 데데하기에 걸핏하면 지난날을 끄집어다가 부풀리고 장밋빛을 덧씌우며 지금의 지질함을 감추고자 몸부림을 칩니다. 지난 시절을 꺼내다가 자신의 초라함을 가리는 덮개처럼 쓰는 꼴이죠.

 

이렇게 ‘늙어버리고 삭은’ 사람들이 읽으면 다시금 콩닥거릴 책이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묻고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답을 한『진보집권플랜』[오마이북. 2010]은 구겨지고 헤진 386세대의 등을 두드려주면서 회춘을 하자고 다정하면서도 따끔하게 이야기를 열어갑니다. 두 386세대가 늙다리로 변해버린 또래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죠.

 

먼저 “나는 아직 늙지 않았다. 아직 할 일이 있다”라고 되뇌어봅시다. 선배 또는 부모 세대의 역할에 대해 자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2017년이 되면 386세대는 50세 전후가 됩니다. 앞으로 386세대가 이루고 매듭지어야 할 일이 많이 있다는 거죠. 겉늙지 말아야 합니다. 오 대표와 저를 포함한 우리 세대가 ‘386’이라는 사회적 기호를 부여받은 것은 단지 나이, 학번, 출생 연도 때문만은 아니죠. 1980년대 우리의 뜨거웠던 삶 때문에 그런 호칭을 갖게 된 것 아닙니까? 지금은 그때보다 시각, 능력, 경험 등에서 훨씬 발전했습니다. 무슨 일을 하건 과거보다 더 잘하고 더 프로페셔널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그라지려고 하는 열정을 되살려서 마지막으로 한 번 해보자, 그래도 안 되면 그때 다음 세대에게 넘기자, 이런 마음가짐으로 힘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요? 78쪽

 

젊은 사람들 못잖게 상상력이 샘솟으며 사회변화를 일으키고자 조직을 꾸리고 애쓰는 386세들도 많긴 하죠. 그러나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폭삭 늙어버린 채 과거를 훈장처럼 달고, 자기자랑에 혓바닥을 놀리며 걸쩍지근하게 훈장질만 합니다. 참말 애처롭죠. 젊은이들한테 이글거림이 없다고 왜장치기에 앞서 과거를 뜯어먹지만 말고 시방 자기의 심장이 뜨거운지 돌아봐야죠.

 

젊은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걸 손수 해내면 같이 ‘해피’할 텐데, 그들은 입술만 헤피 들이밉니다. 난 이제 늙었다고 너희가 해야 한다고 말하며 얼밋얼밋 젊은이들만 탓하고 앉았죠. 오늘날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젊은이들의 정신 차림 못잖게 386세대의 절절한 자기반성입니다. 이대로라면 젊은이들이 움직여도 386세대가 어마어마한 걸림돌이 되어 도루묵 될 테니까요.

 

조국 교수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더불어 꾸었던 꿈들을 잊지 말자고 얘기합니다. 그동안 386세대들이 사회를 바꾸려고 함께 애써왔는데, 이제 늙었다고 손을 떼는 순간, 바위와 돌덩이들이 사랑스러운 자기 자식들을 덮칠 테니까요.

 

우리 세대가 꾸는 꿈은 이제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녀 세대의 미래에 대한 꿈으로 직결됩니다. 이미 자녀들이 중고등학교, 대학생까지 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넘겨주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의 새로운 집단노력이 세상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나은 세상, 몇 보 더 진보적인 세상을 자녀 세대에게 넘겨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좋아하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구절이 생각납니다. “숲은 사랑스럽고 어둡고 깊네. 그러나 잠들기 전에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더 걸어가야 할 몇 마일이 남아있다네.” 7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