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대학 - 대한민국 청춘, 무엇을 할 것인가?
이인 지음 / 동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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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젊은이들이 불안해합니다. 검은 파도가 쉼 없이 일렁이는데다 뿌연 안개에 덮인 상황에서 희끄무레한 섬에 닿아야하는 기분입니다. 가고 싶은 섬이 아슴푸레하게나마 보이면 다행이지요. 그저 어디에만 가야한다고 몰아붙이는 한국에서 젊은이들은 남들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그보다 더 많은 젊은이들은 그저 파도를 헤치며 떠있는 게 목표인 세상입니다.

 

청춘, 캬, 감탄이 나와야 하건만 막상 청춘의 한복판에 서 있는 사람은 태평양을 조각배로 건너가는 기분입니다. 팔뚝에 힘은 조금 있지만 까마득하게 펼쳐진 바다 앞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죠. 많은 젊은이들이 이런 기분일 거예요. 과연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할 수 있는지, 뭘 해야 하는지, 이것저것 해보면서 작은 보람과 큰 실망을 얻곤 하죠.

 

사람들은 제가끔 생긴 건 다르지만 같은 사회 안에 있으면 비슷한 생각을 품고 비슷한 욕망을 쫓듯 저 또한 다를 수 없었죠. 그렇게 사회에서 하라는 대로 나름 성실하게 했는데 앞날이 환해지기는커녕 갈수록 더 손발이 오그라드는 일들만 쏟아지더군요. 제 안에 일렁이는 파도는 수그러들 줄 몰랐습니다. 오히려 갖추면 갖출수록 더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고, 남들은 저보다 훨씬 많은 걸 준비했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나곤 했죠.

 

그저 이리 쿵 저리 쿵 부딪히며 날마다 기대와 후회를 되풀이하며 하루하루를 버티었습니다. 젊음이란 팔팔한 기운을 허튼 데다 쓰면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청춘을 깎아먹는 듯하여 스스로도 안타까웠지만 그 당시엔 별 도리가 없었습니다. 일상이란 게 쉬이 바뀌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나이는 먹어가는데, 제 모습은 예전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는 데서 오는 조급함과 실망감이 컸습니다. 처음 가졌던 마음은 세파에 이리저리 치이면서 흐트러지고, 제 깜냥으론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일들 앞에서 마음은 움츠려져갔습니다. 세월은 휘리릭 지나가는데, 지난날에 했던 잘못들은 되풀이되고, 깨달음은 뒤늦게 찾아와 저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곤 했죠. 나이를 먹으면 더 의젓해지고 세상일을 두루 꿰뚫어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어떻게 된 게 갈수록 인생살이는 어지러웠고 벅찼죠.

 

나만 믿고 우쭐대던 어제가 지나고 내 부피가 여실히 드러나는 사건들, 너무 단단한 세상에 맞닥뜨리면서 발걸음은 무거워지고 눈빛은 무뎌진다. 내가 어찌할 수 없다고 느끼게 하는 세상사, 반복되며 만나는 행과 불행들, 그 모든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기엔 너무 얕은 가슴.

봄 햇살은 따분하기만 하고 휙휙 바뀌는 바깥세상을 바라보며 가끔 걱정이 든다. 달력은 잘도 넘어가지만 짧기만 한 내 눈길은 아직 멀리를 못 본다. 어리석게도 후회는 이어지고 늘 그렇듯 깨달음은 한 발 늦는다.

늘 모자란 마음의 허기를 채워줄 선생님이 필요하다. 지쳐가는 저녁, 등을 두드려주며 웃어줄 선생님이 필요하다. 지혜를 나눠주고 같이 아파하며 따끔하게 혼 내줄 선생님이…….

 

지난 2007년에 쓴 글입니다. 선생님이 그리웠습니다. 휘청대는 젊음에게 때론 토닥여주기도 하지만 이따금 매섭게 호통도 쳐주시고, 가끔은 어깨동무를 하면서 같이 콧노래를 부르지만 어디로 갈지 헤맬 때는 저 멀리서 이리로 오라고 손짓을 해주는 선생님. 그런 분이 있었다면 지금 겪고 있는 폭풍우 속에서도 내동댕이쳐지진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죠. 존경할만한 분보다는 저렇게 되진 말아야지 했던 사람들을 많이 만났던지라 참 선생님이 간절했습니다.

 

자신의 알을 스스로 깨야 하지만 줄탁동시(啐啄同時)라고 바깥에서 누가 도와주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이런 노릇을 선생님들이 해줘야 하는데, 이런 역할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존경하는 선생님들도 많이 계셨지만 왜 저런 사람이 선생으로 있는지 이해가 안 되는 경우도 많았으니까요. 많은 젊은이들도 비슷하게 느끼겠지만, 세상의 어른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알을 깨고 나와 한 사람의 어른으로 자라는 일은 드물죠.

 

저 또한 홀로 알을 깨려고 몸부림을 치지만 좀처럼 깨어지지 않아 주저앉았던 지난날이 떠올랐습니다. 알을 깨고 싶었습니다. 이 시대를 뜨겁게 살아가는 선생님의 숨결을 옆에서 느끼고, 그들의 표정을 보고 말을 섞으면서 자연스럽게 알을 깨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무작정 1년 동안 선생님들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 선생님들과의 만남을 묶었습니다. 거세게 소용돌이를 일으키다가도 잔잔하게 토닥여주는 선생님들의 말씀들을 모았네요. 선생님들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뭐가 뭔지 뒤죽박죽이고 겉으론 웃고 있지만 속은 앙상하기만 한 이 시대,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이 책이 자극되길 바랍니다.

 

여기서 잠깐, 젊은이란 나이가 20~30대인 사람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젊음은 영원토록 자기 안에서 창조해내야 하는 것이고, 평생 지켜야 하는 가치인 것이죠. 따라서 얼마 살지 않았지만 정신은 폭삭 늙어버린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겉모습은 나이배기지만 속은 누구보다 싱싱한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생물학 나이를 떠나 모든 ‘청춘’들을 위해 이 책을 전합니다. 지쳤을 때 힘이 불끈 솟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네요. 또한, 마음이 지쳐 늙은 분도 이 책을 만남으로써 ‘회춘’할 수 있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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