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 진실의 목격자들
PD수첩 제작진.지승호 지음 / 북폴리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생뚱맞지만, 책 <PD수첩-진실의 목격자들>을 덮으면서 다윈이 떠올랐습니다. 정말, 사람이란 존재를 이성의 존재니, 만물의 영장이니, 우쭐한 말들을 늘어놓으며 대단한 존재로 치켜세우려 하지만 사람도 생물계에서 진화한 하나의 종이기에 오롯할 수 없지요. 그렇기에 테레사 수녀도 있지만 히틀러도 있는 법입니다. 사람은 더 이상 나아지지 않아도 되는 완성체가 아니라 끝없이 거듭나야 하는 진화체란 생각이 드네요.

 

책장을 넘기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대놓고 벌어지는지 갑갑합니다. 무턱대고 ‘사람’을 떠받들어선 안 되죠. 사람은 짐승도 저지르지 않는 끔찍한 일들을 거리낌 없이 벌이니까요. “어떻게 사람이 이런 짓을 할 수 있지”라는 물음이 들면서 아찔해지는 일들은 오늘날에도 걸핏하면 일어납니다. 사람 안엔 오랜 세월 대물림되는 어두움이 깊게 새겨져 있고, 이런 비이성 욕망들이 툭하면 솟구쳐 사람을 짐승으로 바꿔버립니다.

 

언론, 정계, 재계, 검찰, 사법부 등등 사람이 들꾀는 곳은 어디든 부조리와 짐승성이 너울대기 마련이죠. 그러나 깨어있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사람 안의 괴물을 잡아매려 애쓰면서 그나마 이정도 사회가 돌아가고 있지요. 그런데 종교계엔 사람 안의 그을음을 걸러내는 장치나 수단이 잘 갖춰지지 않아 그야말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일들이 서슴없이 저질러집니다.

 

이재록 목사는 다음에는 나를 못 볼 것이라고 종말론을 펼치며 자기를 신처럼 떠받들게 했다. 만민중앙교회에 오면 병이 치유된다고도 했는데, 죽었던 아이가 다시 살아났다고 팜플렛에 싣고, 소아마비로 한 쪽 다리가 짧은 사람이 다리가 자라서 정상인처럼 되었다든지, 이재록 목사의 사진만 걸어놓으면 약 먹을 필요가 없다든지 하는 식으로 좀 심각했다. 특별기도회 때마다 몇 천만 원씩 개인 횡령하고, 성전 건축 명목으로 교인들 모르게 250억 가량을 대출받기도 했다. 그 돈으로 해외에서 도박하고, 고향 무안에서 물을 가져와서 생명의 샘물이라고 해서 팔고, 거기에 사생활도 아주 복잡했다.

 

윤길용 PD가 이런 문제점들을 방송에 내보내자 만민중앙교회가 쳐들어와 방송국을 들쑤셨고 방송은 도중에 멈춰버립니다. 대신에 얼룩말들이 뛰어다니는 방송이 나갔습니다. 이런 생게망게한 일을 버젓하게 저지르는 사람들이 조금만 뒤져보면, 얼마나 수두룩한지요. 왜 중세유럽에서 ‘마녀사냥’이 벌어졌고 21세기 한국에도 일그러진 종교인들이 이다지 많은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여기서는 세스팔다스신이라고 모시는데 들어본 적 있나? ‘세상을 스스로 팔팔하게 다스리는 신’이라고 지어진 이름이다. 교주 하 씨는 세계무술연맹 한국 총재인가 그랬다. 신동아 잡지 인물란에 무술연맹 총재로 이 사람 기사가 크게 나온 적도 있었는데, 신도들에게 강제로 그 잡지를 수백권이나 구입하게 했다더라. 하지만 그건 아무 것도 아니다. 신도들에게 집안의 재앙 운운하며 돈을 거두고, 심지어는 모녀를 함께 성폭행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피해자들이 정신적 충격으로 이혼하고, 정신병원에 가고, 심지어는 가정 파탄으로 죽은 사람도 있었다.

 

세계정교란 곳의 이야기입니다. 세스팔다스신이란 말에 진짜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이 신을 진짜로 믿었던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많은 사이비가 그렇듯 한 번 빠지면 발을 빼낼 수 없고, 흐리멍덩한 눈으로 오로지 자신의 종교를 지키는 데만 열을 내는 강시로 변하지요. 사이비 종교는 혼백이 다 망가지고 나서도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이니까요.

 

할렐루야 기도원에서 몇 사람이, 심지어 3살 먹은 어린애까지 매독에 걸렸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왜 매독이 걸렸나 취재하기 위해 백종문PD가 카메라를 숨겨 기도원에 들어갔다. 원장이라는 사람이 안수치료를 하고 있었는데 그게 어떤 식이냐 하면, 우선 상처 난 데를 손톱으로 지익 긁고 거기다가 거즈를 한 장 붙여주는 거였다. 그 다음 사람에게도 그런 식으로 계속됐다.

 

김상옥 PD가 취재한 할렐루야 기도원 사건이지요. 아픈 몸을 고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저런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안수치료랍시고 저지른 것이죠. 이곳이 얼마나 유명했냐면, 옛날 여배우 트로이카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남정임씨도 재산 다 갖다 바치고 여기서 죽었다고 하더군요.

 

맑스는 종교가 인민의 아편이라고 하였죠. 뒤틀린 사회구조가 빚어낸는 고통과 아픔에 사람들은 종교란 마약을 맞으며 버틴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맑스는 종교만 타박하였지 마약을 필요로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나봅니다. 사회구조만 뜯어고치고 사람들을 계몽하면 지상낙원이 펼쳐질 거라고 너무 천진하게 생각한 것이죠.

 

하지만 계몽의 시대도 끝나고 최첨단 21세기가 왔으나 아직도 한국엔 수많은 사이비종교들이 떵떵거리며 사람들의 삶을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새로운 종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나 수많은 사람들을 꼬드기고 있지요. 왜 사람들이 터무니없는 말에 솔깃한지, 둘레에 사이비종교에 휘둘리는 피해자는 없는지 살펴봤으면 하네요.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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