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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즐거움 - 은퇴 후 30년… 그 가슴 뛰는 삶의 시작!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한국은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지요. 2009년 2월 통계청이 내놓은 ‘2008년 한국 사회지표’에 따르면, 총인구 4860만 7,000사람 가운데 501만 6,000사람이 노인이에요. 한국인 열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노인이죠. 이러한 증가 흐름이라면 노인비율이 이웃 일본을 따라잡아 최고 노인국가로 올라서겠죠.
갈수록 노인은 늘어나지만 사회는 준비가 덜 되었지요. 노인 건강이나 복지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일거리를 구하지 못해 끼니를 잇지 못하는 노인들도 많고, 건강이 안 좋지만 도움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도 많죠. 거기에 주거문제까지 노년을 위협하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족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거나 버려지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니, 예삿일이 아니죠.
노년이야말로 청춘을 뛰어넘는 가능성의 시기, 가슴 뛰는 삶의 시작,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자녀 눈치 보는 노인들, 기운이 빠져 힘도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위한 책이 나왔죠. 바로 <노년의 즐거움>[2009. 비아북]이죠. 노숙함과 노련함으로 무장한 노년이야말로 청춘을 뛰어넘는 가능성의 시기이며, 가슴 뛰는 삶의 시작이라고 지은이는 주장하죠. 인생 백세! 푸른 노년 공화국!을 외치며 가슴 펴고 당당하게 살자고 적네요.
지은이 김열규씨는 78살의 지식인으로 이순이 되던 1991년에 고향에 내려가 노년의 전성기를 열었지요. 농사를 짓고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일상을 즐겼지요. 그 과정에서 수십 여권의 책을 쓰고 수백차례 강연을 하며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지요. 노인들로 하여금 과거에 머물지 말고 지금을 즐기라고 용기를 북돋아주네요.
이 책은 노인과 늙음과 이어진 수많은 말이나 사건들을 끌어들여와 풀어놓네요. 노숙, 노련, 노익장 등등 노년을 가리키는 말들을 설명하고, 자연과 시간, 죽음에 대한 사색을 늘어놓죠. 더불어 황홀한 노년을 위한 지혜를 나눠주며, 여기저기에서 노익장들의 분투기들을 모아다가 소개해주네요.
늙음은 죽음으로 향하는 과정이죠. 죽음에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은 늙음을 멀리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특정한 시기의 몸에 묶어놓으면서 계속 젊길 바라죠. 그러나 세월 따라 돌하루방도 깎이듯 자신의 몸도 달라지죠. 삶이 변신임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거울을 보면서 거푸 분노를 터뜨리거나 한숨을 내쉴 뿐이죠.
늙음을 미워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참살이 열풍이 불어옵니다. 자신의 살아온 과정을 돌아보면서 제대로 사는 것이 뭔지 돌아보는 분위기라기보다는, 잘 먹고, 잘 입고, 잘 놀자, 그렇게 왕창 즐기겠다는 모습을 띠고 있죠. 자연에서 며칠 놀다 오고, 풀 몇 가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며 흥청대는 것을 참살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거죠.
건강한 삶을 살기보다 흉한 삶이 되기, 인품과 정신 건강까지 챙기는 진정한 참살이를 해야
그것은 웰빙(well-being)이 아니라 일빙(ill-being)이죠. 건강한 삶을 살기보다 흉한 삶이 되기 일쑤죠. 유행병이 돌면 모두가 걸리듯 웰빙이란 유행어에 자신도 감염이 되지는 않았는지 살펴봐야합니다. 웰빙이란 말이 설쳐댄 몇 년을 돌이켜보면, 기업과 영리단체들이 벌여놓은 장사판에 끌려간 꼴과 다름없으니까요.
그럼에도 참살이에 대한 관심은 소중하죠. 특정 제품 소비나 어떤 이미지를 흉내 내는 게 아닌 뜻매김을 제대로 한다면, 자신의 존재와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셈이니까요. 풍부한 경험으로 세상을 꿰뚫어보고 의젓해야할 노인들은 지갑을 열라는 부추김에 휘말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는 기회가 온 거죠.
참살이 뜻을 겉만 따져보면, 풍요롭고 건강한 삶을 지탱하는 거죠. 그럼 풍요롭고 건강한 삶이란 뭐냐? 몸도 건강하고, 경제 형편도 모자람 없음이 첫 번째요, 인품과 교양을 가꿔서 정신과 건강을 완숙하게 이끌어 가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이 두 가지가 같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진정한 참살이가 아니죠.
그저 몸에 좋은 것만 챙기면서 자기 호주머니에 욕심을 잔뜩 담고 있는 것은 참살이가 아니라 흉한 삶일 뿐이죠. 성실함으로 정신과 인품을 다져야합니다. 자신의 경험을 모든 것이라 믿지 않고, 끝없이 공부하고 정진해야죠. 평균 수명 100세 시대, 70은 이제 시작입니다. 흘러간 세월을 한탄하지 말고 앞으로 올 시간을 고맙게 여기며 ‘노년의 즐거움’을 누렸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