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0대, 절망의 트라이앵글을 넘어 - 대학등록금 1000만 원, 청년실업 100만 명, 사회의 오해와 무관심
조성주 지음 / 시대의창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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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과 자유의 상징,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청춘, 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죠. 이미 청년들은 노인, 영세자영업자와 함께 한국 사회 ‘3대 약자’가 되었으니까요. 아무거나 걸쳐도 푸르러야할 젊은이들이 폭삭 늙어버린 시대입니다. 청년들이 신음을 내며 쓰러지고 있지만 사회는 시큰둥하죠. 우리 때는 물만 먹고 살았다는 둥 너희가 고생을 모른다는 둥 아직 젊은이들 문제에 깊게 동감하지 못하고 있지요.

 

<대한민국 20대, 절망의 트라이앵글을 넘어>[시대의창, 2009]에서는 1,000만 원에 이르는 대학등록금, 청년실업 100만 명, 사회의 오해와 무관심이 젊은이들을 절망으로 몰아넣는다고 밝히지요. ‘절망의 트라이앵글’을 쓴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보좌관 조성주씨를 만나 젊은이들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대학등록금, '청년실업' 그리고 '20대 탈정치화'를 짚어낸 그 역시 아직 학자금대출을 갚고 있는 청년이지요.

 

절망의 트라이앵글, 20대 “진짜 있는 그대로” 40~50대 “너무 과장이 심한 거 아냐?”

 

-책이 나오고 반응은 어떠한가요? 세대마다 반응이 같지는 않을 듯싶네요.

반응이 달라요. 20대 친구들은, 진짜 있는 그대로 솔직히 쓴 거 같다고 하는 반면 40~50대분들은, 너무 과장이 심한 거 아냐, 설마 이정도 까지겠어? 이렇게 말씀하세요. 세대에 따라 갈리죠. 그러면 저는, 요즘 젊은이들 진짜 이렇습니다. 거리에서 핸드폰 판매하는 친구들이 소수의 얘기가 아니라 일반적인 얘기입니다. 최저임금을 받지도 못하거나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씀드리죠.

 

기성세대들도 점차 동감하고 있어요. 자기 자녀들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트라이앵글이 정말 심각한 문제구나, 느끼시더라고요. 등록금 내니, 이 정도였나, 이렇게 부담되는 거였나, 학자금 융자받으면 이자율이 7%나 되니까, 이렇게 이자율이 높았나, 이제야 깨닫고 계시죠. 사회주력이 40~50대잖아요. 주력세대가 이제 느끼기 시작하더라고요.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심각함을 알리고 바꿔가야 된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회 무관심이 심각한 상황인데, 그래도 점점 관심이 커지는 변화가 보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동안 무관심했었지요. 그러다 심각한 갈등문제로 터질 때쯤 되니까 이제 사회가 관심을 갖게 된 거라고 생각해요. 이대로 가면 갈등이 폭발할 수 있고 사회자체가 위험하겠다는 걸 느낀 거죠. 더 이상 무관심했다가는 큰 치명타를 입을 수 있겠다는 위기의식이 생기면서 관심이 생긴 거라고 봐요.

 

한편으로는 자본주의 사회라는 게 모순이 폭발하면 다시 잘못을 깨치고 나아가지만 다시 쉽게 망각하도록 만드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내부에서 몇 가지 문제들만 골라서 고쳐간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국회에서 등록금 문제 관련해서 적극 참여하셨는데, 변화가 느껴지는지요?

몇 년 사이에 확 바뀐 거 같아요. 2005년도 최순영의원 보좌관시절. 등록금 문제를 처음 제기했을 때, 반응이 거의 없었어요. 자기가 대학교 갔는데 등록금은 자기가 내야지 왜 국가가 관심 가져야 하느냐는 반응이 되게 컸어요. 이른바 진보개혁 내에서도, 애들이 너무 나약한 거 아냐, 눈높이만 너무 높은 거 아니냐고 대부분 그랬어요. 그때는 막막했죠.

 

등록금 문제는 여야를 넘어 국민들도 광범위하게 지지하는 정치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봐요. 빠르게 2~3년 사이 많이 변했죠. 돈이 문제지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보고 있죠.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고 한나라당까지 상당수 공감하고 있어요. 엄청난 발전이죠. 등록금문제는 일정 궤도에 올라섰다고 봐요. 더 빨리 앞당기면 좋겠지만, 예산문제와 사회합의만 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시기가 왔어요.

 

청년실업은 좀 멀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고용할당제가 되어야 하는데, 청년실업에 대한 이해가 모자라 합의까지는 아직 멀었어요. 짧게 보면 2. 3년 동안 더 다양한 주장들과 대안들이 논쟁을 벌이겠지요. 그렇게 청년실업 문제가 더 드러나야 합의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등록금문제가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서 청년실업도 가능하겠다는 희망을 갖죠. 그 과정에서 많은 청년들이 힘들다는 게 가슴 아프긴 하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봐요.

 

-청년 문제에 다가가는 태도나 함께 고민해볼 만한 얘기가 있다면?

젊은이에 대한 수많은 비판과 분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분석보다 먼저 되어야 하는 게 공감이라고 생각해요. 사회문제 해결을 할 때 기본적인 원칙은 냉철한 분석보다 정서 공감이 먼저예요.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 상황을 서로 이해하고 같이 돌아봐야겠죠.

 

“젊은이들이 자기 실상을 솔직하게 드러내 주는 것이 중요, 자기 목소리 낼 수 있도록 열어줘야”

 

사회가 청년 문제에 힘을 쏟으려면 젊은이들이 자기 실상을 솔직하게 드러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젊은이들 스스로 충분히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정치권이나 사회운동진영에서 열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들으려고 애를 쓰고 노력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기성세대는 아직 부족하죠.

 

책을 내고 나니까 30대 초중반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30대도 힘들다, 우리도 애매하고 외롭고 많은 문제들이 있다고 해요. 저도 서른둘이 되다보니까 30대들은 어떻게 살아가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20-30대가 연대해야 하고 서로 공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로 만나서 얘기하고 사회와 함께 논의가 되어야겠죠.

 

-젊은이들이 비판받을 부분도 많은데, 같이 반성할 것들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철학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죠. 인생이란 뭐냐, 삶이란 뭐냐, 타인과 같이 산다는 게 뭐냐, 우리나라 젊은 세대들은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어요. 스스로 사고하고 옆에 있는 사람들하고 손잡고 해결해나가자는 경험이 없지요. 모든 걸 교육 탓으로 돌리는 거 같지만 그런 걸 배우지 못했고 경험이 없는 게 사실이죠.

 

한국교육이 90년대 이후 완전히 바뀌면서 유난히 물질에 지배되는 풍조가 강해진 거 같아요. 그런 영향을 받으며 스스로 철학하는 걸 배우지 못했고 의식을 갖지 못했기에 취약한 점이 있죠. 따라서 ‘신상’이라든지 뭔가 욕망을 자극하는 거에 쉽게 쏠리게 되죠. 그것이 젊은 층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균형과 조화를 잡아주는 무게감이나 진중함도 필요한데, 많이 부족하죠.

 

이전 세대보다 약해진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옆에 사람이 아프면 공감하는 능력도 많이 약해졌어요. 그렇지만 그것이 청년세대만의 문제로 돌리기엔 부당한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한편으로 있죠. 사회가 너무 빨리 변하면서 무겁게 짓누르는 것들이 많아 젊은이들 스스로 돌파하기엔 어려운 점이 많거든요. 그래서 청년세대를 비판하기보다는 변명하려는 마음이 더 커요.

 

오래 걸리겠지만 젊은 사람들이 그런 깊이들을 더 쌓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얕다보면 사회와 더 부딪힐 테고, 좌절감도 더 클 거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젊은이들이 극복하는 과정을 배우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에 앞서 함께 돌아보고 반성했으면 하죠. 여전히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고 새로운 세대가 출현하여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책에서도 젊은이들에게 편지를 썼는데, 다시 한 번 같이 나누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는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외로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 아울러서 청년들이 굉장히 외로워하고 있다는 느낌들 때가 많아요. 신자유주의 10년 동안 사람들은 파편화되고 힘들었죠. 사회 전체가 다 외로웠어요. 각 개인들이 외롭게 저항했다면 이제는 신자유주의가 경제위기에 한 방 먹고 퇴조를 보이면서 사람들은 옆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많이 느꼈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미안하다고 하는 걸 살펴보면, 욕망이나 물질이 전부가 아니란 걸 깨닫기 시작한 거죠. 그동안 부자 되기 위해 온 사회가 달려들었고,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킨 것만 봐도 한국사회 전체가 휩쓸렸던 게 사실이죠.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민주화, 사회개혁을 위해서 평생을 바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면서 저렇게 사는 게 진짜 의미 있는 거 아닌지 새삼 느끼면서 미안하다고 했다고 생각해요

 

젊은이들도 마찬가지로 외로웠어요. 하지만 둘레를 돌아보면 더 아파하는 친구들이 있다, 외로워하는 친구들과 같이 손잡을 때가 되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너무 외로워하지 말아라, 힘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어딘가에는 같이 아파하면서 함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것을 젊은이들이 꼭 알았으면 좋겠어요. 또한 함께 걷자고 손 내미는 다른 세대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사회에 대한 신뢰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절망의 트라이앵글에 갇힌 한국의 앞날, 누구보다 외로움에 떨고 있는 젊은이들

 

대학교 등록금 문제는 쉬쉬할 수 없는 지경이죠. 평범한 청년이 스스로 대학등록금을 마련하려면, 2009년 최저임금 4000원을 받으며 하루 8시간씩 312일을 일해야만 겨우 가능하죠. 공부하려고 대학에 들어갔는데, 1년 내내 일만 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운 좋게 학자금 융자를 받아도 달마다 나오는 학자금이자에 시달리고, 졸업을 하자마자 시작되는 빚 독촉에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하죠. 그런데 꽈꽝, 청년실업 100만 시대입니다.

 

언론에서는 날마다 대학등록금 문제, 취업문제, 20대들의 ‘묻지마 범죄’와 자살에 대한 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청년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걱정하고 있다는 얘기지만 정작 뚜렷한 대책마련에 힘을 쏟고 있지는 않지요. 어떤 사람들은, 왜 자기문제를 해결하려고 안 하냐며 너무 나약하다거나 요즘 대학생들은 눈만 너무 높아서 문제라고 혀를 끌끌 차죠. 그러나 학자금으로 생긴 몇 천만 원의 빚을 갚으려면 안정된 소득을 바라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고 조성주씨는 반문하죠.

 

청년문제는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입니다. 노인문제가 노인들만이 해결할 수 없듯 청년세대도 마찬가지건만 사회는 가혹하게 젊은이들에게 손가락질 하죠. 꿈은커녕 결혼도 엄두가 안 나는 실정, 당장 내일을 상상하기보다 오늘 살아남아야 하는 젊은이들 심정을 주머니 두둑한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 하지요. 이렇게 ‘절망의 트라이앵글’은 완성되고 젊은이들은 무너지고 있죠.

 

조성주씨는 책에서 현실진단과 더불어 여러 가지 대책들을 내놓지요. 일 년에 1,000만 원 넘는 대학등록금을 해결하기 위해 ‘졸업세’와 ‘등록금 후불제’ 등을 도입하자고 주장하죠. 또한 20대들 목소리를 모으고 키우고자 ‘20대 노동조합’을 만들고, 386세대를 비롯한 사회 어른들과 연대를 제안하죠. ‘절망의 트라이앵글’은 20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이기니까요.

 

한 세대가 몰락한다는 건 결코 한국 사회에 좋을 수 없지요. 사회란 유기체이기에 누군가의 고통은 어떻게든 사회에 뿜어져 나오게 되어 있지요. 가혹하게 젊은 사람들을 대할수록 사회는 팍팍해지죠. 절망의 트라이앵글에 붙들린 젊은이들이 바로 한국의 앞날이란 걸 왜 잊고 있을까요. 너무나 외로운 시대, 젊은이들은 누구보다 외로움에 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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