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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어디에서 올까?
나카무라 유미코 외 지음, 이시바시 후지코 그림, 김규태 옮김 / 초록개구리 / 2009년 3월
평점 :
자기 지경을 넓히는 일은 무척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경험한 만큼만 세상을 이해하고, 아는 만큼만 상상할 수 있고, 자기 그릇만큼 세상을 담아낼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됨됨이가 된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지는 걸 상상해보세요. 세상은 한결 행복하게 될 겁니다. 지금보다 서로 더 양보하고 다투지 않는다면, 세상은 따뜻하게 될 겁니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합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되려면 아이들을 잘 가르쳐야 해요. 지금 사회의 한계와 모순을 알려죽고,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어준다면 그들은 여기에서 저기로 날아가겠죠. 한 아이만 꿈을 꾼다면 그 아이는 ‘바보’가 되겠지만 모두가 더불어 꾼다면 ‘현실’이 돼요.
평화는 어디에서 올까? 평화를 고민하면서 찾아가기
평화로운 세상은 누구나 꿈꾸는 유토피아죠. 하지만 평화가 무엇인지 서로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평화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의견이 엇갈리기 쉽죠. <평화는 어디에서 올까?>[2009. 초록개구리]는 평화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면서 ‘뜨거운 평화’를 찾아가는 어린이 책입니다. 저마다 바라는 평화들이 모여서 웃음꽃을 피우는 놀이터 같은 책이네요.
보통 아이들과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생각하는 평화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 테두리에서밖에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들은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바라는 평화를 읽으면서 고민을 하게 되죠. 여기에서 저기를 상상하며, 평화란 도대체 무엇인지 턱을 괴며 나름 진지한 사색을 하게 됩니다.
먹을 거를 독차지하고 배가 불러 더 먹을 수 없어도 손에 쥔 걸 놓을 줄 모르는 아이들, 달래고 얼러도 주먹을 스스로 피기란 쉽지 않죠. 책을 읽다보면 혼자 많이 먹는 것보다 사이좋게 나눠먹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배울 수 있습니다. 이것은 가져도 만족할 줄 모르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 시대의 수많은 ‘어른아이’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고요.
이밖에 전쟁놀이를 하며 노는 아이들과 소년병, 버려지는 음식물과 굶어주는 아이들, 전쟁과 난민 아이들, 즐거운 축구 경기와 축구공 만드는 아이들을 잘 엮어 놓았지요. 무감각하게 넘어갔던 세상사의 속살을 드러내면서 겉과 속을 다 알게 합니다. 그러한 양면성을 아이들은 놔두지 않고 왜 그런지 물음으로 이어가게 되죠.
그저 세상이 좋다고만 믿으며 자란 아이들과 세상의 아픔을 고민하며 자란 아이들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의 그늘을 보면서 가슴앓이를 한 아이들의 가슴은 어른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치 커집니다. 그들이 가슴으로 품어낼 세상은 지금보다 더 포근하겠지요. 그대들이 흘리는 눈물들은 앞날의 희망이라 하겠지요.
차가운 사람은 결코 행복하지 않아, 진정한 평화는 나와 남이 같이 행복해야 이뤄져
누구나 심장이 있기에 슬프면 눈물이 나고, 가난한 사람들 보면 도와주고 싶게 마련입니다. 인지상정이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착한 마음씨’를 잘라내고 저 멀리 파묻게 되면서 ‘차가운 어른’이 되죠. 문제는 차가운 어른이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겁니다. 겉으론 봐선 멀쩡하지만 날마다 속으로 전쟁을 치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따뜻한 어른이 되어야 삶이 행복해집니다. 세상이 행복해지는 길은 자기가 먼저 행복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무엇이 행복인지 묵직한 물음을 가슴에 품고 세상에 부딪혀야죠.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놀다가도 고통 받는 이웃과 함께 하고, 신음소리에 귀 기울여야 아이는 ‘따듯한 어른’이 될 수 있습니다. 자기 체온 유지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누구나 어릴 때는 참 따뜻합니다. 세상에 무릎 꿇으면서 아이는 점점 차가워지죠. 그것은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라 이렇게 세상을 만들어놓은 어른들의 잘못이죠. 아이의 체온을 지켜주지는 못할망정 떨어뜨리지는 않아야겠죠.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그네들이 따뜻한 상상을 할 수 있도록 온기를 불어넣어줘야겠죠. 이것은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이겠죠.
여전히 이 땅의 한 쪽에는 수많은 소년병들이 사람들을 총으로 죽이고 있으며 또한 죽임을 당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아이들이 굶어죽고 있으며, 열악한 환경에서 축구공 바느질을 하느라 눈이 멀기도 합니다. 이런 ‘끔찍한 전쟁’이 버젓이 일어남에도 당장 자기에게는 어떤 해꼬지가 없는 걸 평화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어른들은 어떻게 전쟁을 없애냐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세상의 부조리는 어쩔 수 없다며 체념하기 일쑤죠. 그게 차가운 어른들의 한계고 상상력의 가난이죠. 아이들은 다릅니다. 모든 아이들이 전쟁을 반대한다면, 총을 없애기로 마음을 모은다면, 또 다른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이 책은 따뜻한 상상력을 아이들 가슴에 불어넣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