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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책을 넘기면서 빙그레 웃기를 10번, 감탄하며 무릎치기를 20번, 골똘히 생각에 잠기기를 30번 정도 하다 보니 <건투를 빈다>[2008. 푸른숲]가 끝이 나네요. 누구나 가슴 속에 있는 수많은 고민들을 ‘불친절하지만 진심으로 상담’한 ‘딴지일보 종신총수’ 김어준씨, 그 상담 내용을 묶은 이 책은 가슴 속 깊은 곳을 돌아보게 하는 얘기가 가득해 무척 볼 만하네요.
사람들은 비슷하고, 사는 모습은 다 거기서 거기이기에 사람들 고민은 닮아있지요. 벌써 나이 서른인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원하는 대학 가지 못한 내가 하찮은 사람 같아요, 불륜, 어떻게 해야 하나요? 모친과 여친 사이에 끼었어요, 친구를 배신했어요, 일곱 번째 고백인데, 열 번 찍으면 넘어갈까요? 등등 보통 사람들에게 공감되는 얘기들이 많네요.
가지각색 사연들을 읽다보면 맞아, 어쩜 내 얘기랑 똑같네, 진지하다 못해 심각한 표정으로 책을 삼킬 듯이 쳐다보다가 딴지총수의 진심어린 상담에 아, 그렇구나, 막혔던 배수로가 뻥 뚫리듯 시원한 느낌을 얻게 되지요. 다양한 고민들을 엿보면서 세상 사람들의 마음 풍경도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네요.
따끔한 회초리가 되는 상담, 왜 고민할 수밖에 없는지 무엇이 잘못인지 따지고 들어가는 화법
종아리를 걷어서 때리는 훈장님처럼 이 책은 따끔한 회초리가 될 수 있겠네요. 다 잘 될 거야,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상담이 아니거든요. 지금 왜 고민할 수밖에 없는지, 무엇이 잘못인지 바로 문제 본질을 따지고 들어가는 화법은 화끈하면서 후련하네요. 물론 문제를 피하고 싶거나 위로와 위안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아프겠지만.
몇 가지 보기를 들어볼게요. 장남이라는 부담감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사람에게, 다 큰 어른들이 비루한 자신의 삶을 부모 탓으로 돌리는 것처럼 꼴불견도 없다며 나무라고, 아부하면서 제 뒤통수치는 동료와 어떻게 지내야 하냐고 묻는 질문에, 주댕이를 확 찢어버린다는 딱 한마디만 하라며, 그 이유를 타당하게 풀어주네요.
나, 가족, 친구, 직장, 연인 다섯 가지 장으로 이뤄진 상담 이야기는 아무래도 연인편이 가장 많네요. 여친이 돈 한 푼 쓰지 않는다는 얘기에. 서른한 살에 그러는 건 정신착란이니 관계를 때려치우라 하고, 된장녀 여자친구를 고치고 싶다는 남자에게 당신이 뭔데? 라는 답변을 주고, 남친을 확 뜯어고치고 싶다는 여성에게 사람은 고쳐 쓰는 물건이 아니라며 조근조근 설명을 해주죠.
여성들을 위한 결혼 성공확률 배가법이 상당히 재미있네요. 누군가와 심각하게 결혼을 생각한다면, 그 전에 최소 보름이상 배낭여행 한번 다녀오라고 권하네요. 적은 비용으로 가는 배낭여행에서 ‘그 놈’ 바닥이 드러날 테고 저마다 타고난 품성과 문제해결능력을 가름할 수 있게 되니까요. ‘그 놈’이 어떤 놈인지,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놈인지 알게 된다며 보름 투자해서 50년을 건지니까 이보다 남는 장사가 없다고 강추하네요.
세상사 결국 다 행복하자는 수작 아니더냐. 행복하려면 먼저 자신에 대한 공부부터 하삼!
지은이는 수많은 고민들을 접하면서 나름 한국 사람들이 고민하는 최소공배수 몇 가지를 발견하지요. 많은 이들이 돈이냐 사랑이냐를 묻는데, 그게 아니라 자신이 언제 행복한지 물어야 된다는 거죠. 무엇을 할 때 더 행복한지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지 사람들이 모른다고 안타까워하네요. 자신에게 물어야할 걸 남에게 묻는 거죠. 그러니 답이 안 나오죠.
이것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그런 자신을 움직이는 게 뭔지, 그 대가로 어디까지 지불할 각오가 되어 있는지 모른다는 얘기죠. 이런 물음에 대해 깊게 고민한 적도 없기에 이리 비틀 저리 흔들거리며 살아가죠. 남들이 어떻게 볼지 끊임없이 의식하면서 스스로에게 ‘이방인’이 되는 사람들, 아, 씨바, 무척 안습이죠.
행복할 수 있는 힘은 애초부터 자기 안에 내재되어 있다는 거, 그러니 행복하자면 먼저 자신에 대한 공부부터 필요하다는 거, 이거 꼭 언급해두고 싶다. 세상사 결국 다 행복하자는 수작 아니더냐. 제 행복 찾아들 나서는 길에 이 책이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겠다. - 책에서
날마다 갈림길에서 갈팡질팡만 한다면, 오랜 고민 끝에 선택하지만 늘 후회를 하면서 뒤를 돌아본다면 이 책이 큰 도움을 줄 수 있겠네요. 삶을 장악하라고, 남의 기대 저버리는 연습을 하라고, ‘누군가의 무엇’이 아니라 스스로 ‘누군가’가 되어야 한다고 총수는 침을 튀기며 뜨겁게 소리치네요. 우리 다 행복하자고 이 지랄하는 거 아닌가요?^^ 건투를 빌어요. 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