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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 솔직 담백 군대 이야기
주호민 지음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6년 11월
평점 :
첫째, 군대 이야기, 둘째, 축구 이야기, 셋째,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라는 우스개에요. 정말 이런 우스개처럼 남자들은 모였다 하면, 마치 여자들이 꽃보다 남자 얘기하듯 정신없이 얘기를 하지요. 군대 어디서 나오셨어요? 3사단, 백골부대 아시죠? 저 거기 나왔습니다. 거기 빡세다고 유명하던데, 저는 귀신 잡는 해병대 나왔습니다.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 동향 사람을 만난 것처럼 친해지는 남자들, 여성들이나 군대를 가지 않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됩니다. 군대에서 그렇게 고생했다고 욕하면서도 군대 얘기가 나오면 눈에서 불을 뿜으며 신나게 얘기를 되풀이하는 남자들. 곁에 있던 사람들은 고마해라, 마이 했다, 둘레에서 손사래를 쳐도 군대 얘기가 나오면 남자들은 또 자기 얘기를 꺼내게 됩니다. 내가 군생활 할 때는 말야~
이럴 수밖에 없는 게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편안하게(?) 살아오던 청년들은 군대에서 엄청난 문화충격을 받습니다. 갑자기 짧아진 머리,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 이별, 어색한 전투복과 소총, 처음 보는 사람들과 시작하는 집단 내무 생활, 이상한 나라에 온 기분으로 이색체험을 하는 거죠. 그렇기에 군대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어린아이까지 알 정도로 널리 퍼졌지요.
군대 얘기, 끔찍하게 고생했거나 눈물 나게 불쌍하거나
군대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너무 추워 오줌발이 얼어붙었다는 얘기부터 화장실에서 울면서 초코파이를 몰래 먹었다는 얘기까지 끔찍하게 고생했거나 아니면 눈물 나게 불쌍하거나. 이 둘은 서로 겹쳐있지요. 군대는 전쟁을 준비하는 집단이기에 일반 사회보다 열악한 환경일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군인들은 씩씩하게 생활하지만 속은 그럴 수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군대 얘기는 지나치게 부풀려졌거나 아니면 너무 우습게 유통되고 있지요. 이 때 한줄기 빛처럼 군대 만화가 나타나 좋은 평을 받지요. 2006년 독자만화대상 수상작 <짬>[2006. 동양문고]은 ‘있는 그대로’ 솔직담백 군대이야기를 그렸지요. 복무한 부대마다 분위기와 업무는 다르지만 군대라는 큰 틀로 보면 어디나 공통점이 있지요. 짬은 그 공통점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지요.
만화가 주호민은 자신이 겪은 부대이야기를 그대로 적어냈지요. 지원중대 운전병으로서 생활한 이야기는 무척 공감이 가고 재미가 있네요. 책을 펴자마자 손을 놓지 못하고 볼 정도로 몰입하게 하네요. 그 안에서 울고 웃고 고생하면서도 즐겁게 생활한 이야기에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도 슬쩍 들춰보고 가지 않은 사람은 상상할 수 있게 하네요.
있는 그대로를 그린 군대 만화, 무릎 치며 빠져들다
군대하면 으레 이야기하는 진정한 남자가 되는 곳이다, 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된다? 만화가는 그건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다만 군대라는 곳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 왜 대한민국 남자들은 군대를 영원한 안주거리로 삼을 수밖에 없는지 차근차근 보여줍니다.
만화를 보다 보면, 어머니에게 편지 쓸 때는 덩달아 마음이 먹먹해지고 혹한기 훈련받을 때를 보면서 괜히 옷깃을 주섬주섬 여미게 되네요. 훈련병을 거쳐 이등병, 점차 일병, 상병, 병장, 예비역이 되면서 달라지는 마음묘사와 상황 설명도 상당히 공감이 가면서 재미있네요. 휴가 나갈 때 심정은 어찌 저리 잘 그려냈는지 무릎을 탁 치게 되더군요.
따뜻하고 밝은 색체로 군대하면 떠오르는 딱딱하고 음습한 분위기를 걷어냈네요. 군대를 갔다 온 분들은 이 만화를 보면서 추억을 되짚어볼 수 있고 군대를 가지 않은 사람들은 군대가 어떠한지 알 수 있는 ‘교양만화’네요. 책을 사면, 논산훈련소PX+쉼터 20% 할인권을 준다는 말에 슬쩍 웃음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