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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라도 괜찮아 - 인생의 각종 풍랑에 대처하는 서른 살 그녀들을 위한 처방전
이시하라 소이치로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서른이란 나이는 조금 특별하지요. 29살 11개월 30일에서 30살로 넘어간다고 인생이란 게 갑자기 달라지지는 않지만 사회맥락에서 자신의 위치와 사회가 요구하는 내용들은 많이 바뀌게 되지요. 서른 이전까지 꿈을 찾거나 무엇을 도전해보라는 분위기라면 서른 넘어서는 결혼을 하고 안정된 가정을 가지라며 은근하게 압박을 하는 분위기죠. 여기저기서 찔러옵니다. 결혼, 언제 할 거야?
드세진 주변의 눈치를 못 마땅해 여기다보면 또 하루 멀어져가지요. 가수 김광석 역시 <서른 즈음에>라는 애달픈 노래로 서른의 감정을 표현하지요.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정말 영원히 20대 청춘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서른은 다가오고 돌아보면 가난한 추억들만 웅크리고 있지요.
몇 번의 만남을 하고 이별을 하였던 시간들은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시간 속으로 흩어졌지요. 늦은 밤, 지나쳐간 사람들, 기억 저편으로 스러져간 짧았던 인연들이 술잔에 떠오를 때가 있지요. 그러면 잠깐, 그윽하게 쳐다보며 옛 생각에 젖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새로 만나기 겁나고 변화가 불편해질 때쯤, 서른이 묵직하게 다가오지요.
서른, 까만 밤하늘을 한참동안 바라보게 되는 때
이제 서른이구나, 별거 아니라고 스스로 다독여보지만 온갖 상념들이 겨울바람 불 듯 사방에서 매섭게 파고듭니다. 20대가 될 때, 이제 스물이구나, 하면서 가졌던 느낌과 많이 다르지요. 스물은 반짝이는 눈망울로 세상으로 뛰어드는 나이라면 서른은 까만 밤하늘을 한참동안 바라보는 나이니까요. 저 어딘가에 별이 빛나기를 바라며.
나이가 들수록 더 지혜로워지고 너그러워지길 바라지만 나아지기란 쉽지 않아요. 어렸을 때는 나이가 들면 세상 돌아가는 원리도 알고 살아가는 재미도 꽉 잡을 거 같았지만 나이와 삶의 깊이는 비례하지 않지요. 많은 어른들께서 나이 먹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왜 사는지 모르겠고 가슴 깊숙이에 묻어둔 회오리바람이 나이와 상관없이 자꾸 일어난다고 하시니까요.
밀물처럼 밀려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외로움 속에서 사람들은 난파되지 않기 위해 구명보트 찾듯. 곁에 있을 사람을 찾아요. 하지만 구명보트인 줄 알고 만났지만 알고 보니 그 역시 허우적대는 사람이죠. 안 되겠다, 스스로 헤엄치는 법을 배워야겠구나, 자신을 자기가 챙겨야 사람들과 제대로 만날 수 있겠구나, 여겨질 때 책을 찾고 공부를 하게 되지요.
<서른이라도 괜찮아>[2009. 웅진지식하우스]는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처세술, 충고상담서 가운데 하나에요. 지은이 이시하라 소이치로는 솔직하고 대범한 말투로 30대 여성에게 말 걸기를 하네요. 30대 여성들의 몇 가지 공통된 성향을 가리키며 그것을 묶어 ‘서른 살 증후군’이라고 부르네요. 서른 살 증후군의 공통점은 일과 연애, 그리고 결혼에 관한 것이지요.
첫째, 폼 나게 살고 싶다.
둘째, 연애하고 싶다.
셋째, 나다운 것에 집착한다.
넷째, 아직 젊다고 여긴다.
다섯째,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꾼다.
지은이는 여성들이 평소에 하는 말들 밑절미에 있는 여성들 심리를 ‘자기 나름으로는’ 그럴 듯하게 분석해요. 각 이야기에 앞 서 ‘서른 살 체크리스트’를 내놓아 증상을 검토하게 하지요. 이러한 표는 여성잡지에서 흔히 볼 수 있지요. 책 내용은 ‘그 남자의 마음을 빼앗는 10가지 기술’이란 제목으로 연애잡지에 실리는 글 같네요. 지은이는 자기 식으로 여성심리를 따지고 도움말을 일러줘요.
예를 들면, 어느 30대 여성이 자기 주변에는 마음에 들지 않은 남자들만 득실거리기에 ‘도대체 좋은 남자들은 다 어디로 간 거야?’라며 탄식을 하죠. 이것을 지은이는 지금 혼자인건 결코 인기가 없어서가 아니라는 자기변명이라고 해석해요. 그런 푸념을 하면 자신은 ‘좋은 남자’에 어울리는 ‘좋은 여자’라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건 자기주장일 뿐이며, ‘좋은 여자’취급하는 사람도 오직 자기 자신뿐이라고 지적하죠. 그러면서 이런 여성을 대처하는 자세를 귀띔해요. 깎아내리기보다는 치켜세워서 안전을 도모하라!
서른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만들어 나가는 것
‘인생의 각종 풍랑에 대처하는 서른 살 그녀들을 위한 독특한 처방전’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이 책은 독특하기는 한 데, 큰 도움은 안 될 듯싶어요. 여성 잡지를 뚫어질 때까지 읽어도 잡지 광고에 나오는 물건이 그림의 떡이듯 이 책은 그저 재미삼아 읽으면 되겠네요. 비싼 화장품 한번 바른다고 갑자기 김태희가 될 수 없듯이 이 책을 읽는다고 갑자기 서른 살이 행복해질 수 없지요.
그렇다면 세상 살면서 만나는 각종 풍랑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살아있는 공부를 하고 진짜 경험을 통해서 혼자 헤엄치는 법을 배워야하지요. 여울 치는 곳에서 더 넓은 곳으로 헤엄쳐 나와야하는 거예요. 이 일은 긴급구조 119가 해줄 수도 없고 백상어 탄 왕자님이 해줄 수도 없지요.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할 수 있지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해요. 홀로 우뚝 설 수 있어야 곁에 사람을 두고 같이 걸어갈 수 있게 됩니다. 슬프고 외로울 때 어르고 달래줄 엄마아빠가 있다면 좋겠지요. 하지만 이제 서른이에요. 마음 안에 간직하고 싶은 보행기에서 나와 사뿐사뿐 세상으로 발을 내딛어야죠. 그때야 비로소 서른이 되는 거죠. 서른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만들어 나가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