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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 토끼 밥상 ㅣ 개똥이네 책방 2
맹물 지음, 구지현 그림 / 보리 / 2008년 8월
평점 :
아니, 왜 어른들은 맛없는 걸 먹는 걸까? 어린 시절, 채소를 많이 먹으라는 얘기가 정말 못 마땅했어요. 하루 세끼 맛있는 햄버거와 피자만 냠냠 쩝쩝 먹고 물 대신 콜라만 마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했지요. 돈이 없어서 그렇지, 이렇게 시켜 먹으면 얼마나 편해, 라는 생각에 빠졌었지요.
그만큼 어린이들은 패스트푸드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지요.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신체건강과 인성도 크게 달라지기에 좋은 음식을 줘야 하지요. 자기 자식에게는 뭐든지 좋은 거를 주고 싶어 하는 부모들이 패스트푸드를 먹이는 모습은 너무 안타깝지요. 요리는 번거로우니까, 아이가 먹고 싶어 하니까, 라는 적절한 핑계를 대며 전화배달을 시키지요.
어린 시절 패스트푸드에 자기 몸을 내준 아이들이 건강할리 없습니다. 패스트푸드에 입맛이 길들여진 아이들이 건강한 생활을 할리 없습니다. 현대 들어 아토피가 부쩍 늘고, 암, 당뇨병 같은 생활습관병들이 아이들에게도 나타나고 있지요. 아이가 좋은 책을 읽어야 하듯이 음식도 좋은 것을 먹어야 하지요.
열여섯 살 소녀가 직접 요리한 경험을 쓴 책
열두달 토끼밥상[2008. 보리]은 아이들 눈높이에서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며 어떻게 요리하는지 알려주는 책이지요. 지은이 맹물도 인스턴트 음식을 좋아하고 콩이랑 채소를 싫어하는 ‘보통 도시아이’였지요. 그러다 부모를 따라 산골로 내려간 맹물은 산천을 뛰어다니고 3년 동안 직접 요리 하면서 겪은 이야기와 요리법을 정성스럽게 담았지요.
모든지 부모가 해주는 요즘 아이들에게 신기하고 반가울 책이지요. 책을 읽으면서 차근차근 따라 하다보면 어린이 혼자서도 척척 만드는 제철 요리를 할 수 있지요. 지은이 맹물은 열 여섯 살로 자기가 느낀 점들을 자기 동무나 동생에게 알려 주려고 썼지요. 그렇기에 아이들이 읽기 편하고 만화로 되어있어 쉽게 다가오지요.
또한, 훈계가 아니라 대화를 하지요. 갑자기 햄버거를 먹지 말아라, 이러면 당연히 반발을 하게 되지요.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내 입으로 들어오는지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하고 어떤 것이 바른 먹거리인지 돌아보게 하지요. 강요가 아니라 촉발을 시키죠. 책 제목이 ‘열두달 토끼밥상’이듯 달마다 어떤 먹을거리가 나는지, 어떻게 하면 재료 맛과 영양을 살려서 요리를 할 수 있는지 담겨있지요.
달마다 어떤 음식을 해먹었으며 왜 그렇게 해먹었는지 풍습도 알 수 있어요. 침을 꼴깍 삼키며 자연스럽게 한국 전통들을 익히는 기회가 되네요. 왜 새해에는 떡국을 먹고, 동지에는 팥죽을 먹는지 어린이들은 반짝거리는 눈으로 궁금해 하잖아요. 제철 재료로 음식을 만들다보니 절기에 맞는 요리를 소개하고 어린이들은 시간의 흐름과 음식의 변화를 배울 수 있지요.
체격만 커지고 체력은 약해진 아이들, 무엇을 먹고 있나요?
이 책은 건강을 무척 신경 쓰죠. 그래서 튀기거나 볶는 요리는 소개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많은 경우 건강에 그다지 좋지 않으니까요. 당연히 화학조미료도 쓰지 않고 설탕 대신 집에서 담근 효소를 쓰며 정제된 소금 대신 천일염을 쓰고 물엿 대신 조청을 쓰지요. 고기를 안 쓰지는 않지만, 되도록 쓰지 않는 요리들로 식단을 짜지요.
아토피가 있는 지은이는 건강에 좋은 거를 챙길 수밖에 없지요. 먹거리 공포에 휩싸인 오늘날, 지은이와 지은이 가족이 갖고 있는 고민을 누구나 하고 있지요. 그렇기에 아이 건강을 생각하는 부모님이라면 눈여겨볼 만하네요. 단순히 이렇게 해라, 머리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린이 스스로 먹을 것을 배워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배어있으니까요.
자기 스스로 요리를 하고 먹거리를 살핀 맹물은 자연스럽게 몸이 좋아지죠. 아토피가 있고 편식을 했던 아이였기에 아무거나 먹지 못했지요. 또한, 성격도 까칠하고 감기도 자주 걸리며 조금만 뛰어놀아도 금방 지쳤었는데, 이제는 맛있게 음식을 직접 요리 해먹고 축구를 좋아하는 말괄량이로 달라졌지요.
씩씩하고 건강한 맹물을 보면서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자신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이들은 모릅니다. 어른들도 아이들이 무얼 먹고 자라고 있는지 관심이 모자랍니다. 짧은 시간에 아이들의 입맛을 바꿔버린 햄버거와 콜라의 중독성에 소름이 끼칩니다. 지금, 아이들은 무엇을 먹고 있나요. 너무 손쉽게 배달을 시키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처음부터 살필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