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계급사회 우리시대의 논리 11
손낙구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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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어디 살아요? 스스럼없이 묻고 대답할 수 없는 세상입니다. “어디사세요?” “강남 xx아파트 살아요.” 단 한마디로 그 사람이 어느 정도 지위에 어떤 사람일지 대충 짐작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죠. 그 사람이 누구인지 사는 곳이 말해주고 있지요.  

부동산은 단지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요건 가운데 하나일 뿐인데, 한국에서 부동산은 우상이 되었습니다. 공직자가 부동산 투기를 하면 커다란 범죄라고 비난하지만 누구든 돈에 여유가 생기면 맨 먼저 부동산에 눈을 돌리는 현실입니다. 도덕과 규범 차원에서는 부동산 거품이 꺼져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거품 붕괴가 경제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까하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지요. 

이러한 사회맥락을 꼼꼼하게 따진 뒤, 주거 환경은 물론 개인 삶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 부동산이라고 진단하는 책이 있지요. <부동산 계급사회>[2008. 후마니타스]를 쓴 손낙구는 자신의 모든 주장에 타당한 통계를 달았지요. 그래서 300개가 넘는 부동산 관련 통계로 한국 사회를 분석하지요. 서민들의 부동산 때문에 당하는 고통을 그동안 잘 몰라서 부끄럽기에 그는 이 책을 쓰지요.

지난 4년 간, 필자는 부끄러운 마음으로 국회도서관과 관계부처 자료를 이 잡듯이 뒤지며 부동산 문제에 파고들었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찾아 읽고, 메모하고, 분석했다. 부동산 귀신이 되어서라도 어떻게든 문제의 원인과 구조를 밝히고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책에서

 

그러한 부끄러움을 바탕으로 한 책임감, 사명의식은 지은이를 집요하게 하지요. 목표물을 끝까지 좇아가 물어뜯는 사냥개처럼 한국부동산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치지요. 그가 이루어놓은 연구덕분에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무릎을 치면서 물신화된 부동산을 돌아보게 되지요. 그리고 한탄과 함께 개혁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지요. 한국에서 50년 동안 벌어진 부동산 문제는 극소수 부자들 빼고는 모두 피해자니까요.

 


서울 경기 땅 팔면 캐나다 사고도 남는다

 

지은이가 말하는 한국부동산의 문제점은 3가지에요. 첫째, 너무 빨리, 너무 많이 오르는 부동산 가격. 둘째, 그 결과 서민 생활이나 국가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나 비싼 것. 셋째, 부동산 가격이 올라 생기는 엄청난 이익을 일부 부유층이 독차지함으로써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것이죠.


 

 

지은이는 통계를 보여주며 10년에 한 번씩 부동산값이 폭등한 역사를 보여주죠. 1963년에 비해 2007년까지 도시노동자 가구 월평균 실질소득은 15배 늘어난데 비해 같은 기간 동안 땅값은 1,176배 올랐지요. 서울 경기도 땅을 팔면 930배가 넓은 캐나다 국토 전체를 사고도 남지요.

 

 

선진국을 포함해서 땅값이 안정된 대부분의 나라는 땅값 총액이 국내총생산(GDP)과 비슷한 수준이지요. 하지만 한국은 실제로 사고 팔리는 시가가 아니라 정부가 발표한 공시지가로 계산해도 GDP의 3.6배에 달하지요. 특히 서울 땅값이 지나치게 비싸지요. 전체 국토의 0.6%밖에 안 되지만 땅값은 31.6%를 차지하고 있어요. 집값 역시 국내총생산의 3배가 넘는 걸로 나오지요. 얼마나 비싼지 강남‧서초‧송파구의 공동주택을 팔면 주식 시가총액 1위에서 9위까지 재벌 대기업을 통째로 살 정도지요.

 

1만 가구가 살 수 있는 집을 30명이 차지한 한국

 

이렇게 비싼 이유는 투기 때문이지요. 한국에 있는 1370만 채 중에 59.4% 814만 채를 1가구 다주택자들이 소유하고 있어요. 반면 전체 가구 절반이 넘는 841만 가구는 집 없이 셋방살이를 하고 있지요. 집 부자 30명이 소유한 집은 모두 9923채로 한 사람 평균 330채씩 있지요. 1만 가구가 살 수 있는 집을 30명이 차지한 셈이지요. 집 욕심이 얼마나 많은지 많게는 1083채를 가진 사람도 있어요.


 

집과 마찬가지로 땅도 땅부자들이 몽땅 갖고 있지요. 그들은 땅투기를 하여 불로소득을 챙겼지요. 국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에 땅값총액이 134조원이었으나 2001년까지 21년 동안 땅값이 1419조로 올랐지요. 오른 만큼 거저 잇속 채운 것이지요. 땅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지은이는 이렇게 비유합니다.

 

한마디로 말해 우리나라가 100명이 사는 나라라면 27명이 사유지 기준으로 국토의 99%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이 소유하고 남은 1%의 땅을 33명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새통을 이루며 사라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나머지 40명은 서 있을 자리도 없어 바다 속에 빠진 상황이다. - 책에서

 

소득은 있지만 세금은 잘 걷히지 않는 부동산

 

이렇게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리는 까닭은 거기서 얻는 이득을 제대로 환수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분에서 소유자의 직접 투자에 의한 증가분을 제외한 모든 금액을 불로소득으로 보고 보유, 개발, 처분 단계별로 환수하고 있지요. 





그렇다면 한국은? 불로소득 가운데 평균 5%를 환수하는 거에 그쳤고 최근 들어 더욱 낮아지고 있지요. 대부분의 불로소득이 늘어나서 부동산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부동산이 없는 사람은 더 가난해졌지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을 무시되는 실정이지요. 불로소득 가운데 일부분만 환수되고 대부분 사유화되었을 뿐 나머지는 극소수 부자들이 가져갔지요.

 

1999년 5월, 타워펠리스 1차 전용면적 기준 245㎥(101평형) 분양가는 17억 7,500만원 이었으나 2006년 12월에 53억 6,000만원에 팔렸지요. 한 달 평균 3,940만원씩, 1년 평균 4억 7,280만원씩 올라 35억 8,500만원이 올랐지요. 타워팰리스를 사서 엄청난 불로소득을 얻게 된 사람이 만약 5년 내에 팔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사람이 2채를 갖고 있어도 세금 한 푼도 안 냈던 경우가 있을 정도로 조세제도의 구멍이 많다고 지은이는 꼬집습니다.

 

불로소득으로 떼돈 버는 사람들 보면, 일하고 싶겠니?

 

이렇게 지나치게 비싼 부동산 때문에 한국에 큰 짐이 되고 있습니다. 먼저 노동의욕 감소입니다. 자신이 노력하지 않고 얻은 불로소득은 마땅히 거둬들여야 하지요. 그렇지 않으면 투기를 부채질할 뿐만 아니라 땀 흘려 열심히 일하는 사람만 손해를 보게 돼 사회 전체가 병들어 가지요. 투기 불로소득을 좇는 욕망이 넘칠수록 성실한 노동과 이를 통해 얻는 정당한 소득이 천대받게 되지요.

 

다음으로 너무 비싼 물가입니다. 비싼 부동산 가격은 서울 물가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지요. UN은 직원을 서울로 보낼 때 다른 나라 도시보다 많은 출장비를 줘요. 유엔의 서울 출장 수당은 하루 368달러로 미국 뉴욕(347달러) 물론, 프랑스 파리(306달러), 일본 도쿄(273달러)보다 높아요. 사무총장이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까요? 아니에요. 서울 물가가 턱없이 비싸기 때문이지요.

 

또한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대출금을 갚느라 힘들어 합니다. 2007년 말, 한 가구에 평균 3,842만원을 빚지고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요. 사람들이 소비능력이 떨어지면서 내수침체로 이어지죠. 집 때문에 쪼들리고 아이 키우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기에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고 내수에도 여파를 미치지요. 게다가 고령화 사회에서 평생 모은 재산이 주택에 묶여있어 노인 분들도 소비를 못하지요. 이런 것들이 맞물리며 내수침체가 심각하지요.

 

치솟은 집값, 서민 노동자들 울린다

 

투기로 치솟은 집값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산산조각내지요. 봉급으로 110㎥(33평형) 내 집 마련하는데 서울에서는 29년이 걸리고 강남에서는 44년이 걸리지요. 봉급쟁이들은 안정된 생활을 못하고 셋방살이를 전전하게 되는데, 문제는 집값보다 전세값이 더 크게 올랐다는 거죠. 서민들이 많이 사는 한강 이북지역은 집값에 비해 전세금이 2.5배나 더 올랐고 광역시도 2.4배 더 올랐지요. 
 
 

셋방살이를 해본 사람들은 알겁니다. 주인이 ‘방 빼’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지. 터무니없는 집값과 전세값은 사람들을 자주 이사 다니게 하지요. 이사 다니기 세계1위로 다른 나라와 비교가 안 될 정도지요. 뿌리 뽑힌 터전은 이웃사회를 해체시키고 이사 다니는 고통을 서민들에게 안겨주었지요.

 

이러니 노동자들은 파업할 수밖에 없지요. 4번에 걸친 부동산 폭등 때, 꼭 노동쟁의가 늘어납니다. 주거불안, 산업 간 임금격차 등이 사회불안으로 이어지면서 노동자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지요.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안정된 뒤에야 노동쟁의가 정상화 되었다고 하지요.

 

비싼 땅값은 산업에도 악영향

 

이것뿐이 아니지요. 비싼 땅값은 공장을 운영하기 힘들게 해서 제조업을 해외로 내몰고 외자유치의 걸림돌이 되지요. 노동자들 임금이 높아서 해외로 나간다는 것은 잘못된 분석이지요. 노동자들 임금이 높은 이유도(실제 높지도 않지만) 따지고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의 땅값과 집값 때문이고, 제조업이 해외로 나가는 이유도 한국에 비해 40분의 1밖에 안 되는 값싼 땅 때문이죠. 
 

 

한국은 ‘건설족이 지배하는 토건국가’라 불리는 후진국형 산업구조도 지적하지요. 건설업 비중이 국민경제에 지나치게 높아요. 경기침체가 될 거 같으면 무조건 때려 부수고 뭔가를 짓는 건설로 경기부양을 하려고 하였지요. 선진국들이 새로운 성장 잠재력을 키우려고 눈을 돌릴 대 한국은 여전히 ‘삽질’에 집착하지요. 오바마는 녹색뉴딜을 할 때 오바마와 닮은 MB는 4대강 정비에 50조를 쏟아 붓는 것이죠.

 

게다가 토지투자이득이 자본투자이득보다 더 크기에 기업들은 생산 활동으로 돈을 벌려고 하기보다는 부동산 투기를 하였지요. 그 결과 설비투자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고 너무 많은 부동산을 갖고 있지요. 재벌 대기업치고 건설업을 하지 않는 재벌이 없는데서 알 수 있듯이 부동산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기에 생산설비에 투자를 하지 않게 되지요.

 

제2의 토지개혁과 부동산 문제 해결책들

 

가구별로 빠짐없이 내 집을 갖아도 집이 1,032,800채가 남아돌고 있지요. 집이 늘어날수록 내 집을 갖고 자기 집에 사는 비율(자가 점유율)을 거꾸로 떨어지고 셋방살이가 늘어나고 있어요. 국민 10명 중 4명은 셋방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상한 일을 바로잡기 위해서 지은이는 주택계급별로 맞춤형 주택정책을 의견내지요. 


 

부동산 문제는 사람이 땅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요. 땅은 인간의 소유 대상이기 이전에 물이나 공기처럼 생명체가 생존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자연의 일부지요. 땅은 그 위에 지은 집과 함께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보금자리가 되어야 하지요. 따라서 소수 욕심쟁이들이 독차지 하고 투기수단이 되지 않게 토지를 사들여 공유지로 만들자고 주장하지요.

 

이제는 건설과 공급을 하려는 주택정책이 아니라 복지 중심의 주택 정책이 필요하기에 주택정책 담당을 국토해양부가 아니라 복지부에 주택청을 설립해서, 넘겨야 한다고 말하지요. 건설재벌에게 비싼 집을 짓게 하지 말고 부동산통계를 제대로 내고 공영개발을 하라고 주문하지요. 이어 아파트 선분양 특권제를 폐지하고 분양 원가 공개를 의무화와 고위공직자는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도입해서 부동산투기에서 손을 떼어야 한다고 제안하지요.




부동산 5적 때문에 한국에서 살기 힘들다

 

좁은 국토에 인구가 많아서 땅값이 비싼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요. 하지만 한국보다 인구밀도가 13배나 높은 싱가포르는 10명 중 9명이 내집을 갖고 있지요. 싱가포르 정부는 한국처럼 이윤을 좇는 건설업체에게 주택공급을 맡기지 않고 직접 재정을 부담하고 국민과 직거래 하여 가장 싼 값에 집을 제공하였기 때문이죠.

 

부동산 가격은 저절로 오른 게 아니라 뚜렷한 목적을 갖고 가격을 끌어올리는 집단이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장치와 체제가 작동한 결과지요. 이 집단은 건설 재벌, 부동산 관벌, 정치인, 보수언론, 관변 학자들이며 부동산5적이라 부르지요. 한국 뇌물 사건의 55%는 건설 관련 부패이고 공직자가 물러나는 주된 이유도 부동산 관련 비리와 투기 때문이지요.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동산 계급 사회는 잘못된 정책 때문에 만들어진 인재지변입니다.
최소한 땅과 집은 투기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소박한 상식만 지켰어도 국토의 70%, 주택의 97%가 투기에 노출되어 국민다수가 투기의 먹이 사슬에 고통 받는 비극만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죠.


 

지금도 인간다운 주거 생활의 최저 기준에 미달하는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1000만 명이나 됩니다. 부동산극빈층도 160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지하방, 옥탑방, 쪽방, 움집 심지어 동굴에서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부동산 투기의 피해로 사람의 품위를 유지할 수 없는 곳에서 살아가는 같은 사회구성원들이 있습니다.

 


작년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가 '땅을 사랑했을 뿐 투기가 아니다.' 발언을 기억해봅니다. 얼마나 공직자들이 썩어있는지 알 수 대목입니다. 어떻게 동시대를 살아가는 서민들을 사랑하지 않고 땅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정부는 부동산 거품이 빠지려고 하자 부동산에 돈을 몰아넣으려 하고 있습니다. 책을 덮으며 이런 한국에서 살아야 하는지 가슴이 갑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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