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어떤 책을 읽고 있나요?

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 - 문화마당 4-004 ㅣ (구) 문지 스펙트럼 4
최윤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1월

반짝이는 아이들 눈으로 보면 세상은 "뭐예요?"라는 질문을 거듭해야 하는, 해독되지 않는 기호들이다. 진지한 아이들의 눈빛을 보면서 고민하게 된다. 아이들 눈을 가릴 것인가, 아이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 아니라 있어야 할 현실을 가르칠 것인가.
 

보호해 줄 때보다 존중해 줄 때 아이들은 훨씬 크게 자란다. 커가는 아이에게 주고 싶은 것은 책과 만나게 해주는 일이다. <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1997.문학과 지성사)는 아이의 어미로서 꼼꼼하게 따진 알토란같은 어린이 책 비평서다.

 

아이들에게 먹일 음식에 대해서는 잘살건 못살건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데 왜 아이들이 섭취할 정신적 영양에 대해서 우리 어른들은 이렇게 무감한가? 언어습득은 아주 중요한 문제다. 잘못된 문장들이 아이들의 머리 안에 새겨지면 그 아이의 언어생활, 사고 체계 나아가서 삶의 질에 문제가 생긴다. 불량식품보다 더 무서운 게 잘못된 책이다.

 

그래서 지은이 최윤정은 어린이 책을 읽으며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날카롭게 어린이 책들을 분석한다. 그리고 좋은 책들을 추천해주며 이렇게 적는다.

 

‘우리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좋은 책만을 까다롭게 골라 오랜 시간에 걸쳐 채운 제 책꽂이 하나를 장만해주는 일이다.’

 

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세상, 신기하고 궁금한 것투성인 아이들의 물음에 어른들은 우물쭈물하기 쉽다. 거르지 않은, 솔직한 물음에 준비되지 않은 부모는 곤혹스럽다. ‘아이는 어떻게 생겨요?’, ‘사이좋은 사람이랑 결혼하지 않고 왜 싸우는 사람이랑 결혼 한 거예요?’ 등등.

 

책으로만 봐도 아이에 대한 사랑과 고민이 배어있는 지은이조차 이렇게 털어놓는다.

 

‘열심히 일하는 근면성실을 미덕으로 강조하는 이 이야기에서 개미가 먹을 것을 충분하게 쌓아두고 있으면서도 추위와 배고픔에 떠는 베짱이에게 야박하게 거절을 하는 것에 대해서 이상하게도 그때까지 나는 한 번도 의심을 품어본 적이 없다.’

 

책에 실린 이야기들을 살피며 자기의 생각과 견줄 능력이 미처 자라지 못한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욕심이 묻어있는 글들과 잘못된 문장들은 호환마마보다 해롭다. 그렇기에 다른 부모들 대신 어린이 책을 읽고 되짚으며 골라주는 지은이가 고맙다. 나온 지 10년이 지났지만  꾸준하게 팔리며 아이들 키우는 부모 손에 들려있을 이 책이 참 고맙다.

 

보통 부모들의 아이 사랑이 지은이보다 적을 리 없다. 사랑하는 방식과 대하는 방법이 조금 다를 뿐. <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를 읽으며 잊어버린 아이들 눈높이를 되새겨보고 우리 아이들의 앞날을 그려본다. 그리고 이렇게 나직하게 말한다.

 

‘역시 부모들은 애들 때문에 살맛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