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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다, 우리는 빛이 되어야 한다 - 김남조 시인이 읽어주는 가장 아름다운 잠언
김남조 엮음 / 도서출판 다시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사람마다 자기 가슴에 파장을 일으키며 울리는 말들이 있을 겁니다. 정호승 시인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나 안도현 시인의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같은 말들을 들으면서 순간 가슴이 짠했던 기억이 나네요. 가끔 그런 문구를 천천히 읊으며 자기 삶을 되돌아보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밤이다. 우리는 빛이 되어야 한다>(2003. 다시)는 그런 날 읽으면 좋을 잠언집입니다. 김남조 시인이 모아 꼽은 격언들이 한아름 담겨 있죠. 제목은 니체가 한 말로 직역을 하면 '밤이다. 우리는 빛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인데 김남조 시인이 한국 정서에 알맞게 다듬어서 제목으로 내놓았네요.
이 책은 눈을 한참 머물게 하는 말들로 가득합니다. 그 가운데 성실이란 덕목에 관한 글들이 요즘 따라 눈에 더 들어오네요. 예전에는 성실보다는 재능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는데 나이가 들수록 성실이 더 귀한 가치라는 걸 알게 되네요. 토끼의 재빠름보다는 거북이의 꾸준함이 대견해지고요. 아래 글을 읽어보세요.
지혜를 짜내려 애쓰기 전에 먼저 성실하여라.
지혜가 부족해서 실패하는 경우는 드물고
오히려 성실의 부족이 화근이다
성실하면 지혜도 생기지만
성실치 못하면 작은 지혜까지 흐려진다.
- B. 디즈레일리
빡빡한 업무와 일상에 이리저리 치이다 올려다보면 어느새 하늘은 깜깜해졌고 별빛 한 점 곁에 있지 않네요. 마음만큼 달라지지 않는 사람 관계와 눈높이만큼 따라주지 않는 현실에서 때론 지치기도 하지요. 자기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것인지, 잘하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 자신이 없어지고 괜히 불안한 기분이 드는 날이면 평소에 하던 일마저 손에 잡히지 않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천천히 심호흡하며 아래 글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엎드리기를 오래하면 반드시 높이 날며
먼저 핀 꽃은 일찍 시들어버린다.
이 까닭을 알면 발을 헛디딜 근심을 면하고
초조한 생각을 없앨 수 있다.
- 채근담
이 책은 재미있는 소설 읽듯이 책에 코 박고 읽을 수가 없네요. 차를 마시면서 여유롭게 읽거나 한 문장 읽고 잠깐 창밖을 바라본다면 더욱 책의 글자들이 가슴에서 송송 방울을 일으킬 거예요. 고요하지만 뚜렷하게, 오래 곁에 두고 자주 꺼내 보고 싶은 책이네요.
질문 하나 해볼게요. 우리는 왜 책을 읽을까요? 곰곰 생각해봅니다. 독서가 재미있으니 쉴 때 머리 식히려고 읽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책을 폅니다. 남과 비교가 아닌, 어제의 나보다 나아지고자 오늘도 한 장 한 장 읽어 나갑니다. 책을 펴서 읽으면 더 나은 나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거라고 믿으며. 다음 문장을 되새기며 참된 교양인이 되기를 애써봅니다.
참된 교양의 최종 목적은 각 사람이 자기 안에 짊어지고 있는 감성적 중력과 이기심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 카알 힐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