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여성이야기
나카야마 치나츠 지음, 송미원 옮김 / 넥서스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여성과 남성의 관계가 숙명적 계급구조에서 상황에 따른 역동구조로 바뀐 지는 100년이 채 안되었다. 20세기 초, 여성이 ‘사람권리’를 주장하고 쟁취하기 시작했고 1960년대부터 불거져 나온 여성운동(Woman Live)으로 정치, 경제, 행정, 법, 문화, 사회가 새롭게 짜였다. 하지만 사회변화속도에 비해 사람들의 인식변화속도는 크게 떨어진다. 머리로 도덕, 윤리를 배워도 몸과 따로 노는 거와 비슷하게 여자에 대한 사회제도는 달라져도 실제 남자가 인지하는 방식은 그대로다. 그래서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피해와 성폭력사건들은 한국남자의 수준을 보여준다.

수 천년동안 쌓여온 행동양식과 문화가 달라져야 여성에 대한 처우개선과 평등한 남녀관계가 제대로 이루어지는데, 그러한 변화는 하루아침에 도깨비 방방이 뚝딱하듯이 되지 않는다. 남성과 여성 모두 끊임없이 고민하고 살피며 실천해야 한다. 벌거벗은 여성이야기[넥서스. 1999]는 실천할 수 있는 지식과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실용도서라 소개한다.


여성주의도 여성학으로 대학에 학문으로 자리잡고 여러 주장과 이론이 나오면서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단단한 가부장 제도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접하기 쉽지 않은 현실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책은 여성주의와 여성의 성에 대해 어려워하고 낯설어했던 사람들에게 쉽게 풀어서 내용들을 전하는 데 목적이 있다. 불평등한 상황을 주장하기보다 쉽게 자기 경험을 얘기하고 사람들 이야기를 다뤄서 공감을 높여 이해력을 같이 높인다. 보기를 들면, 천박한 호기심과 부끄러움으로 반응하도록 체화된 성기를 그림으로 그려 보여주고 찬찬히 설명해준다.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성에 대해 재인지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쉽게 쓰였지만 내용까지 가벼운 건 아니다. 유용한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는데,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생리시 하는 생리통체조와 탑폰, 출산과 라마즈호흡법이다. 생리할 때 여성들의 차이를 경험과 사례를 바탕으로 알려주고 생리통을 줄여주는 체조를 그림까지 곁들여보여준다. 그리고 자기 경험을 기반으로 탑폰의 가치와 유용성을 주장하여 탑폰에 대한 오해를 풀어준다. 또, 출산과정을 자세하게 알려주어 미처 몰랐던 사실들을 얻게 된다. 많이 알려진 라마즈호흡법은 출산시 통증을 줄여주는 호흡법으로 부부가 같이 배우면 좋겠다.


여성문제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고 여동생, 누나, 여자친구, 어머니가 부딪히는 문제라는 걸 남자들은 곱씹어봐야 한다. 조한혜정 교수는 공략하기보다 낙후시켜라라고 말했다. 더 좋은 남자친구가 되고픈 남자분들이 읽고 재미없이 고정된 성역할을 낙후시키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섹스 뒤 ‘너가 처음이야.’라고 듣길 바라는 남자들보다 ‘이제까지 남자가운데 너가 제일 내 마음을 알아주네.’라고 듣길 원하고 애쓰는 남자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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