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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론
손대현 지음 / 형설출판사 / 2000년 8월
평점 :
품절
재미난 일이 가득한 한해와 즐거운 한국을 기원한다. 왜냐면, 재미없이 바쁘기 만한 분위기 때문이다. 출근시간 때 신도림역에 가자. 그리고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표정을 보자. 아니면 늦은 오후,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유심히 살피자. 국민 소득 2만 달러가 넘은 한국, 그 안에서 재미있게 살고 있는가?
재미없이 지내고 있다면, 여기 재미로 초대하는 책이 있다. 모두가 같은 음으로 노래를 부르면 화음을 낼 수 없듯이 세상에 수많은 재미와 즐거움을 모아서 ‘재미학’으로 묶었다. 문화다원주의자로서 일생감동一生感動 일생청춘一生靑春을 지향하는, 40여년 관광학과 엔터테이먼트학을 공부한 손대현 교수의 ‘재미학 콘서트’[2007, 산호와 진주]가 재미의 세계로 이끈다.
‘나폴레옹은 삶의 최후를 보낸 세인트 헬레나 섬에서, 자신의 일생에서 진정했던 날은 단 6일 뿐이었다고 고백했다. 최고의 권력은 물론 사랑까지 쟁취하고 황제로서 수많은 세월을 군림한 그의 행복했던 날이 6일 뿐이라니.’ -본문에서-
재미있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고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황제 나폴레옹도 행복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보통 사람들은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되풀이 되는 일상은 흠난 음악CD처럼 지겹고 바쁘게 시작한 하루는 피로로 끝이 나기 일쑤다. 공부와 돈, 성공이라는 강박은 삶을 메마르게 한다.
지은이는 먼저, 재미를 설명하고 이렇게 한국인들이 재미없이 사는 이유를 분석하고 재미의 중요성을 말하며 세상의 모든 재미 : 8락을 이야기한다.
- 행도락 : 사람은 자유다
- 식도락 : 사람의 핵심이자 재미의 핵심
- 기도락 : 한국인의 진정한 힘
- 면도락 : 잘자면 행복하다
- 뇌도락 : 인생을 재미있게 하는 선물
- 음도락 : 삶 자체가 즐거운 리듬이다.
- 소도락 : 웃음을 경영하라.
- 통도락 : 섹스가 가야할 길
이어서 건강과 재미의 긴밀함을 강조하며 호흡, 움직임, 운동, 명상, 노화에 대해 귀가 솔깃한 정보들을 풀어 알려준다. 그저 재미 관련 잡학이 아니라 오랜 시간 지은이가 공부한 결과물인 이 책은 깊이 있는 글솜씨와 유용한 내용으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가 학교 다닐 때 발표를 했던 기억이 난다. 하루에 몇 번 웃으시나요? 라고 물으며 여섯 살 된 아기는 하루에 평균 300번 넘게 웃는데 어른은 14~17번 정도 웃는다고 하니, 웃으며 재미있게 살자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말한 본인은 정작 얼마나 웃으며 사는가를 되물으면 씁쓸해진다. 재미학 콘서트를 읽으니 새해를 새출발하는 기회로 삼아 재미있는 나날을 꾸려가야겠다는 다짐이 든다. 재미는 거창한 게 아니라 내가 세상에 숨겨놓은 보물이니까.
끝으로 책에 실린 ‘천리안 동호회’인 ‘따뜻한 사람들의 모임’에서 ‘인생이 즐겁고 기쁜 까닭’이란 글 일부를 소개한다.
‘임신한 새댁은 예쁜 것만 골라 먹어야 한다며 손수 고른 새빨간 사과 두 개를 더 얹어주시는 과일장수 아주머니의 푸근한 인정, 거스름돈을 더 받았다며 가던 길을 되돌아와 주인아저씨에게 조그만 손을 펴 보이는 아이, 보도블록 틈 사이에 피어있는 작은 풀 꽃을 피해 조심조심 걸어가는 유치원 꼬마의 발걸음’ -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