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 - 정운영의 마지막 칼럼집
정운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정운영이란 논객이 있었다. 'MBC 100분토론', 'EBS 정운영의 책으로 읽는 세상'을  진행하며 날카로운 관점과 깊이 있는 화술을 보여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3년째가 되었다. 뉴스로 접했던 그의 죽음에 먹먹했던 기억이 난다. 어두웠던 시절, 마르크스 경제학을 공부한 그가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외쳤던 ‘레퀴에스카트 인 파체(평화 속에 영면을)’는 이제 그에게 해야 할 말이 되었다.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웅진 지식하우스, 2006]’는 한 시대를 고민하며 살았던 지식인 정운영의 마지막 칼럼집이다.

먼저, 책은 그가 떠나는 날까지 함께한 친구였나 보다. 2002년 이후 <중앙일보>에 실린 칼럼을 다 모아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누었는데 앞에 2장은 책 서평이며, 책이 갖고 있는 함의와 배경을 현실에 비추어 쓴 글 모음이다. 칼럼을 쓸 때도 자신이 본 책을 소재로 글을 풀어나간 그는 'EBS 정운영의 책으로 읽는 세상'의 제목만큼 책을 사랑한 사람이었다. 그의 서평들을 읽으면 책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책을 ‘마음양식’으로 삼은 모습을 보인다. 자기 과거와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책과 화학반응을 일으킨 결과를 쓰기에 그는 늘 진보하려고 애썼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미완성 원고인 ‘선비’라는 칼럼도 ‘선비의 배반’이란 책을 읽고 쓰려던 글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책을 손에 놓지 않았던 그의 마지막 글이 ‘선비’라는 우연같은 사실은 오늘날 지식인의 삶을 고민하게 한다.

다른 한편으로 책을 살피면 썩 와 닿지 않는 글도 있다. 쉽게 쓴다고 한 표현들도 경제학 지식배경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언급되는 경제학 용어들은 아무리 상식처럼 널리 퍼졌어도 자기 멋이 있는 개성이 뚜렷한 그의 글 안에서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친절하지 않고 쉽게 읽히지 않는다. 편한 책을 바라는 사람에게는 정치와경제, 사회, 그리고 국제 영역을 넘나드는 그의 시각과 글이 조금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칼럼집이다. 그의 60여년 경험과 공부가 녹아든  글이다. 쉬울 수가 없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세상을 향한 마지막 외침이 된 그의 글들이 애틋하게 느껴진다.

“나는 인간을 믿는다.”로 시작해 “인간의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로 끝났다는 그의 강의가 그리워지는 밤이다. “때로는 질 줄 알면서도 싸워야할 때가 있는 법이다.”라는 말로 진보운동을 하였던 그의 지난 날을 추억하며 이 책을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