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방 2 -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울 때 내게 힘이 되어줄 그곳
언니네 사람들 지음 / 갤리온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처음 여성학을 접했을 때, 좌뇌 한쪽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앎이란 게, 얼마나 아픈 것인지 그때 알았다. 그리고 앎은 생활에 스며들어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살 수 없게 하였다. 또, 앎과 함께 솟구친 부끄러움은 더 나은 관계를 고민하게 하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게 하였다.

여성주의가 널리 알려진 것처럼 보여도 여성주의는 아직 사회 곳곳에서 부딪힌다. 그리고 실제 여성주의가 충분한 힘을 갖고 있지도 않다. 그렇기에 여성주의를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운 이들이 생활에서 실천하며 일상지도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 처음엔 어렵겠지만 세상은 절로 나아진 적이 없고, 어떻게 살든 쉬웠던 적은 없었다.

여성주의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 승부를 가르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익숙한 gender(성별분별)을 넘어서 다양하게 자기에 맞는 본래성을 살려 더 나은 사회관계를 지향하는 게 목적이다. 성별이라는 틀로 모두를 묶지 않고 개별 사람의 얼굴을 찾는 일이다.
보기를 들면 맞지 않은 옷을 입었던 사람들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는 일이다. 기존에는 ‘여자니까 다 치마를 입어라’였다면 여성주의는 ‘좋을 대로’ 다.

언니네(www.unnninet.net)는 4만여 명의 여자들이 쉽게 털어놓기 어려운 이야기를 말하고 함께 듣고 공감하고 꿈을 나누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그들이 교감하며 나눈 이야기들 가운데 고른 글을 모은 게 언니네 방[2006.갤리온]이었다.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아직 묶이지 못한 글들이 많기에 두 번째 묶음이 나왔다. 언니네 방2[2007.갤리온]은 ‘네 잘못이 아니야. 하지만 관계를 푸는 열쇠도 네 안에 있어.’ 라는 부제로 사람과의 관계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을 준다.

책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먼저, 이 책은 특정한 지은이가 있지 않고 사이트에 올라온 수많은 글들을 뽑아 모았기에 다양한 목소리가 담겨있다. 살면서 가슴 속 얘기를 들었던 적이 얼마나 되는가. 술기운을 빌려 어색하게 꺼내던 ‘진짜 이야기’들이 이 책은 페이지마다 담겨있다. 사람들의 여러 가지 경험과 느낌들은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다른 환경에서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살아온 자신과 비교하며 남과 자신을 조금 더 알게 한다.
그리고 책은 따뜻한 힘이 담겨 있다. 4만여 명의 용감하고 지혜로운 여자들이 써내려간 자신이 바라는 관계와 그 관계를 만들려고 애썼던 경험과 고민들이 녹아있기에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거나 닮은꼴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힘이 된다. 가끔 살다가 앞을 바라볼 때 저 멀리에서 손짓을 하며 여기는 어떻네, 저기는 어떻네 라고 얘기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얼마나 큰 힘이 되겠는가. 그래서 언니네 방은 등을 다독이며 힘내라고 응원하는 좋은 친구다.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간다. 하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간다.’ 여성주의는 착하고 좋은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를 곰곰 따지며 천국으로 끌려들어가는 삶의 문제점을 찾고 어디든 가는 삶을 선택하게 한다. 여성주의가 여성들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행복한삶을 선택할 힘을 준다. 여성들과 남성들은 행복이란 밥을 놓고 다투는 관계가 아니다. 같이 행복이란 밥을 지어가는 관계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 소통하고 다른 목소리에 귀기울여 이야기 나눌 때까지 언니네 방에 놀러가는 사람들은 이어질 것이다. 언니네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가 했으니까 당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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