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무엇이 문제인가? 곰곰 따져야 한다. 한국 젊은이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뛰어다니며 앞날을 준비한다. 하지만 20대의 미래는 암울하다. 열나게 학점 챙기고 높은 영어점수에 어학연수, 다양한 인턴경험은 기본이 되었다. 아무리 구색을 갖추어도 불안하기만한 취직과 미래, 왜 고작 이 모양인가?
88만원 세대[레디앙, 2007]은 절망스런 20대의 오늘에 초점을 두고 출발한 책으로 살벌하고 어두운 세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파헤친다.


먼저 책 제목인 88만원 세대는 무슨 뜻일까? 지금의 20대는 상위 5% 정도만이 ‘단단한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나머지는 비정규직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비정규직 평균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하면 88만원 정도가 된다. 그래서 붙여진 이 ‘88만원 세대’는 우리나라 여러 세대 중 처음으로 승자독식게임을 받아들인 세대들이다. 자신은 5%가 되리라는 희망을 품고.



책은 오늘날 젊은이들의 생활을 관찰한 결과로 시작한다. 열악한 10대 노동조건과 존중받지 못하는 10대의 권리, 세대지체 현상을 보이며 독립이 늦어지는 20대 생활을 보여준다. 그리고 다른 나라를 끌어와 비교하며 참담한 한국 상황을 알려준다. 이어서 신자유주의라는 바람에 왜 한국만 유독 거세게 흔들리는지, 이렇게 가다가 어떻게 될는지 예측을 하며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해결책과 제안을 내놓으며 마무리한다.


‘한국 자본주의, 급하게 달려오느라 인간에 대한 예의 지키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 본문 중에서 -

지은이들이 꼽는 현 상황의 원인은 사회구조다. 급하게 산업화 할 때 감추었던 병폐들과 IMF위기를 겪으며 양심을 포기한 조치들이 맞물리며 ‘배틀로얄’사회가 되었다고 진단한다. 세대내 경쟁에다 세대간 경쟁까지 할 수 밖에 없고 살아남으려고 모두를 적으로 삼아야 하는 이 무서운 틀의 탈출구로서 바리게이트와 짱돌을 상징적 의미로 제시한다. 궁금하신 분은 읽어보시고 고민해보시길.


책은 전통적인 거시경제학과 함께 진화경제학, 시스템 경제학, 조직론, 정보경제학 그리고 생태경제학 같이 최근에 제시된 개념들을 많이 접목했다. 책 읽기 전 경제학 지식이 있다면 더 쉽게 읽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있다

‘이미 서유럽 청년과 한국 청년의 문제 인식능력은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차이가 벌어져 있다.’ - 본문 중에서 -

쉬운 거만 찾고 개인의 영달을 위해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둔했다면, 세상을 비판하는 눈이 없었다면 책은 어렵게 느껴질 거다. 그럼에도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이야기하려고 애를 쓰고 풍부한 현실이야기를 끌어들여서 활력이 넘친다. 하지만 막 잡은 물고기처럼 팔딱팔딱 뛰는 이 책을 맛 좋은 횟감으로 삼을 지, 그 요동에 놀라 놓쳐버릴지 선택은 자신에게 달렸다. 꽉 잡길.


20:80사회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20이 전체의 80을 차지하는 사회인데 이제는 더 심해져서 4:96이 된 느낌이다. 이러한 극도의 불평등에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자기도 그 ‘소수’에 들어갈 환상에 젖어 오늘날 젊은이들은 토익을 보고 학점에 눈이 빨개진다.

이만큼 한국사회가 발전하고 잘 살게 되기까지 윗세대들이 흘린 땀과 피눈물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들의 피맺힌 외침은 소박하되 깊은 울림을 담고 있다. 그리고 ‘혼자 잘 사는 게 아니라 같이 잘사는’ 어떤 아름다운 균형을 위한 윤리적 함성이었다.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라지만 따져보면 못 먹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다만 남보다 비싼 걸 먹지 못할 뿐. 오늘 식사는 평소보다 적게 먹어 가벼워진 마음으로 세상을 돌아보고 고민하길. 세상은 저절로 나아지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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