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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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을 하나 소개한다. 시작부터 재미있다고 할 정도로 재치와 풍자가 가득한 책의 제목은 허삼관 매혈기다.[푸른 숲, 1999]

허삼관이란 남자주인공이 큰 돈 쓸 일이 생길 때 피를 팔게 되는 사건과 사건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책은 짜여 있다. 줄거리를 짧게 정리해보면, 온종일 땀 흘려 벌어도 못 만지는 큰돈을 피를 팔아 얻게 된 주인공은 돈이 급할 때마다 피를 팔게 된다. 아이가 사고를 쳐서 돈이 필요할 때, 흉년이 왔을 때, 아이가 입원했을 때 같은. 이렇게 피를 파는 주인공의 이야기와 시대상이 펼쳐진다.

책은 크게 두 가지에 맞추어보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먼저 인물이다. 허삼관은 핏줄에 집착하지만 안쓰럽다. 첫째 아들이 싸움하다가 상대아이를 다치게 해서 병원비를 물어줘야 하는데 자기 아들이 아니라고 돈을 안주고 자기 집 물건을 전부 가져가게 하는 장면이나 가뭄 때 먹을 게 없어 피를 판 다음 가족끼리 국수를 먹으러 가고 첫째 아들은 고구마 사먹으러 가는 장면은 피식 웃음과 함께 연민을 자아낸다. 그리고 피의 양을 늘리려고 물을 거푸 10사발을 먹는 장면이나 피를 판 뒤 마치 자주 사먹는 것처럼 돼지간볶음과 데운 황주 두 잔을 큰 소리로 주문하는 장면은 삶의 슬픔을 인물을 통해 밝게 그려낸다.

두 번째는 소설 배경인 시대다. 주인공의 말과 행동거지는 그 시대를 반영하기 때문에 우리가 속하지 않는 시대와 사회를 엿볼 수 있다. 잘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는 어이없는 상황과 인물들의 모습은 초기공산주의 중국사회라는 배경으로 필연성을 얻는다. 문화대혁명 당시 첫째 아들이 전 애인에게서 나온 자식이었다고 아내이자 아이들의 어머니를 집에서도 비판 투쟁대회를 하는 장면이나 모택동 주석 한마디에 농촌 생산대로 아들 둘이 떠나는 일, 남자들이 요리와 집안일을 하는 장면이나 남아선호사상을 알 수 있는 장면등은 생생한 인물들의 대화로 표현해서 중국근대미시사를 알 수 있다.

덧붙여 책의 독특한 서술형식은 대화로 꾸며져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저녁 8시면 나오는 주말드라마처럼 대화로 사건이 전개되기에 인물들이 자기 목소리로 말을 하고 행동하는 걸 상상되게 한다. 대화체 구성은 무거울 수 있는 근대사를 어렵지 않게 독자들에게 전하는 자각의 노련한 솜씨다. 그 말솜씨에 기대어 중국근대사로 가볍게 들어갈 수 있다.

멀찍이 떨어져서 봤을 때, 소설은 무거운 내용이지만 가볍게, 인물들은 안쓰럽지만 우습게 그리고 있다. 다시 말하면 비극을 재미있게 썼다. 책 지은이, 위화의 두 번째 소설 제목이 ‘살아간다는 것’ 이듯이, 작가 위화는 인생을 재미있는 비극으로 보여준다. 슬픔과 즐거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면 작가처럼 비극일지언정 웃음으로 잘 버무려 인생을 살게 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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