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법정 잠언집
법정(法頂) 지음, 류시화 엮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법정스님은 무소유를 사람들에게 일깨우면서 소박하고 간소한 삶을 평생 실천하신 분이다. 사람은 혼자일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걸 아시고 출가하여 깊은 산에서 홀로 사시지만 글로써 세상과 소통한다. 그가 쓴 명문들 중에 추려서 묶은 잠언집이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조화로운 삶, 2006]이다.

출가한지 50년이 지났고 30년 넘게 쓴 그의 글과 법문에서 한편 한편 류시화 시인이 가려 뽑았기에 첫 장부터 책 내용이 깊다. 꾸미는 말을 하기보다 여백을 두고 이야기를 꺼내는 단계를 밟기보다 바로 주제를 던진다. 한마디로 법정스님이 수양하며 얻으신 수확물의 진수라 하겠다. 읽는 재미보다는 ‘고민하는 즐거움’을 준다

이 책은 차 같다. 빨리 마셔버리면 별 맛이 없지만 천천히 마실 때 떫은 듯하면서 그윽한 맛을 내는 녹차처럼, 차분히, 그리고 되새기며 읽기가 필요한 책이다. 현란한 말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단순할 수 있다. 잠언집이기에 글자수도 많지 않고 얼핏 가볍게 보여 소설책 읽듯이 읽으면 싱겁게 느껴진다. 차 마실 때 입과 코와 마음으로 마시듯이 이 책도 눈과 입과 손으로 읽어야 한다. 눈으로 글을 따라가다 입으로 조용히 소리 내어 읽고 마음에 문을 열어주는 구절을 만나면 미소를 지으며 적는다. 처음 읽을 때는 맹물같지만 다시 온 몸으로 읽으면 책을 모조리 적을 만큼 빼어난 글 모음이다.
세 구절을 골라봤다.

할 수 만 있다면 유서를 남기는 듯한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읽히더라도
부끄럽지 않을 삶의 진실을 담고 싶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늙음이나 죽음이 아니다.
녹슨 삶을 두려워해야 한다.

인간의 마음이란 미묘하기 짝이 없다.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을 다 받아들이다가
한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꽂을 여유도 없다

무소유, 홀로 있음, 침묵, 존재 성찰을 체험하고 화두를 한국 사회에 전하는 법정스님은 생태주의자로 유명한 ‘월든’의 지은이 소로우와 닮았다. 도시화된 세상과 맞물려 진행되는 물신화에 비판하시고 속세를 등진 거와 세상과 거리를 두었지만 글로써 세상과 관계하는 게 그러하다. 더 깊은 산속에서 명상하면서 잔잔한 웃음이 어려 있을 법정스님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가 쓴 글을 읽으며 고민을 한다. 이어서 현재 짊어진 고민과 부딪히는 문제들을 곱씹어 본다. 행복한가?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는 스님의 축복을 받으며 마지막 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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