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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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다보면, 애정과 관심이 가고 지은이가 쓴 다른 글들을 찾게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교만으로로 종이를 채워넣지 않고 삶에 대한 고민과 애증을 한 글자 한글자 담아쓰는 사람들, 만나본 적도 없지만 얘기해 본적도 없지만 힘을 나게 해주고 빙그레 웃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멀리 떨어져있지만 체온이 느껴지는 글을 쓰는 사람들, 글만큼 정직한 게 없다.

달콤한 나의 도시는 깜짝 놀랄 정도로 재미있다. 첫 장편 소설이라지만 이미 단편 소설에서 빼어난 실력을 보여줬던 지은이는 연재 장편 소설에서 홈런을 쳐버린다. 그것도 그어놓은 기대치를 넘겨버리는 장외홈런을!  


비쥬얼이 없는 문학은 볼 수 없다는 것만으로 날마다 부딪히는 나날과 조금 간격을 느끼게하는 데  영상을 풀어놓은 듯한 표현은 글과읽는 이가 갖는 틈마저 메운다. 현재, 도시생활과 착 달라붙어있는 이야기는 읽는 이를 빨아들여 버린다. 아니, 지은이가 읽는 사람 둘레에 이야기로 만든 세상을 펼치며 읽는다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자기도 모르게 먹어버린 티라미스케잌처럼!

 

그러나 이 책은 그냥 달착지근만 하지 않다. 현재성을 드러내며 읽는 사람이 마주하는 이야기는 삶이 그러하듯 '반성'이란 씨를 감추고 가시를 내보인다. 풍부한 말양념으로 맛있기만한 얘기가 아니라 먹을때마다 걸리는 가시는 읽는 이를 아프게 한다. 치워놓지 않은 방안 구석 구석을  뒤지는 엄마처럼 그저 사는대로 생각했던 나를 불편하게 한다.  스스로 못본 척하고 적당히 하려했던 순간들이 가시때문에 토악질을 하게 한다. 세수를 하고 눈을 비비고 다시 눈을 뜨면 지은이가감춰둔 소중한 씨가 보인다.

 

양념에 쉽게 반하지만 가시에 진정으로 마음을 다준다. '달콤함'이 갖고 있는 함정, '도시'의 편리함으로 놓쳐버린 순정, 선택은 '나의' 몫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씨가 어떤 열매를 맺을지 앞날에 모습은 '나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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