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다 괜찮다 - 공지영이 당신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
공지영.지승호 지음 / 알마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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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때가 있어요. 술자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늦은 밤, 희미한 가로등 불빛만이 반겨주는 거리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이리저리 뒤져보다 문득 외로운 순간이. 누군가에게 잘하고 있다고 칭찬받고 싶고 힘내라고 응원 받고 싶은 아이 같은 마음이 들 때가 살다보면 종종 있지요.

 

그래서 그럴까요. <즐거운 나의 집><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이하 응원할 것이다)>에 이어 위로 3부작이라 할 수 있는 <괜찮다, 다 괜찮다>[2008. 알마]는 지친 어깨를 토닥이며 위안을 안겨주는 책이네요.

 



지은이 공지영은 책 18권으로 700만 부 이상을 판 유명작가죠. 1994년에 <고등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인간에 대한 예의>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된 일은 한국 출판계에서 지금까지 유일한 ‘사건’이고 7년간 공백을 넘고 다시 작품 활동을 할 때, 소설과 산문 두 분야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한 작가도 공지영이 처음이지요.

 

화려한 기록들 뒤에는 수많은 상처들이 배어있죠. 절망의 끝까지 갔고 죽음까지도 생각했다는 그녀는 내면의 성찰과 종교의 힘으로 아픔을 품에 안았네요. 아파본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그녀의 글은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되지요. 특히 ‘여성으로서 살기 어려운 한국 사회’에서 겪었던 고통들을 얘기하는 그녀의 이야기에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위안과 용기를 얻었는지 인터넷 서평란을 조금만 뒤져봐도 알 수 있지요.

 

이 책의 산파 지승호는 월간지 <인물과 사상>에서 달마다 인터뷰를 하는 전업 인터뷰어예요. 그는 화제의 인물들을 만나서 취재한 경험이 수없이 많은 사람이지요. 탄탄하게 조사해온 사실들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궁금할 내용들을 묵직하게 질문하고 여러 생각들을 나눌 수 있게 준비하는 그의 노력과 열정은 대단하지요. 귀담아 들을 내용들을 끄집어내게 화제들을 적절히 제시하고 이야기를 안정되게 이끄는 솜씨는 그의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맞장구칠 거예요. 인터뷰이를 세상에 드러내려고 회 요리를 돋보이게 하는 무채처럼 묵묵히 조연 역할을 하는 그의 땀방울이 이 책에서도 빛이 나네요.

 

책은 공지영의 생각들에 초점이 맞히면서도 다양한 주제로 맛깔난 대화를 하지요. 그녀의 유년 시절, 학창 시절, 결혼과 이혼, 종교와 문학, 딸과 두 아들, 사람과 만남, 여러 에피소드들에 대해 얘기하며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지요. ‘페미니즘과 운동권 경험을 팔아먹는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작가가 구도자가 아닌 이상 글을 팔아야 하고 문제는 상품의 질’이 아니냐며 응수하고 외모와 사생활에 지나친 관심을 보이며 그녀의 글을 폄훼하였던 사람들에 대해 편해진 심경도 털어놓네요.

 

이문열씨가 공식으로 사과한 이야기, 운동권 학번인 그녀가 오랜만에 거리로 나가 6월 10일 촛불집회에 참석해 딸과 같이 나눈 이야기는 흥미롭네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가 아내가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이었다는 당시 분위기에 슬쩍 웃음도 나고요.

 

특히 <조선일보>와 안 좋은 일화는 여러 모를 생각하게 하네요. <조선일보>가 대통령도 만든다는 소문이 나돌던 1997년 대선 직전, 전여옥씨가 <착한여자>에 대해 쓴 것을 조선일보 문화부 차장이 싣지 않으려 했으나 어쩔 수 없이 실었다고 하며 처음 본 자리에서 “나는 공지영이 싫어”라고 말을 직접 하기에 “나랑 싸우자는 거냐”고 맞섰는데, 그 때 옆에 있는 출판사 관계자들은 일제히 침묵을 지킨 걸 잊지 못한다고 말하지요. 나중에 한명이 “누가 감히 <조선일보>문화부 차장에게 대들어”라고 했다니, 과거에 조선일보의 권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느껴지는 대목이네요.

 

공지영씨에 대해 ‘대중에게 영합해서 글을 쓴다’ 같은 문학계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요. 하지만 작가라면 사람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고 무엇을 느끼는지 이해하는 게 글쓰는 기본이 아닐까요. 공지영이 대중영합을 한다고 비판하기에 앞서 그녀가 대중들에게 전해준 위로와 용기에 대해서 평가부터 제대로 해야겠지요. 물론 공지영씨는 칭찬받고 춤추는 고개를 거부하며 자유롭게 헤엄치는 고래가 되고 싶다고 하지만.

 

사형수들을 만나보고 아이들 교육을 시키다보니 ‘지지와 격려만이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믿는 공지영은 고독과 고통, 그리고 독서가 자신을 성장시켰다고 고백해요. 그 힘든 과정을 겪은 뒤 맺힌 열매를 세상과 나누고자 쓴 공지영의 따뜻한 글들을 읽으니 참 힘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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