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달린 형제, 꼬리 달린 친구 - 인간과 동물 사이, 그 사랑과 우정의 커뮤니케이션
제인 구달 외 지음, 채수문 옮김, 최재천 감수 / 바이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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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로 쥐불놀이했는데 사유재산이라 견주에 반환]

[10대 소년 학대에 37000명 팔로워 유명 고양이 사망]


한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638만 가구에 달한다. 전체 가구(2,304)의 약 27.7%가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는 것이다. 무려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어, 자못 동물친화적인 사회인 것 같지만, 동물을 잔인하게 학대하거나 죽이는 뉴스는 끊이지 않는다. 단연 반려동물 뿐일까?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동물들이 인간의 잔인함과 무관심, 환경오염 등 셀 수 없는 이유로 목숨을 잃고 있다.

 

<날개 달린 형제, 꼬리 달린 친구><인간의 위대한 스승들>이라는 제목으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꾸준하게 사랑받아온 책의 개정판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 마크 베코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동물을 주제로 쓴 글들을 엮었다. 저자들은 자신이 기르는 반려동물을 소개하기도 하고, 오랜 기간 지속해 온 동물 관련 연구를 소개하기도 한다. 동물과의 만남으로 내면적 치유를 경험한 이야기, 동물과 관련된 전설을 소소하게 전하기도 한다.

 

<날개 달린 형제, 꼬리 달린 친구>는 인간과 동물이 교감하는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게리 코왈스키가 전하는 아드리안 코르트란트의 침팬지 이야기는 특별한 여운을 남긴다. 먹으려고 들고 다니던 파파야를 땅에 내려놓은 채 석양의 장관을 지켜보던 침팬지가 결국 파파야도 잊은 채 숲으로 어슬렁거리며 들어가더라는 얘기. 이 책에는 아직 과학적으로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은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과학의 잣대로 일축하지 말기 바란다. 비판적인 눈은 또렷이 뜨고 있더라도 마음의 문은 따뜻하게 열어두었으면 한다. 언젠가는 과학이 동물의 마음도 환히 들여다볼 수 있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눈을 갖추게 될 테니까.

<날개 달린 형제, 꼬리 달린 친구>, 5p

 

여러 명의 저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동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하는데,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서는 모두 같은 결의 이야기를 한다. 인간과 동물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며, 책의 제목처럼 동물들은 우리의 형제이자 친구라는 점이다.

 

언젠가 동물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 마지막에 한 학생이 질문했다. 내가 그렇게 많은 어린 침팬지를 위해 헌신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무책임한 적은 없었는지 다소 거만한 자세로 물었다. 막 답변을 하려는데 문이 열리고 한 젊은 여인이 새끼 침팬지를 안고 들어왔다. 어미에게 버림받아서 인공적으로 키우고 있는 새끼였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둘러싸고 녀석의 손을 만져보려고 하고, 눈을 들여다보고, 윤기 있는 머리를 쓰다듬어보고 싶어했다. 모두들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았을 때 나는 녀석을 안고서 교탁으로 돌아와서 천천히 강의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물었다. 어느 누가 이 어린 침팬지를 죽일 수 있는가? 하고. 우리는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 잡아서 보호해주거나 아니면 잡아서 죽이거나. 마치 죽음과 같은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몇몇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날개 달린 형제, 꼬리 달린 친구>, 35p

 

동물의 범주는 매우 광범위하다. 애완동물로 기르는 강아지, 고양이뿐만 아니라, , 돼지, , 말처럼 식용으로 길러지는 동물도 있으며, 실험의 대상이 되는 쥐나 모피를 위해 가죽채 벗겨지는 여우도 있다. <날개 달린 형제, 꼬리 달린 친구>의 저자들은 지구상 존재하는 모든 동물을 인간의 형제’, 그리고 친구로 여긴다. 그리고 어떤 동물이든 그들이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고마운 마음을 늘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물은 인간을 위해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책의 제목에 형제친구가 들어가도록 개정된 까닭도 아마 같은 이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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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H. 로렌스 유럽사 이야기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채희석 옮김 / 페이퍼로드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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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 문학의 거장으로 알려진 데이비드 로렌스를 머릿속에 떠올려 보자. 어떤 작품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아마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나 <아들과 연인>일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데이비드 로렌스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그가 외설시비를 겪은 소설가였다는 정도는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데이비드 로렌스를 소설가로만 알고 있었던 터라, 얼마 전 페이퍼로드에서 발간된 <유럽사 이야기> 표지 가운데 찍힌 ‘D.H.로렌스라는 이름을 발견했을 때 몹시 놀랐다. 그가 역사서를 저술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으니까.

 


<유럽사 이야기>를 출간한 출판사 페이퍼로드는 D.H.로렌스가 역사서를 저술하게 된 배경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그 사연이야 구구절절하겠지만,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출간하는 책마다 외설시비를 받고 출간 정지를 받은 로렌스에게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역사 교과서집필을 맡겼다는 것. 소설가, 그것도 외설시비 논란이 불거진 그에게 역사서 저술을 맡긴 옥스퍼드 대학교로서도 자못 파격적인 제안이었겠지만, 로렌스 또한 거절하지 않았기에 이 멋진 <유럽사 이야기>가 발간된 것이 아닐까 싶다.

 


위대한 로마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의 경계 안에서 쇠락해가는 동안 유럽은 나머지 지역은 게르마니아와 러시아와 아시아에서 들어온 야만족으로 홍수를 이루었다. 이 야만인들도 마침내 한곳에 정착했는데, 그곳의 원주민들과 섞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했지만 이들은 위대한 근대 국가의 기초를 닦거나 형성했다. 이들이 오늘 날의 영국인, 프랑스인, 스페인인, 롬바르드인, 스위스인, 불가리안인 등등이다. 이들은 모두 각 종족들의 야생적인 혼혈의 산물이었다.

- D.H.로렌스 유럽사 이야기

 


<유럽사 이야기>는 고대 로마부터 중세, 그리고 근대 유럽 국가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로마제국, 기독교의 박해, 십자군 전쟁, 종교개혁, 프랑스혁명 등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유럽사이지만, 이 모든 내용들을 '로렌스 답게' 풀어가고 있다는 것이 기존의 역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유럽사를 다루는 역사서는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로렌스의 유럽사는 다르다. 소설가의 역사서라서가 아니다. <유럽사 이야기>에는 소설적 어휘, 그러니까 소설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문체는 나오지 않는다. 소설 속에 있는 주인공도 없다. 로렌스는 역사는 이야기 책이라는 사실에는 동의했지만, 역사 속 인물들을 소설 속 주인공처럼 묘사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렌스의 소설처럼 사랑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기대한 독자라면 어쩌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사실을 전제로 하지만, 마치 살아있는 역사, 생동감 있는 묘사는 그의 역사서 <유럽사 이야기>에서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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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H. 로렌스 유럽사 이야기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채희석 옮김 / 페이퍼로드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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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가 쓴 ‘유럽사‘라니! 두근두근거립니다 :) 어떤 필체로 글을 썼을지도 궁금하고요. 표지도 이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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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세 각본집 - 용기를 내는 게 당연한 나이
임선애 지음 / 소시민워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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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를 꼽으라고 한다면 임선애 감독의 <69>일 것이다. <화차>, <도가니>, <수상한 그녀> 등 굵직한 영화들에서 스토리보드를 책임지던 임선애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비극적인 상황에 처한 69세의 주인공 효정(예수정)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낸 <69>, ‘장년 여성의 삶을 그린 영화로 주목받은 바 있다.

 

<69>를 인상 깊게 본 관객이라면 그래서 이 각본집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임선애 감독이 각본과 감독으로 활약했던 내용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각본집을 한 페이지씩 넘길 대마다 영화를 다시 한번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각본집을 다시 읽으면서 주인공이 여성으로서, 노인으로서 감내해야만 했던 시선과 편견,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임 감독의 각본을 비롯하여, 그가 직접 기록한 각본일기도 눈여겨 볼 만하다. 감독이 각본 작업을 하는 도중, 무엇을 생각하였는지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69세 각본집>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건, 책 중반부에 담긴 스토리보드였다. 영화 속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미리 콘티로 짜놓은 스토리보드는, 감독이 연출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임수정 배우의 손, 그러니까 69세 장년의 주름진 손을 클로즈업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스토리보드에 해당 그림이 매우 디테일하게 그려져 있을뿐더러 부연 설명까지 적혀있어서 감독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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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타임 - 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끝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와이즈베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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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타임>의 저자 브라이언 그린은 대중 과학 전도사라고 불린다고 한다. 그가 어떻게 불리든, 뼛속부터 문과생인 나에게 과학은 그저 어려운 학문이다. 그래서 <엔드 오브 타임>을 받았을 때, ‘두껍네’, ‘어렵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한동안 쉽사리 책장을 열지 못했다. 마음을 고쳐먹고 책장을 연 후로는, 저자가 왜 대중 과학의 대가로 불리는지 알 수 있었는데, 과학에 전혀 관심 없는 문과 출신 독자조차 매료시키는 쉬운 설명때문이었다.

 

저자는 우주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별과 은하, 생명과 의식 등의 탄생에 대해 소개한다. 물리학에서 수 백년 넘게 다뤄온 이론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 그의 견해를 곁들인다. 특히 생명과 관련해서는 학계에 있는 여러 가지의 가설을 소개함으로써, 하나의 이론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들에게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영원은 수없이 많은 지금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고, 초월주의자이자 시인이었던 헨리 소로도 매 순간에 담긴 영원을 이야기했다. 이런 느낌은 시간을(시작에서 끝까지) 전체적으로 바라볼 때 더욱 강렬해진다. 방대한 우주와 유구한 시간 속에서, ‘지금 여기(here and now)’는 정말로 특별하면서 순간적인 개념이다- 36p

 

3기원과 엔트로피에서는 우주의 기원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하늘을 관측하던 중,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은하일수록 멀어지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을 발견했다. 저자는 학자들의 견해 중 우주도 생일이 있다’, ‘우주는 팽창하거나 수축한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에 대한 지식을 더욱 확장시켜 준다. 우주뿐만이 아니라 중력’, ‘별의 탄생’, ‘물질의 기원등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생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한 저자가 다음 단계로 설명한 것은 바로 의식이다. <엔드 오브 타임>이 흥미로운 까닭은 바로 이 순서에 있다. 생명이 탄생하게 된 순간부터 의식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설명하는데, 저자는 마찬가지로 다양한 학설을 소개한다.

 

우리 우주에서 오랫동안 우주를 생각해 온 생명과 사고는 언젠가 반드시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우리의 우주를 넘어 무한한 공간 저편 어딘가에 영원한 생명과 사고가 존재한다는 생각만으로 우리는 영원을 상상할 수 있고 영원에 도달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직접 만질 수는 없다. - 436p

 

흥미로웠던 지점은, 저자가 소개한 학설 중 챌머스의 마음이 없는 입자에서는 의식이 생설될 수 없다는 이론이었다. ‘의식에 관한 수수께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리학의 한계를 넘어야 한다는 이론이었는데, 오랜 세월 동안 물리적 관점에서 의식을 설명하지 못한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웠다.

 

인간은 시간을 벗어나 과거와 미래를 상상할 수 있고 우주를 이해할 수 있으며, 상상의 세계와 현실 세계에서 우주를 탐험할 수 있다. 우주의 한 구석에서 우리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하여 단어와 표상, 구조, 소리를 만들어냈고, 이들을 이용하여 갈망과 좌절, 혼란과 계시, 실패와 승리를 표현했다. 또한 우리는 독창성과 인내를 발휘하여 내면과 외부 세계의 한계에 도달했고, 반짝이는 별과 빛의 이동, 시간의 흐름과 공간 팽창을 좌우하는 법칙을 발견했으며, 이 법칙 덕분에 우주의 시작과 끝을 엿볼 수 있다. - 458p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인간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유일한 종()”이라고 말한다. 그가 책으로 엮어낸 수많은 과학과 논리적인 사고들은, 어쩌면 우리 인간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종이기 때문에 탄생한 것일지도 모른다. 저자의 말처럼 대부분의 생명체는 존재 자체가 기적이다. 그러므로 브라이언 그린은 <엔드 오브 타임>을 통해 어쩌면 존재하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 '인간의 이야기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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