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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타임 - 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끝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와이즈베리 / 2021년 2월
평점 :
<엔드 오브 타임>의 저자 브라이언 그린은 ‘대중 과학 전도사’라고 불린다고 한다. 그가 어떻게 불리든, 뼛속부터 ‘문과생’인 나에게 과학은 그저 어려운 학문이다. 그래서 <엔드 오브 타임>을 받았을 때, ‘두껍네’, ‘어렵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한동안 쉽사리 책장을 열지 못했다. 마음을 고쳐먹고 책장을 연 후로는, 저자가 왜 ‘대중 과학’의 대가로 불리는지 알 수 있었는데, 과학에 전혀 관심 없는 문과 출신 독자조차 매료시키는 ‘쉬운 설명’때문이었다.
저자는 우주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별과 은하, 생명과 의식 등의 탄생에 대해 소개한다. 물리학에서 수 백년 넘게 다뤄온 이론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 그의 견해를 곁들인다. 특히 생명과 관련해서는 학계에 있는 여러 가지의 가설을 소개함으로써, 하나의 이론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들에게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영원은 수없이 많은 ‘지금’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고, 초월주의자이자 시인이었던 헨리 소로도 “매 순간에 담긴 영원”을 이야기했다. 이런 느낌은 시간을(시작에서 끝까지) 전체적으로 바라볼 때 더욱 강렬해진다. 방대한 우주와 유구한 시간 속에서, ‘지금 여기(here and now)’는 정말로 특별하면서 순간적인 개념이다. - 36p
3장 ‘기원과 엔트로피’에서는 우주의 기원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하늘을 관측하던 중,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은하일수록 멀어지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을 발견했다. 저자는 학자들의 견해 중 ‘우주도 생일이 있다’, ‘우주는 팽창하거나 수축한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에 대한 지식을 더욱 확장시켜 준다. 우주뿐만이 아니라 ‘중력’, ‘별의 탄생’, ‘물질의 기원’ 등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생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한 저자가 다음 단계로 설명한 것은 바로 ‘의식’이다. <엔드 오브 타임>이 흥미로운 까닭은 바로 이 순서에 있다. 생명이 탄생하게 된 순간부터 의식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설명하는데, 저자는 마찬가지로 다양한 학설을 소개한다.
우리 우주에서 오랫동안 우주를 생각해 온 생명과 사고는 언젠가 반드시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우리의 우주를 넘어 무한한 공간 저편 어딘가에 영원한 생명과 사고가 존재한다는 생각만으로 우리는 영원을 상상할 수 있고 영원에 도달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직접 만질 수는 없다. - 436p
흥미로웠던 지점은, 저자가 소개한 학설 중 챌머스의 “마음이 없는 입자에서는 의식이 생설될 수 없다”는 이론이었다. ‘의식’에 관한 수수께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리학의 한계를 넘어야 한다는 이론이었는데, 오랜 세월 동안 물리적 관점에서 의식을 설명하지 못한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웠다.
인간은 시간을 벗어나 과거와 미래를 상상할 수 있고 우주를 이해할 수 있으며, 상상의 세계와 현실 세계에서 우주를 탐험할 수 있다. 우주의 한 구석에서 우리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하여 단어와 표상, 구조, 소리를 만들어냈고, 이들을 이용하여 갈망과 좌절, 혼란과 계시, 실패와 승리를 표현했다. 또한 우리는 독창성과 인내를 발휘하여 내면과 외부 세계의 한계에 도달했고, 반짝이는 별과 빛의 이동, 시간의 흐름과 공간 팽창을 좌우하는 법칙을 발견했으며, 이 법칙 덕분에 우주의 시작과 끝을 엿볼 수 있다. - 458p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인간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유일한 종(種)”이라고 말한다. 그가 책으로 엮어낸 수많은 과학과 논리적인 사고들은, 어쩌면 우리 인간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종’이기 때문에 탄생한 것일지도 모른다. 저자의 말처럼 대부분의 생명체는 존재 자체가 기적이다. 그러므로 브라이언 그린은 <엔드 오브 타임>을 통해 어쩌면 존재하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 '인간의 이야기’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