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비밀 - 비밀언어 시리즈 4
메건 트레지더 지음, 손성경 옮김 / 문학동네 / 2000년 3월
평점 :
품절


'사랑의 비밀? 너 그런 책은 사랑이나 하고 읽어라.' 대학에 입학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내가 이 책을 샀다는 말에 한 선배가 던진 말이다. 물론 난 그때 '내가 사랑도 안해 본 사람처럼 보인다'라는 생각에 발끈 화가 났었다. 하지만 내가 책장을 펼치고 난 뒤, 어쩌면 난 그 말에 반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읽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랑의 크기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언제나 새로운 사랑이 끝나고 나서 책을 다시 읽어보게 되면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자신의 또다른 사랑의 일면에 놀라게 된다.

사랑의 역사, 방법 등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라기 보다 사랑의 전체적인 지도를 그려놓은 느낌... 지도를 따라 길을 찾듯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내가 경험했던 사랑의 기억들을 떠올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책의 곳곳에 숨어있는 시와 그림들은 사랑의 기억 속에 잠들어 있는 감각 마저 깨워낸다 또 재미있는 건,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좋다는 것이다. 마치 원의 느낌과 같아서 결국은 모두 읽게 되는 것이다.

책을 덮고 나서 내 생각은 달라졌다. 그 선배의 말에 반박하는 것은 당연했었다는 것. 사랑은 어느 순간 어떤 모습으로든 내가 알든 모르든 함께하고 있다는 것...

신하들이 읽도록 밑줄을 그어 소설책을 두었던 마리 앙트와네트의 일화처럼 이 책에 밑줄을 그어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 무언가 두고 왔었던 기억, <안나 까레리나>에서 코지니셰프가 바렌카에게 청혼 대신 '흰색 그물버섯하고 자작나무 버섯의 차이가 뭐죠?'라고 했던 것처럼 고백의 순간에 주춤했던 기억... 사람들 틈에서 가벼운 연애에 지친 사람들은 이 책에서 자신도 몰랐던 사랑의 모습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은 그 자신의 언어를 갖는다/가슴에서/가슴으로 가는 목소리를-그것의 신비한 어조는/사랑만이 안다'

나는 책 속의 페르시아 사랑시 한편에서 시작했다. 다음번엔 어디서부터 읽어가고 있을지 책을 덮으면서도 설레임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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