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의 자세 - 완벽을 권하는 세상에 맞서는 인생의 절묘한 포지션
하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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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만이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 여겼던 적이 있었다. 하루, 한 달, 분기별, 1년 단위로 철저하게 계획했고 그런 내 모습에 심취한 시절이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생각했던 성공과 현실의 벽에 부딪힐 때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되나 회의감이 들었다. 


이전보다는 느슨한 삶을 살고 있지만 이제는 완벽주의에서 벗어나고 싶어졌다. 하완 작가는 어떻게 자신에게 꼭 맞는 인생의 자세를 찾았을까. 그가 찾아낸 '대충'의 의미가 궁금해졌다.


너무 무리하지도, 게으르지도 않은 인생의 균형감을 '대충'에서 찾았다는 작가의 말에 귀가 솔깃해진다. 무엇이든 완벽하게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실수에 오랜 시간 자책한다. 그래서인지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잠자리에 누워 있을 때조차 온몸이 경직되어 있다는 걸 스스로 느낀다. 아무리 힘을 풀고 편안하게 내려놓으려 해도 어느 순간 온몸에 힘이 가득 들어차 있다. 


작가는 '대충이라도 하면 다행'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지라 한다. 지금의 어려움에 너무 절망하지 말고 틀린 부분을 멋으로 바라본다. 삶을 살아가는 그의 태도가 진심으로 부럽다. 나도 안다. 실수 한번 했다고 일이 끊기는 것도 아니고 하루 종일 몸에 힘을 주며 완벽하게 하려 해도 어디선가 실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참 빡빡하게 살아왔다. 진짜 재미없는 삶이었다는 걸 인정한다. 왜 그렇게 스스로에게 엄격했을까. 중년의 나이에 들어서고 나니 이제는 안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고 힘든 일이 있으면 쉬운 일이 있다는 것을. 


작가는 말한다. 자신은 고쳐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통제할 수 없는 삶에 좌절하기보다는 유연하게 자연스럽게 삶을 살아가야겠다는 말이 아닐까. 강풍이 불면 부러지는 나무가 아니라 유연하게 흔들리는 갈대처럼 그렇게 오늘을 살아가야겠다. 

인생의 매 순간 게으르지도 무리하지도 않기로 하자. 


#대충의자세 #하완 #웅진지식하우스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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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격차 - 읽지 않는 아이는 어떻게 읽지 못하는 어른이 되는가
김지원.민정홍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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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주간 이 책을 읽었다. 주어진 일정에 따라 책을 읽고 생각하고 쓰는 시간을 가지며 문해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문해력 문제는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 어른들 중에서도 읽기를 어려워하고 어휘의 뜻을 파악하지 못해 엉뚱한 말을 하는 이들이 많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해력 격차를 보여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함께 고민한다.

디지털 시대에 태어나 자란 아이들은 활자보다는 영상에 더 익숙하다. 책을 요약해 주는 서비스도 등장하게 되니 책 한 권을 온전히 읽게 되는 사람들의 숫자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EBS PD인 책의 저자들은 7년여간의 취재와 수많은 자료를 토대로 문해력과 읽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아이들마다 성장 속도가 다를 테지만 문해력에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건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 읽고 쓰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읽지 못하는 현상, 그리고 읽지 않는 현상은 점차 사회적 문제로 번져간다.

누구나 글자를 알면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눈으로 글자를 보는 것은 읽기가 아니다. 읽기는 눈으로 시각적 정보를 받아들이고 뇌를 통해 처리하는 행위다. 이는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인간 뇌에 있는 시각 단어 형태 영역을 비롯하여 뇌의 광범위한 영역이 활성화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읽기 메커니즘을 널리 퍼트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여러 장애물들을 파악해야 한다. 저자들은 질문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 빨리 많이 읽기를 재촉하는 문화,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 등이 문해력 격차를 만들어왔다고 말한다.

문해력은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이다. 타인과 대화하고 이해하고 협력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문해력이 필수다. 이 책에 제시된 다양한 해법 중 각자의 상황에 맞는 방법을 찾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때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적이 있었다. 책에 담긴 내용을 파악하기보다는 권수를 많이 채우는 데만 급급했다. 과거에 읽었던 책을 다시 보게 되면 꼭 처음 보는 책처럼 여겨질 때도 종종 있었다. 글자만 읽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 순간, 양보다는 질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 책 역시 그런 생각으로 읽을 수 있었다.

문해력 격차는 개인만의 문제라 할 수 없다. 환경적 영향도 큰 부분을 차지하기에 개인과 사회가 모두 문해력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스마트폰보다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문해력격차 #어크로스 #도서리뷰 #서평단 #어크로스북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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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각 아름다운 밤에
아마네 료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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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 마을에서 여성을 살해한 후 불태우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다. 산시로는 이 사건으로 여동생을 잃고 절망에 빠져 있던 순간 은발의 미소녀 오토미야 미야를 만나게 된다. 독특한 외모만큼이나 특별한 능력을 지닌 그녀는 소리를 빛으로 치환하는 '공감각'이라는 신비로운 감각을 통해 사건을 해결한다. 산시로와 미야는 함께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범인은 뜻밖에 가까이 있었는데...

공감각자라는 독특한 캐릭터와 범행 동기를 추적하는 와이더닛 형식의 소설이다. 실제로 공감각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해서인지 특정한 감각이 또 다른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했다. 작가는 상상만 했던 영역을 글자로 설명하며 머릿속에 영상을 떠올리게 한다.

현실과 상상의 영역을 넘나들며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게 된 이유에 다가갈수록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된다. 소설 초반에 의심 가는 이가 등장했지만 동기와 수법 등이 모호했다. 조력자로 등장한 캐릭터조차 눈길을 끌었다. 설정부터 등장인물까지 참신했던 소설은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되었다.

여동생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소년과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범인을 찾아내는 소녀는 각자의 방식으로 사건을 추리해 나간다. 나 역시 나름의 추리를 해가며 범인은 엘리트의 정신이상자라 생각했다. 그러나 범행 동기가 밝혀졌을 때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가 취한 와이더닛 형식은 사건 중반 이후 범인을 특정한 뒤 범행 동기에 집중한다. 범행 동기에 공감할 수 없거나 억지스럽다 여기게 되면 소설의 매력은 떨어진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우려를 말끔히 지워냈다.

믿고 보는 블루홀식스의 장르소설답게 이 소설 역시 기대감을 한껏 충족시켜 주었다.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소설은 독서의 즐거움을 일깨워 준다. 공감각 탐정 미야를 주인공으로 한 '미야 시리즈'가 더 있다고 하니 빠른 시일 내에 국내에서도 출간되기를 기대해 본다.


#공감각아름다운밤에 #아마네료 #블루홀식스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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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두 죽어야 하는가
심너울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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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죽지 않는 해파리를 발견하여 인체 적용 실험에 성공한 도르나이 바이오틱스는 '크로노스타신'이라는 불로불사의 신약을 개발하였다. 식약처 공무원인 효원은 제약사들의 비윤리를 고발하는 블루워터 리서치의 대표 이청수와 함께 불멸의 약을 둘러싼 진실에 다가간다.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한 2040년대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은 "불멸"이라는 무거운 메시지를 던진다.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이며 태어난 이상 반드시 겪게 되는 일이라 여겼기에 불멸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무섭게 느껴졌다.

기적의 신약이라 불리는 크노로스타신은 인류 최후의 꿈을 이뤄줄 수 있을까. 의심을 가지고 읽다 보면 과거 맞춤형 줄기세포 원천기술 보유 여부로 논란이 사건과 혈액 몇 방울로 250여 개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테라노스의 키트가 연상된다.

작가는 의료 제약 기술의 발달에 그에 따른 윤리 문제를 다룬다. SF 소설이라 하지만 어쩌면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평소 관심 있는 주제였고 연구실에서 근무했던 경험도 있었기에 더 공감하며 빠져들 수 있었다.

공중보건을 꿈꾸던 직업 공무원에서 언더커버로 잠입한 효원의 각성과 인간 생명을 우습게 아는 제약 회사들의 횡포를 고발하는 청수의 신념이 만나 펼쳐지는 무모한 액션 활극이 시선을 잡아끈다. 인간이 가진 각자의 욕망을 사회적 문제와 결부시켜 매끄럽게 그려낸 소설은 평소 SF 장르에 대해 가졌던 선입견을 깨트린다.

죽음이라는 삶의 한 과정이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을지라도 죽지 않는 세상이 과연 아름답기만 할까. 억지로 붙여 놓은 삶이 행복할 수 있을까. 장르물의 재미와 사회 비판적 시각을 동시에 담은 심너울표 SF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기대가 된다.


어떤 결정과 어떤 선택은 영원한 마음의 짐이 될 것이다. 어떤 혼란스러움은 삶에 내재한 속성이라 결코 극복할 수 없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그녀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 선택을 조금씩 긍정할 수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더 나아갈 수 있었다.

p. 331


#왜모두죽어야하는가 #심너울 #나무옆의자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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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야나 렌조바 그림,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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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의 반가운 신작 소식이 들려왔다. 『이기적 유전자』는 다윈의 적자생존과 자연선택 개념을 유전자 단위로 치환하여 진화를 설명했다. 새로 나온 신작 『불멸의 유전자』는 탄생과 죽음, 진화와 불멸이라는 주제로 유전자의 관점에서 자연을 바라본다.

이 책에서는 개체를 둘러싼 환경과 자연 선택 과정이 유전자에 어떻게 남게 되는지 설명한다. 유전자는 생물체가 살아가게 될 환경에 맞게 몸체와 외형을 조정한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개체의 유전자를 분석함으로써 개체의 외양과 더불어 살아갈 환경까지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즉, 개체를 이루는 모든 세포와 생화학적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사자(死者)의 유전서이자 미래 예측서이다.

저자는 우리가 다큐멘터리 등에서 볼 수 있는 생물체의 기괴한 모습에 담긴 의미를 파헤치며 과거의 기록이 촘촘히 쌓인 유전자의 영향을 이해시킨다. 유전을 일으키는 작은 물질을 살아있는 역사서로 의미를 확장하여 과거부터 이어져온 생존 전략과 적응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그는 이렇게 덧씌워진 현재 생명체의 유전자를 '팰림프세스트'라고 칭하며 개체가 살아남기 위해 적응하고 진화한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팰림프세스트는 이전 글에 나중에 다른 글을 겹쳐 쓴 원고라는 뜻으로 고대에 양피지에 겹쳐 쓴 것처럼 유전자도 이와 비슷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작에 비해 더 확대된 유전자 개념이 흥미롭다. 위장술이 뛰어난 동식물부터 멸종된 공룡들의 뼈,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의 창자, 새의 부리, 인간의 뇌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일러스트가 첨부되어 있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불멸의 유전자』에 따르면 현재를 살아가는 나는 예측의 결과다. 과거부터 이 환경에서 살아왔고 자연 선택을 거쳐 환경이 유전자에 적힌 결과다. 생명을 이루는 작은 단위로만 생각했던 유전자를 미래 예측이라는 개념으로 확장시킨 저자의 설명은 학문적 한계를 넘어서 교양 과학서로서 생명과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지식 확장이라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불멸의유전자 #리처드도킨스 #을유문화사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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