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좀 쉬며 살아볼까 합니다
스즈키 다이스케 지음, 이정환 옮김 / 푸른숲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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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요즘 날씨에 보기만 해도 시원한 기분이 느껴지는 하늘색 표지. 얼음이 가득 든 유리컵 위에 앉아 있는 한 남자. 그저 기분 좋게 시원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은 갑자기 닥친 끔찍한 상황을 처절하게 이겨내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이것도 투철한 기자 정신이라고 해야 할까? 손가락조차 자유롭지 않은 현실에서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간 저자의 의지에 감탄할 뿐이다.


인생의 이제 막 2 막을 시작하려는 나이 마흔. 젊은 나이에 뇌경색이 발병하게 된다. 그리고 그 후유증으로 생긴 고차뇌기능장애. 다행히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경증 고차뇌기능장애 환자로서 저자는 그의 감정과 변화를 하나씩 기록했다. 스스로 취재원이 된 것이다. 건강한 사람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 고통을 이토록 유쾌하게 풀어내다니.. 이 사람 정체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이 책에는 그 이전에 뇌에 문제가 생긴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그의 아내 치나쓰. 이 부부.. 참 파란만장하다.


이른 나이에 시작된 결혼 생활도 평범하지 않았지만 그  생활 중에도 끊임없는 자해하며 마음의 병을 앓고 있던 그녀. 그런 그녀가 강한 두통을 호소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62mm의 큰 교아종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고 5년 생존율 8%의 예후가 가장 나쁜 뇌종양이었지만 잘 견뎌냈고 5년 후 생존 판정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고통을 계기로 저자는 스스로 변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모든 걸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아내를 의지하면서 조금씩 자신을 옥죄고 있던 것들에서 벗어나게 됐다. 매일이 100미터를 전력으로 질주하였었다며 이제는 천천히 자신의 페이스로 오래도록 달리게 된 것이다.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가족 중에 오래도록 치료를 받고 있는 이가 있기에 마지막 그의 아내의 글에 더 공감이 갔는지도 모른다. 나는 어떤가. 집에서든 가족에게든 일어나는 일은 전부 알아야 하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완벽하게 끝마쳐야 하고.. 누구도 강요한 적 없는 삶을 스스로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가족들에게 의존하고 덜 완벽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내 어깨에 놓여 있는 삶의 무게를 내려놓아도 되지 않을까. 아니 그래야 한다. 나를 위해서도 우리 가족을 위해서도.  비록 한번 파괴된 뇌세포는 다시 재생될 수 없지만, 저자에게는 이전보다 훨씬 여유롭고 행복한 세상이 기다릴 것이다. 사랑하는 그의 아내와 함께라면. 이 부부의 건강하고 웃음 가득한 삶을 응원한다.


질병에 걸리면 인생이 불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행복은 다시 찾아온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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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로니아공화국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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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살기 위해 나라를 만든다. 살고 있는 나라가 싫어서도 아니요, 미워서도 아니다. 그동안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으니 이제라도 재미있게 살기 위해 나라를 만드는 거다. 이런 터무니없는 '김강현'은 점점 빠져든다. 그리고 그는 아로니아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 된다.


한국, 일본, 중국이 맞닿아 있는 바다 한가운데 만들어진 인공섬. 그곳이 아로니아 공화국이다. 국민의 존엄과 자유와 평화를 위해, 이곳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이 나라. 허무맹랑한 이야기지만 끝까지 다 읽은 후에는 정말 이런 나라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어린 시절, 동네 만화방에 둘 컬러텔레비전을 사려 동네 아이들에게 '삥'을 뜯던 김강현. 아버지에게 걸려 제대로 맞은 후에 조금 정신을 차렸고 강제도 정신 수양을 위해 끌려간 태권도장에서 수영 누나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된다. 외가 대대로 내려오는 불교도 마다한 채 수영 누나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으로 천주교 신자가 된다. 평소 외우는 것에는 천재적인 능력이 있어서인지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고 전교 꼴찌 근처에 있던 그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로 대학 입시에 합격한다. 

법대에 진학한 김강현은 악마라도 변호해야 하는 변호사라는 직업은 싫고 법조문만 읽어대며 한 사람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는 판사라는 직업도 싫어서 검사가 되기로 한다. 하지만 그 조직도 깡패들과 다를 바 없었다. 과거 억울하게 고문으로 죽음을 당한 사람들에 대한 재심에서 김강현은 유족들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며 무죄를 선고한다. 썩어빠진 조직에 제대로 크게 한방 먹이고 그곳을 탈출한다. 그때부터 그에게 새로운 나라를 만들자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허무맹랑한 나라 세우기에 관한 책이 아니다. 이 책 한 권에 우리의 현대사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군부독재, 그에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하려는 시위대, IMF 등.. 돌아보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시절 이야기가 책 속에 잘 녹아들어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많은 독자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겪었던 분노와 아픔을 유쾌하게 마주할 수 있어서 읽는 내내 빠져들었다. 

한 나라가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준비, 그 과정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아로니아 시민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소외 말하는 강대국일지라도 정면으로 맞서며 지켜낸다. 힘들여 만든 이 영토가 사라질지라도 내 나라 사람은 꼭 지키는 작지만 강한 아로니아. 이곳에서라면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아로니아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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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을 걷는다 - 과거와 현재를 잇는 서울역사산책
유영호 지음 / 창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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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은 토요일 오전. 

버스를 타고 경복궁역에서 내려 작은 미술관으로간다. 

이른 시간에는 관람객이 적어 한적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짧은 미술관 관람이 끝나면 일명 '서촌'이라 부르는 동네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작고 정겨우면서도 운치 있던 서촌도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조금씩 변하고 있다. 

이 작은 동네가 가진 매력이 무엇이길래 끊임없이 사람들이 몰려드는 걸까?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고 있어서일까? 내가 이 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다양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자 이 책을 펼쳤다.



내 기준에서 이 책은 역사서다. 

늘 가는 곳이지만 잘 알지 못했던 서촌을 중심으로 

광화문과 통인동 일대, 세종로로 이어지는 그 곳에 담긴 역사를 이야기한다. 

아기자기한 서촌 골목길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이 틀렸다. 

묵직한 이야기가 한 가득 들어있다. 


정동으로 직장을 옮긴 지 어느새 6개월이 훌쩍 넘었다. 

강남보다는 광화문을 좋아했었기에 지금의 위치에 무척 만족한다. 매일 다니며 보는 광화문과 세종문화회관, 가끔씩 산책하는 청계천 길, 

세종문화회관 뒤에 있는 빌딩 용비어천가 등.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내가 알지 못했던 역사가 담겨 있었다. 

하루 시간의 절반을 보내는 이 곳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가 무척 즐거웠다. 

때로는 무겁고 때로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이 책에 가득 들어있다. 

흡사 보물창고 같기도 하다.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면 이 책을 손에 들고 

다시 한번 서촌으로 걸어가보려 한다. 

눈으로 보기만 했던, 책으로 읽기만 했던 그 곳을 

읽고 보며 다시 한번 느껴 보려 한다. 

서울의 작은 동네에 숨겨진 역사 이야기. 

이런 책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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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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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폭우. 늦은 밤 차를 운전하며 집으로 돌아가던 '캐시'는 잠시 고민을 하다라도 빨리 집으로 가기 위해 숲속으로 난 지름길을 택했다. 저 앞에 빗속에 서 있는 차를 발견했지만 뭔가 모를 두려움에 그냥 지나쳐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음날, 숲속 차 안에서 살해된 여성의 시체가 발견됐다는 뉴스를 들었다. 그 순간 캐시가 느낀 감정은 두려움과 죄책감이었다. 그 순간 차에서 내렸더라면 그녀는 살아 있을 수 있을까? 어쩌면 살해범이 그녀 옆에 있다가 나를 죽였을지도 몰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그날의 비밀. 더 끔찍한 건 살해당한 여인이 캐시가 아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하나둘씩 벌어지는 이상한 사건. '내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그저 범죄 현장을 목격했지만 방관한 한 여자의 심리를 그린 책인 줄 알았다. 마지막 50페이지를 남겨두고는 내 안에서 분노가 폭발했다. 캐시가 느꼈을 배신감과 죄책감이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살인자처럼 느껴졌지만 그래도 오직 두 사람만은 믿었는데.. 세상 그 누구보다 다정했던 그와 유일하게 나를 이해해주는 그녀. 이 가증스러운 두 사람의 철저한 계획에 분노가 치민다. 평범한 사람을 파멸로 몰고 가는 두 사람의 행태에 욕지기가 치밀어 오른다.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살인범이라고 밝혀졌을 때는 나름 반전의 재미를 느끼기도 했지만 주인공 캐시가 만들어 낸 이야기가 실제 범죄 스토리였다는 점에서는 살짝 김이 빠진 느낌을 받기도 했다. 


한 여자의 어리석은 욕심과 분노로 시작된 사건. 애당초 원인은 모두 '레이철'로 시작된다. 돈에 대한 욕심, 잘못된 복수, 그녀의 계획에 동참하게 된 멍청한 남자까지. 오랜 시간 동안 행해진 두 사람의 범죄가 밝혀진 장면이 짧았던 건 무척 아쉽지만 이제 캐시는 당당하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존재조차 의심해야 했던 안타까운 시간이 있었지만 그녀의 영리한 머리 덕분에 미궁에 빠질뻔했던 한 여인의 죽음도 깨끗하게 해결되었다. 첫 장을 넘긴 후부터 마지막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브레이크 다운>. 저자의 필력에 박수를 보낸다. 독자를 빨아들이는 그녀의 이야기에 푹 빠졌다. 전력질주를 한 것처럼 숨 가빴던 시간이었지만 캐시의 마지막 한 방에 속이 뻥 뚫렸다. 여름날, 무더위를 날려버릴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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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고양이 1~2 세트-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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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바스테트다. 나는 암고양이다.

내게는 소통하고 싶은 작은 꿈이 있다.

인간 집사에게 생각을 전하고 생쥐와 소통하는 것.

갑자기 엄청난 굉음이 들리고 반짝이는 불꽃을 보았다.

어린 인간들이 바닥에 쓰러진다. 파란 불빛을 내는 흰색 차가 도착했고

검은 옷을 입은 인간을 차에 실어갔다.

곧이어 등장한 또 다른 흰색 차는 어린 인간을 태우고 떠났다.

잠시 후 내 집사 나탈리는 커다란 까만 상자를 가지고 오더니 한참 동안

거기에 매달려 있다. 아까 내가 본 장면이 까만 상자에서도 나온다.

집사는 그 장면을 보더니 눈에서 물을 흘린다.

집사가 느끼는 슬픔과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피타고라스라는 이름을 가진 멋진 수컷을 만났다.

머리에 연보라색 플라스틱을 달고 있는 매력적인 샴고양이.

언젠가 저 수컷이 내게 넘어오도록 만들 테다.

샴고양이가 내게 알려주었다.

굉음을 내고 반짝이던 건 총이며 검은 옷을 입은 인간이

유치원에서 총을 난사해서 어린 인간들이 죽음을 당했다는 사실을.

내 집사가 보던 상자는 텔레비전이며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는 것을.

고양이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 문명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다. 고양이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 세상.

끊임없는 전쟁과 테러로 폐허가 된 그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은 이미 페스트로 고통을 겪었었다.

14세기 유럽에 대유행하던 페스트로 셀 수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소설 속 파리는 내전으로 황폐해졌고 다시 페스트가 성행하기 시작했다.

쥐 떼의 습격을 피하기 위해 고양이 군대는 인간과 손을 잡기로 한다.

인간 중심의 세계에서 탈피해 고양이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결국 세상을 위험에 빠트린 건 인간들이다.

그들의 이기심, 욕심, 광기, 이런 것들이 우리 삶을 위협했다.

이런 어리석은 인간들 도울 수 있는 건 고양이 군대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 어느 때보다 반려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실에

어울리는 소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화자가 암컷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전체 이야기를 여성의 관점에서 풀어내며 남성 중심의 사회에 대한 비판하는 점도 이 책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줄 수 있다.

신선한 소재와 전개의 베르나르 베르베르 신작.

가볍게 읽기 시작했지만 생각이 많아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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