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다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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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남과 헤어짐은 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일만은 아니다.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 일 거라는 내 짐작은 틀렸다.

평범한 일상에서 우리가 겪는 다양한 만남과 헤어짐에 관한 짧은 이야기가 모여

커다란 울림과 감동을 준 책이다.

각각의 짧은 이야기에 우리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러스트 작가와 편집자의 이야기를 다룬 <다시, 만나다>에서는

현실에 순응하며 달라져야만 하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진중하고 믿음직했던 편집자가, 어느 날 너무 다른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을 때,

과거의 모습만 기억하고 있던 작가가 느끼게 되는 이질감과 실망감이 잘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또다시 재회했을 때 이들은 서로에게 가졌던 마음속 진실함을

다시 느끼게 된다. 아마도 이 두 사람은 앞으로도 멋진 동업자로 성장하지 않을까.

이들의 훈훈한 만남과 미래를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진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단편은 <마마>였다.

어린 시절 엄마를 잃고 상상 속에서 만들어간 엄마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남편.

아내는 그런 남편을 사랑했고 그가 말한 엄마의 모습에 감명을 받아 결혼을 했다.

하지만 그가 한 거짓말에 충격을 받고 더 이상은 신뢰할 수 없기에 어린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왔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앞으로 어떻게 할지도 모른 채

차를 몰고 여동생 집으로 가던 중 아내는 남편이 말했던 '마마'를 만나게 된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위로와 작은 실마리는 전해준 마마.

남편의 추억 속 그 마마였다. 어쩌면 어른이 된 남편과 아내는 여전히 엄마라는 존재를

그리워하며 엄마 품 속에서 위안을 얻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상상으로 만들어낸 엄마일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큰 위로를 받고 어리광을 피울 수 있었을 것이다.

잠시 방황했던 아내가 다시 남편에게로 향하는 순간,

이 부부의 행복이 영원하길 기도해본다.

이렇게 평범한 삶 속에서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 입체적으로 이야기한 작가의 글을 통해

내 곁에 있는 이들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현재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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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의 나무 일기
리처드 히긴스 엮음, 허버트 웬델 글리슨 외 사진, 정미현 옮김 / 황소걸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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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이름을 들으면 <월든>이라는 책이 떠오른다.
<월든>은 소로가 월든 호숫가의 숲속에 들어가 통나무집을 짓고 
밭을 일구면서 소박하고 자급자족하는 2년간의 생활을 쓴 책이다. 
대자연의 예찬자인 그가 쓴 <나무의 일기>는 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소로가 쓴 100여 편의 짧은 에세이가 모인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인간이 이렇게나 순수하게 나무를 사랑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존경심까지 든다.
나무의 어떤 점이 이토록 그를 매혹시켰을까.
나무를 보고, 느끼고, 알아가는 소로의 짧은 이야기를 통해 

어쩌면 나무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을까.
작은 희망을 갖고 읽기 시작한 이 책에서 소로는 인간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 나무를 관찰했다.
그가 직접 스케치한 나무와 이 책의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이 함께 수록되어
소로가 느낀 나무에 대한 감상을 읽은 내내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소로는 나무와 자신을 동일시했다. 
한 생명체에 대해 마음 깊은 교감을 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이 부러울 뿐이다.
나무를 친구로 생각하고 자신의 친척처럼 여겼다. 
그러한 나무들 덕분에 자연에 대한 소로의 애정은 점점 풍부해졌다.
이 짧은 에세이를 통해서도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단어 하나하나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나무와 영혼으로 교감하면서 느낀 사랑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을 읽은 후
내 주변의 풍경을 다시 바라봤다.
비록 겨울이 되면서 나무의 잎은 다 떨어졌지만
우뚝 서 있는 그 모습에서 자연의 힘을 조금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 봄이 오면 앙상한 가지에도 새싹이 피어날 것이다.
그리고 푸른 잎을 가득 품고 울긋불긋한 색동옷으로 갈아입을 것이다.
신비로운 자연 현상을 생각하니 소로가 나무를 사랑한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감탄한, 그가 쓴 짧은 구절을 덧붙인다.


마지막 숨을 내뱉는 나무


오늘 불길이-마치 야생마가 콧김을 내뿜으며-포효하듯 탁탁대고 타올라 불과 싸우는데, 이따금 소리가 들려왔다. 이를테면 숨을 거두는 나무가 뱉어내는 죽음의 선율, 최후의 한숨, 고통에 몸부림치는 미세하고 분명한 날카로운 비명이다.

...(p.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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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많은 당신이 씩씩하게 사는 법 - ‘당신은 힘든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왔나?’ 걱정에 휘둘리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행동 습관 11가지
데이비드 시버리 지음, 김태훈 옮김 / 홍익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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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걱정이 많은 나. 그 이유가 늘 궁금했다.
사소한 일부터 쓸데없는 일까지 온갖 걱정은 혼자 짊어지며 힘든 삶을 자처하는지 말이다.
그나마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덜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걱정이 많다.
예를 들면, 출근길 지하철에서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서 
'이렇게 많은 지하철이 땅속에 있는데, 이러다 땅이 무너지면 어쩌지?'
라는 걱정을 하곤 한다. 
이런 스스로가 싫어 삶에 유연해지고 대범해지고자 하지만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나는 뻔뻔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데이비드 시버리 박사가 쓴 이 책은 
 ‘걱정에 휘둘리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행동 습관 11가지’를 제시해준다.
훼방꾼과 습관이라는 독재자를 이기고 당당하고 경쾌하게 사는 길을 독자에게 알려준다.
이 책에는 자신의 습관을 점검해 볼 수 있는 생각 습관 체크리스트가 각각의 사례별로 실려있다.
나열된 문항에 대해 체크를 하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주위 사람에게도 같은 질문을 해보라 권한다.
나는 차마 거기까진 실천하지 못했다. 타인이 바라보는 나를 알게 된다는 게
솔직히 두려웠다. 그래서 혼자 조용히 생각 습관을 체크해봤지만... 
'중증의 긴장 불안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머릿속으로 알고 있던 자신에 대한 단점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부터 잘못된 습관을
고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눈으로 읽고 머릿속에 담는 것에 더불어, 실제 내가 어떤 점에서 걱정이 많은지, 
마음의 짐을 덜고 유연하게 살 수 있는 작은 실천은 무엇인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앞으로 남은 인생, 쓸데없는 걱정 없이 씩씩하고 자신 있게 하루를 살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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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의 대화
샐리 루니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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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우연히 친구가 된 네 사람이 있다. 시인, 공산주의자, 사진작가, 배우.
시인과 공산주의자는 과거 애인 사이였으나 지금은 둘도 없는 친구다.
사진작가와 배우는 부부다. 이들에게서 어떤 공통점도 찾아볼 수 없다.
나이 차이도 크다. 전자 커플은 20대 초반이며 후자 커플은 30대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이 만든 관계 속에서 예상했지만 일어나지 않길 바랐던 일이 생겼다.
읽는 동안 불편했다. 시인인 프랜시스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나는 그녀에게 전혀 공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녀의 전 애인이자 현 친구인 보비에게 더 마음이 쓰였다.
내 안에서 프랜시스와 배우 닉의 관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관계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처지도, 그녀의 마음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모습으로만 보였기에 이들의 관계가 계속 불편했다. 
이 불편한 관계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속마음을 숨긴 채 자신은 상처받길 원하지 않지만 
타인에게 상처 주는 데는 거침이 없다. 너무 심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상대에게
직설적으로 말하는 이들의 대화를 읽으면서 수동적인 자신들의 
삶을 가시 돋친 말로 감추려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성공한 개인이 관계를 형성할 때 생기는 묘한 어긋남, 그 틈에서 오고 가는 날카로운 대화에서
자신을 더욱 꽁꽁 싸매며 방어막을 구축한다.
이들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어긋남이 점점 커져 결국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다.
나는 그렇게 이들이 각자의 삶을 살기를 원했다. 부부는 자신들의 가정을 지켜나가고
젊은 두 사람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살아가기를 말이다.
하지만 프랜시스의 마지막 한 마디. 그 말이 내 바람을 깨뜨렸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녀에게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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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말이죠… - 이 도시를 채우고 있는 아름다운 기억들
심상덕 지음, 윤근영 엮음, 이예리 그림 / 이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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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서울은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화려한 도시이다.
태어난 무렵부터 지금까지 쭉 서울에서 살고 있는 내게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서울은 참 낯설다.
그래도 조금씩 떠오르는 기억의 조각들이 있다.
골목길 담장 밑에 돗자리를 깔고 옹기종기 모여 친구들과 놀던 모습.
김장철이 되면 우리 동네 아줌마들이 한 집에 모여 다 같이 김장을 담그던 모습.
앞집, 뒷집, 옆집, 윗집 모두 한 가족처럼 지냈던 그 어린 시절.
30여 년이 지난 지금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TV 드라마에서나 볼 듯한 풍경들이 내 과거 속에 남아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서울은 그보다 훨씬 더 예전의 서울이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 혹은 내가 태어난 무렵 서울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낸다.
잠시나마 타임머신을 과거로 돌아간 기분을 느꼈다.
통행금지가 있었고, 거리 곳곳에 빨간 우체통이 있었고, 
서울 시민임을 증명하는 시민증을 발급했던 그 시절.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동시에 경험한 세대로서 
때로는 느리지만 정감 있는 아날로그가 그리울 때가 있다.
하루하루 숨 가쁘게 살아가는 지금의 서울 생활이 슬프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힘들어도 함께 이야기하고 위로하고 고통을 나눌 이웃이 있었던 그 시절의,

그 따스함이 그립다.
요즘 사람들에게 서울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우리 부모님이 살았던, 내가 살았던 정겨운 서울의 모습이 오래도록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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