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이는 물결 - 작가, 독자, 상상력에 대하여
어슐러 K. 르 귄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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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과 환상의 예술에 대하여 SF 판타지 문학의 세계적인 거장 어슐러 K. 르 귄의 글을 모아둔 책이다. 1988년부터 2003년까지 발표한 에세이, 문학 작품집의 해설과 서문 등 글쓰기와 읽기라는 예술을 탐구한 결과이며 2005년 베스트 논픽션 부문 로커스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개인적인 문제들, 독서, 토론과 의견, 글쓰기에 대하여라는 범주에서 다양한 주제를 통해 상상력의 힘을 이야기한다. 책은 <나를 소개하기>라는 에세이부터 시작한다. "나는 남자다."라는 첫 문장부터 도발적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성별이 실제로 의미하는 바를 다루며 그녀의 이야기에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또한 자신의 인생을 생생하고 즐겁게 만든 도서관의 기억을 떠올리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아름다움과 젊에 대한 생각을 전한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고 나면 세련되고 우아한 문학 비평에 글을 읽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p. 107
소설가는 언어로 현실을 만드는 사람이다. 글쓰기라는 예술은 모두 말로 장난하고, 말속을 뒹굴고, 말에 빠져 흥청망청 즐기고, 말에 집착하고, 그 안에서 현실을 발견하는 데서 시작된다.


사실 판타지 장르에는 익숙하지 않다. 판타지 특유의 분위기와 세계관이 여전히 낯설다. 이런 배경에서 '판타지가 가장 오래된 서술 문학이며 가장 보편적'이라는 문장이 시선을 끌었다. 픽션이 현실보다 더 유용하고 이를 보편적으로 서술하는 방식으로서 판타지가 적합하다는 설명은 문학을 대하는 시선을 더 넓혀주었다. 


또한 작품에 대해 아이와 어른의 시간 간극이 주는 차이와 소설가에게 있어 언어란 무엇인지, 문학에서 리듬과 강세의 역할, 그리고 상상력을 활용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제시한다. 


P. 329
말에는 힘이 있다. 이름에도 힘이 있다. 말은 사건이므로, 이런저런 행동을 하고 변화를 일으킨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을 모두 변화시킨다.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증폭시킨다. 이해 또는 감정을 주고받으며 증폭시킨다.


그렇다면 상상력의 힘이란 무엇일까. 이 책에 따르면 판타지와 사이언스픽션은 독자가 살고 있는 실제 세상의 대안을 제시하는 장르다. 여러 대안과 가능성, 변화를 통해 현실의 고단함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만든다.  


작가는 '이야기를 믿어야만 이야기의 방향을 알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우리의 인생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이야기를 믿듯이 자신을 믿어야만 자신이 나아가는 방향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는 각자가 살아가는 방식과 닮았다고 할 수 있다.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중에 그 이유를 찾은 것 같아 조금은 안심이 된다.


독서의 이유와 상상력이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을 알고 싶다면 인생의 깊이가 담긴 이 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p. 278-279
내 몸이 지난 세월 놀랍고 짜릿하고 걱정스럽고 실망스러운 갖가지 변화를 겪는 와중에도 전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단순히 외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나라는 사람. 그 사람을 찾아내서 어던 존재인지 알아내기 위해 나는 깊게 꿰뚫어 보아야 한다. 공간뿐만이 아니라 시간까지도. 내게 기억이 있는 한 나는 길을 잃지 않는다.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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