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용도 (양장)
니콜라 부비에 지음, 티에리 베르네 그림, 이재형 옮김 / 소동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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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무엇인지 모를 새로운 설렘을 준다. 그러기에 나는 현재의 내가 부서질 듯 의미를 잃어갈 때 여행을 서두른다. 목적도 없이 떠나서 목적을 가지고 돌아오기도 하는 것이 여행이다. 여행서인 세상의 용도라는 책을 읽으니 우리나라의 여행자로 이름을 날린 한비야가 떠오른다. 자유로운 여행가의 삶을 부러워하게 만든 한비야의 책을 읽으며 여행을 꿈 꿨던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나도 그녀의 여행기를 보며 진정한 용기를 가진 멋진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서인 세상의 용도1953년에서 1954년 사이의 여행에 관한 아주 오래된 여행기이다. 스위스의 니콜라 부비에는 작가이고 티에리 베르네는 화가인, 두 사람이 제네바에서 유고슬라비아, 터키, 이란, 파키스탄을 거쳐 아프가니스탄의 카불까지 돌아보고 그림은 티에르가 그리고 글은 니콜라가 수필 형식으로 썼다.

 

작가는 여행지를 잘 묘사하고 있었다. 27쪽의 내용을 옮겨 보자면 이곳은 양귀비와 수레국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나 다 무너져가는 건물을 공략하고 주변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누추한 집과 임시숙소를 푸르른 침묵 속에 파묻어버린 정글이었다작가 특유의 세심한 글 솜씨가 맛깔스럽다. 또한 28쪽의 조각가를 묘사할 때도 턱수염이 지저분하게 난 그는 꼭 무슨 자동권총이라도 되는 양 망치를 허리띠에 꽂고 다녔고, 잠을 잘 때는 거의 다 완성된 동상 발밑에서 짚을 넣은 매트를 깔고 잤다.’라고 표현하였다. 표현 하나 하나의 글귀들이 즐겁게 읽힌다.

 

그는 여행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26쪽의 말을 빌자면 새로운 세계에서 빈둥거리며 나태를 부리는 것만큼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 이랬다. 작가의 말처럼 여행은 새로운 세계에서 빈둥거리며 나태 부리는 것이다. 그러한 여행의 재미를 아는 사람은 언제나 여행을 떠날 계획을 하고 준비를 한다. 나도 그러한 여행을 좋아한다. 글 중간 중간에 삽입한 삽화도 눈길을 끈다. 이슬람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나라는 그다지 추운 겨울이 아니라는 생각에 감사함이 느껴진다. 229쪽부터 작가의 글을 읽어 내려가자면 아제르바이잔의 겨울은 혹독하다. 한밤중 기온이 영하 30도까지 내려간다고 하고, 살을 에는 돌풍이 북쪽에서 불어와 눈을 휘젓고 들판을 꽁꽁 얼린다고 한다. 얼마나 추우면 호주머니에서 두 손이 머무를까?

 

322쪽에 그려진 마하바드의 새인 핫지락-락인지? 두루미? 인지는 모르겠지만 푸지게 살이 오른 걸 보니, 잘 먹은 새 인 것 같다. 그곳의 새를 그림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더 신비로웠다. 333쪽에 보니 외출한 사이 누군가 숙소를 엉망으로 흩뜨려 놓았다고 한다. 여행지에서 가장 두려운 일은 바로 강도나 도둑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 경험담이야 말로, 그 옛날부터 도둑은 극성이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외국 여행을 할 계획이 있으므로 도둑을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지인은 외국에 여행을 다니려면 거지처럼 하고 다녀야 한다고도 했다.

 

세상의 용도는 여행지 이야기도 재미나지만, 여행지를 묘사한 내용이 더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게 읽히는 책이다. 또한 그것에 그치지 않고, 여행자의 상황을 보면 무척이나 곤혹스런 이란에서의 겨울을 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더운 나라 터키로 가며 고생한 시간 속에 삶의 지혜를 들려주기도 한다. 여행을 하고 싶다면 세상의 용도를 읽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을 한다. 여행에 관한 책 한 권쯤 소장하고 싶은 사람은 세상의 용도책을 소장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책의 내용이 썩 괜찮다는 것이다. 이 책은 상당한 두께를 가지고 있지만, 중간 중간에 나오는 그림의 의미도 생각해 볼 여지를 주며, 여행지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지루하지도 않고 잘 읽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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