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케의 침묵 - 불가능한 고백, 불면의 글쓰기
김운하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그가 낸 ‘카프카의 서재’를 읽을 때도 의미 있는 문장이 마음에 닿았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 책 “릴케의 침묵”도 한 문장 한 문장이 모두 마음에 들어와 앉는다. 지은이 김운하는 어린 시절부터 줄곧 화가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그는 실존적 방황을 겪기도 하면서 철학에 빠져들기도 했고, 현재는 소설가 이고 인문학연구자로 집필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제목이 “릴케의 침묵”인데 책의 내용에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언어보다 침묵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모든 존재들의 참된 목소리는 침묵이기 때문이다. 침묵은 문학의 기원이자 글쓰기 최초의 문장이다.’라고 하였다. 이렇게 글쓰기와 침묵의 관계를 쉽게 풀어 놓았다. 사실 이 책에 대해 무언가를 쓰려고 하면 왠지, 부담스럽다. 대부분의 문장들이 너무 뜨거운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인간은 상처받는 존재라고 나온다. ‘심각한 마음의 상처와 충격은 트라우마가 되어 병까지 이르게 한다.’고 말한다. 어느 여인이 생각난다. 그녀는 조울증 약을 복용중이다. 마음의 상처가 깊어서 자주 가출도 한다. 그러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곤 한다. 본인도 힘들 테고 가족들도 힘이 들 것이다. 이론으로 그냥 마음의 상처를 쉽게 말할 수는 없다. 이렇게 살아가는 동안 고통 받는다.

  

  이 책에는 작가들의 침묵이 나온다. 김시습은 북한산 암자에서 방문을 걸어 잠근 채 울며 사흘 동안이나 괴로워했다고 쓰여 있다. 그런데 영혼의 운둔처가 과연 있기나 할까? 그러나 침묵을 숭배하고 언어를 금했다는 신비주의자들의 이야기 속에는 영혼의 운둔처가 있는 듯하다. 신비주의자들이 침묵을 금하자 ‘침묵을 뜻하던 단어가 신비로 바뀌었다. 밤은 사회적인 모든 것을 침묵시킨다. 전기가 발명되기 전 자정이 넘은 시간의 대지에는 오직 깜깜한 어둠과 침묵만이 존재했다.’ 여기에서는 신비와 침묵이 가까운 사이로 여겨진다. 참 멋진 침묵의 세계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침묵에 대해 고민해 볼만한 많은 것 들을 담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서도 여러 번 음미하며 다시 한 번 들춰 보게 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용하는 글의 색이 옅은 자주색이어서 글자가 너무 희미하게 보인다. 좀 더 진한 색상이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원고지 줄에 소제목이 들어 있는 것은 꽤 운치 있다. 사람과의 대화만이 대화는 아니다. 책 속의 언어에 몰두하다 보면 사람보다 더 진지한 대화를 나눈 것처럼 뿌듯하다. 겨울 잠들지 못하는 한 사람이 있다면 이런 책 하나 옆에 두고 읽어 보면 좋을 듯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