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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집
박완서 지음, 이철원 그림 / 열림원 / 2013년 8월
평점 :
노란집을 읽으니, 박완서님은 우리들의 이웃 아줌마처럼 편안한 소재로 글을 쓰신다. 그러나 요즘 현대 아줌마는 아니라서 중년 여성에게 더 호감이 있을 거라 여겨진다. 이 책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소녀 시절부터 소설을 좋아했고, 평생 소설을 생각하시다 작고하신 분으로 기억된다. 어떤 방법으로든 끝까지 글과 함께 하셔서 박완서님은 행복했다고 볼 수 있다. “노란집” 그녀의 글 중 공감 가는 부분도 많이 발견된다.
비싼 진짜 영광 굴비를 구워서 밥상에 올려놓고 전화 받고 온 사이 “등뼈의 가시가 빗으로 서먹어도 좋을 정도로 온전하고 깨끗하다.” 며 제 입 밖에 모르는 영감님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늙은 영감이 아닌 아직은 팔팔한 우리 집 낭군도 그렇다. 요즘 부모들이야 아이들에게 살코기 먼저 발라 먹여주고 나머지를 부모가 먹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집 낭군은 그런 요즘 세대에 걸맞지 않게 군림한다. 박완서님의 영감님은 마나님이 토라져도 왜 토라졌는지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푸념한다. 그 당시의 대부분의 주부들이 그렇게 살았다.
“그들만의 사랑법”이라는 소제목으로 쓰신 부분에서는 절로 부모님 생각이 난다. 부모님에게 세상 살맛의 으뜸은 농사 잘 짓는 것과 아이들 입에 수북한 밥숟갈 들어가는 것, 보는 것이 제일의 큰 기쁨이었을 것이다. 가난한 농사꾼은 언제나 그랬다.
“노란집”을 읽을수록 그 시대의 환경을 볼 수 있었다. 또 나의 부모님시대와 나의 어린 시절도 추억해 볼 수 있는 기쁨을 주었다.
소제목 “행복하게 사는 법”에서 아침잠이 없는 박완서님을 뵙게 된다. 저녁 9시면 잠들어서 새벽 4시면 깨어난다는 말씀이 부럽다. 난 저녁에는 잠들기 싫어하면서 아침잠이 너무 많아서 주말이면 오후 2시에나 일어난다. 새벽에 일어나셔서 원고를 쓰셨다고 하니, 원두커피를 마시는 멋진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다. 또 나이가 들면 아주 먼 지난날을 추억하는 일이 많아진다고 하셨다. 최근 일은 건망증이 생겨 잊어버리기를 반복해도 지난날은 즐겁게 떠오른다는 말씀에 공감이 간다. “남의 좋은 점을 찾아내면 네 속이 편하고 예뻐 질 거라는 잔소리”는 박완서님의 어머니가 하신 말씀인데, 좋아서 다시 한 번 되뇌어 본다. 남의 좋은 점만 보려는 것도 노력과 훈련에 의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박완서님은 말한다. 이 나이에도 매번 잊게 되는 말이지만, 그녀의 말처럼 남의 좋은 점을 볼 수 있도록 더 노력하고 싶다.
하루 한 두 소 제목을 읽었다. 이렇게 잔잔한 그녀의 “노란집”에 손님처럼 들어갔다 나온 아침은 뜨신 밥 먹은 듯 든든하다. “노란집”은 그 시대에 맞는 그 시대를 보여주는 글이라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노란집”은 다시 한 번 추억에 젖어 보고픈 이들에게 기쁨의 시간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