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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살인자가 되는가 - 인간심리를 통해 본 파괴적 본능의 진실
요제프 빌플링 지음, 김세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6월
평점 :
“사람은 왜 살인자가 되는가”를 읽은 날, 으스스한 너무도 으스스한 겨울을 느낀다. 그러나 뉴스에서도 가끔 나오는 현실적인 이야기다. 뉴스를 볼 때는 ‘세상에 저런 일이……’라고 경악 했었는데, 글로 접하니 묘하게 더 긴장되고, 사람의 본능에 겁이 난다. 여름이 통째로 허리케인이 되어 8월을 휩쓸고 갈 것 같다.
사람을 이해하는 데는 인간의 심리에 관한 자료들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추악한 심리와 마주하고 보니 괜히 읽었나 싶은 생각도 든다. 인간의 심리를 엿 본다는 것은 ‘단순히 이 책을 읽음으로 해서’ 편한 것은 아님을 느낀다.
독일의 살인전담 수사관이 실화를 바탕으로 쓴 글이라서 더 리얼하고 충격적이다. 재직 시절 그가 해결한 모살 및 고살 사건은 약 100건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사건 해결력도 99%라고 한다. 아무 이유 없이 타인을 헤치기도 하고, 또 이유가 있더라도 살인에 까지 이르는 사람들의 심리를 보여준다. 왜 그들은 다른 방법을 찾을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을 헤치고 나면 본인도 괴로울 것이라 생각한다. 살인의 방법을 택한 그들은 언제나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도피 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의 살인을 한 사람들은 여태까지 자신을 괴롭혀온 괴로움의 형체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완전 범죄는 없다. 사람에게 들키지 않아도 모든 자연이 지켜볼 테니까.
사람들은 더운 여름을 잊기 위해 더위보다 더 강력한 것을 찾는다. 영화 속에도 귀신이 등장하고, 텔레비전에도 귀신이 등장하고, 귀신보다 더 무서운 사람의 악랄함을 영화화하고 드라마화 해서 보여준다. 눈 뜨고 볼 수 없는 장면들로 꿈자리마저 뒤숭숭하다. 오히려 깊은 숙면을 취하는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몹쓸 더위를 쫓아내려고 인간은 잔혹한 것들을 만들어 내고 보여준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실제 사건들이지만 사람의 내면이 무섭고 싫어서 인정하고 싶지 않고 마주보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책속의 인물들)이 처한 환경에서, 그들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혹은 변해 갈 수밖에 없는지) 악의 근원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들도 나도 다른 모든 타인도 결국 “사람”이므로, 똑바로 마주 보아야 한다. 이 책은 “‘살인자로 판명이 나기 전까지는 내 이웃이 그럴 줄 몰랐다’는 끔찍한 의외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사람은 없다” 말하고 있다. 외면하고 싶어지는 진실을 이 책은 보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