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서재 -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책 읽기
김운하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인간은 ‘왜,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한다. 삶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은, 맹목적이 아닌 더 나은 삶, 행복한 삶을 원하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고민이 사라진다는 것은 죽은 사람을 뜻한다. 이미 죽은 사람에게는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없다. 풀 한 포기와도 무관해 진다. 찬란한 봄, 군중처럼 우수수 몰려다니며 아우성대는 푸른 나뭇잎, 화려한 축제를 여는 들, 은백색으로 빛나는 설원마저도 무관하다. 그것들과 마주 보길 원한다면 나는 존재해야 한다. "카프카의 서재"라는 책은 온통 삶에 대한 자기 성찰을 한다. 삶속에서 우리들이 늘 자신에게 던졌음직한 질문을 작가는 자신의 방식으로 책을 통해 고뇌한다. 이 책은 저자의 정신적인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고자 한다. 곧 봄이 올 태고 나는 저자의 정신에 깃든 책장을 기웃거린다.


 “카프카의 서재”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상은 우연이 던져버린 쓰레기더미이다” 라는 문구를 찾았다. 그의 서재에서 발견한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에게 우연이란 신이 자신의 이름으로 서명하고 싶지 않을 때 선택하는 가명이다. 그런 그 우연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문구라니……. 혹여 라도 누구든, 어떤 것이든 우연일지라도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겠다. 이글을 읽는 순간 아주 작은 것, 나도 몰래 스쳐지나가 버린 것의 의미를 세삼 다시 생각한다.

  1월인가 싶은데 어느덧 12월이 되고, 서른인가 싶은데 마흔, 쉰이 된다. 이처럼 시간은 흘러 간다. “시간이 우당탕 소리 내며 깊은 계곡을 세차게 흘러내리는 강이라면 인간은 거기에 실려 떠내려가는 작은 나뭇잎이다”라고 저자의 서재에 언급한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상기하며 저자는 과거를 상실로 해석한다. 저자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과거들이 미래의 우리 삶에 가지게 될 의미를 현재에는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 애쓰지도 않는다는 의미의 상실이라고 한다. 한 때 나의 청춘도 내가 아닌 것처럼 살았다. 살아 있다는 것 빼고는 아무런 희망이나 의미를 부여 할 수 없는 시간을 지나왔다. 그런데, 그 때의 무의미 하고, 존재의 참담함에 허둥대던 미래는 잘 견디고 나니 지금의 현재가 되었다. 이제 또 다른 미래는 후세들의 것이다. 나를 바탕으로 한 후세는 좀 더 즐겁고 가치 있는 미래가 되기를 바란다.


  이렇게 그의 서재에 가면 최고의 비극을 맛보게 하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묻게 되고,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의 신화”를 통해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는 조르바라는 인물을 통해 자유로운 영혼∙열정적인 영혼이 가지는 진짜 용기를 배운다. 더불어 몽테뉴의 “수상록”에서 “고통스러운 생각에 사로잡히면 그것을 억제하는 것보다 생각을 바꾸는 편이 훨씬 빠르다”라는 즐거운 문장과 마주한다. 이렇듯 “카프카의 서제”에는 그가 책과 세상을 통해 공유한 참된 삶의 고뇌들이 수두룩하다. 의미 있는 시간을 갖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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