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밀란 쿤데라 전집 10
밀란 쿤데라 지음, 박성창 옮김 / 민음사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향수”의 저자인 밀란쿤데라는 체코에서 프랑스로 망명한 작가이다. 그런 만큼 “향수”는 그의 경험이 녹아 있는 작품임을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을 통해 망명자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크기가, 현실의 고향에 다다랐을 때 어떠한 의미로 사람을 고독하게 하는지 느끼게 된다.

 

이레나는 남편을 따라 프랑스 파리로 망명을 한다. 친구인 밀라다를 만나서 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녀의 머릿속에 집요하게 이미지화 되었던 싯 구절 ‘말 위에는 죽음과 공작새’를 통해 망명자에게서 떠날 수 없는 고통의 정체를 보는 듯하다. 조제프는 자유를 갈구했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덴마크로 망명했다. 어쩌면 자유를 쫓아가는 것도 욕망의 일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욕망도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님을 이 책의 ‘그녀가 더 이상 살아 있지 않은 이상 어머니의 육신은 더 이상 그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라는 한 구절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누구든 어머니의 품처럼 고향이 그리울 것이고 가슴속에 있다. 그러나 그러한 기억 속의 어머니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살아있지 않아 관심을 끌지 못하는 어머니 같은 고향이 있을 뿐이다.

 

이 책을 읽는 나도 태어나서 19년을 고향에서 자랐다. 어느덧 2?년이 흘렀다. 고향을 떠난 뒤로 몇 번의 고향을 찾은 적이 있지만, 그 때 마다 고향은 낯설었다. 산도 내도 변하고 흙길은 아스팔트를 등에 지고 여름 햇살에 달구어 지고 있었다. 초가와 스레트와 기와지붕과 흙벽으로 숨을 쉬던 집들도 시멘트로 외부의 침입에 저항하듯 단단한 외투를 입고 있었다. 주인공인 이레나와 조제프가 다시 찾은 고향도 그렇게 낯설게 변해 있었다.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은 거대한 시간이란 무형괴물은 참으로 오묘하다. 망명자가 느끼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이 책에서는 ‘오디세우스’를 통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현대의 독자가 읽기에는 조금 딱딱하고 긴장감을 주는 장면이 없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소설이다. 그러나 ‘향수’라는 주제를 놓고 깊은 사색에 빠지기에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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