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자책] 황금광 시대 (체험판)
표명희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8월
평점 :
판매중지
“황금광 시대”는 게임으로 시작해서 게임으로 끝나는 책이다. 책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맹목적으로 게임을 추종했다. 게임 한 판 하듯 죽음으로 인생 한 판 뒤집기를 끝낸 사내의 죽을 통해 인생의 도박장이 그러함을 느낀다. 중독이란 어떤 목적도 이유도 없이 정신과 육체를 그것에 맡겨 보리는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건전함의 기준을 통해 꿈을 꾼다. 건전한 꿈에 중독 된 사람을 매력 있게 바라볼 줄 안다. 그러나 건전하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황금광시대를 읽으면서 그 기준이 모호함을 새삼 느낀다.
작가는 게임장을 상습 정체구역으로 묘사하고, 걸어도 걸어도 제자리걸음을 걷게 되는 것으로 표현한다. 고가도로 근처 건물을 매연과 먼지에 찌들었다고 하며 주인공인 현의 상황에 대해서도 스케치 한다. 도박에 중독된 모습을 ‘고향이든 남자든 한번 떠나면 되돌아가는 거 쉽지 않아’라며 연인이었던 제니의 떠남을 통해서도 게임 중독에서 벗어 날 수 없는 게임광의 속성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 젊은 남자와 겜블러인 손의 카드 게임에서는 도박꾼들의 ‘올인’에 대해 그려졌다. 모든 칩을 걸고 마지막 패를 향해 치닫던 남자와 손의 뒤집기 한 판은 십 분 안에 결정이 되었다. 한 순간에 황금을 보거나 한 순간에 빈 털털이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리얼하게 그려졌다. 희비의 그림자가 얼굴에 내려앉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긴강감에 소름 돋는 총격전의 상황에서는 황금의 위대함은 목숨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 ‘거미가 어떻게 거미줄을 안치고 살 수 있겠어“라고 말하던 손의 말처럼, 도박은 죽거나 살거나 목숨 한 판 걸어볼 만한 것일까?
작가 표명희는 창작과 비평의 신인상을 거머쥐며 세상에 나왔다는 표지 글을 읽으며 그녀의 작품 세계가 궁금했다. 어린 시절 화투장을 펼쳐들고 놀이를 하던 때를 회상하는 장면을 작가의 말에 들먹인다. 그녀의 회상에 나의 비슷한 풍경의 유년시절이 오버랩 된다. 작품 속에서 긴장감을 갖게 하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또 끝없는 도박꾼들의 세계가 보여진다. 단지 그 상황만이 끝없이 펼쳐진다. 이 소설은 결국 게임을 떠날 수 없는 중독된 이들의 삶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을 뿐, 감정이 동요될 만한 짠함이나 공감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한 것이 아쉽다. 이 소설은 매년 봄에 싹이 돋아나 여름에 한 판 승부처럼 나무에서 푸르르다 가을에 황금색으로 떨어지는 나뭇잎을 황홀하게 바라보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