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BOOK 레드북 - 나를 찾아 떠나는 영혼의 여행
칼 구스타프 융 지음, 김세영 옮김 / 부글북스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햇살이 플라타너스 잎을 만나서 살랑거리며 즐겁게 뛰 논다. 마치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종일 설레고 종일 들뜬 기분이 드는 것처럼 이파리들이 살랑거린다. 요즘 나도 그렇다. 아직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장마가 몰려오기 전에 ‘칼 융’을 만나서 즐겁다. "칼 융 RED BOOk"과 함께하는 시간은 반복되어 지루한 6월의 무기력함에 최고의 긴장감을 주었다.

  기독교라는 종교가 바탕에 깔려 있어서 칼 융이 어떤 관점으로 기독교에 접근을 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그 시내의 깊은 곳에서 붉은 태양이 시커먼 물을 뚫고…… 천 마리의 뱀들이 모여서 태양을 가리고 있다. …… 내가 본 것은 무엇인가” 칼 융은 무엇을 본 것일까? 영혼과의 대화를 나누는 것 이라든지, 이사야, 요한, 살로메, 엘리야, 뱀의 등장과 사이사이의 그림들로 부터 환상에 사로잡히는 듯 한 기분이 든다. 생명의 존재에 관해 언급하는 부분도 재미를 준다. “사건 바깥쪽에서 보는 사람들은 언제나 이미 일어난 사건만을 보며……”라는 부분처럼 나의 내면을 보지 않으면 우리는 언제나 이미 일어난 사건만을 보게 될 것임에 공감한다. 이 책을 통해 기독교라는 종교가 칼 융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키게 했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가 종교를 긍정하든 부정하든 그것 또한 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핵폭탄 같은 움직임을 먼저 주시하도록 노력하고 싶다. 책에 삽입된 그림은 그의 이론적인 내용을 보완하면서 명징한 이미지에 대한 기억을 유도하는 기하학적인 형태를 보인다. 특히 뱀의 이미지는 동양에서 용 이미지를 부각했던 것과 유사한 정신적 착란을 일으킨다. 다른 동물에 비해 뱀이 갖는 이미지는 세계적으로 혹은 종교적으로 또는 인간의 정신 안에서 송곳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렇듯 "칼 융 RED BOOk"은 더위로 나른해지는 정신을 자극하는 호르몬이다. "칼 융 RED BOOk"에는 “그”와 “나”의 대화 에서도 영화관에 가면, 어떤 사람은 자기의 머리를 팔 밑에 넣고 다닌다.

  "칼 융 RED BOOk"은 단순함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쓸데없는 언어의 나열이 될 것이다. 그러나 거울을 통해서라도 나를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꽤 맛있는 책이다. 심리학과 철학의 혼합이니 독자에게는 사고의 깊이 있는 길로 안내하여 다음 내용에 대한 설렘을 가득 안겨준다. 흘러가는 자연의 이치를 따와서 심리 내부를 자극하는 내용 또한 강한 설득력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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