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더 우먼
에일렛 월드먼 지음, 신정훈.이정윤 옮김 / 프리뷰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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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무엇일까? 가족? 건강? 명예? 부? 나? 단정 지어서 가장 소중한 것을 말하라는 것은 무리이다. 순간순간 소중한 것들은 생겨나고 지켜할 것과 지켜내야 할 것들 투성이다. 나의 존재감으로 인해 내 주변의 것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소중하다. 이 책에는 그 소중함을 지켜내려고 애를 쓰는 한 여인이 있다. 생의 가장 멋진 사랑을 하고, 사랑하는 가족이 생기고, 가족들과 행복해지고 싶은 여인 에밀리아. 에밀리아는 태어난 지 이틀 만에 숨을 거둔 딸을 가슴에 묻고 윌리엄이라는 다섯 살짜리 꼬마의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가여운 여자다.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선남선녀가 아닌, 이혼남도 아닌 유부남과 아가씨가 사랑에 빠졌다면 많은 문제가 생긴다. 유부남이 그의 부인과 사이가 좋든 나쁘든 그 사이에 낀다는 것은 사랑보다 더 큰 회오리바람을 일으킨다. 주인공 에밀리아가 그랬다. 한 가정의 상처를 내고 상처 난 자리에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러면서 남편의 아이인 윌리엄과 많은 갈등을 겪는다. 이혼율이 증가한 우리의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아이는 새 엄마를 맞으며 얼마나 혼란스럽겠는가. 그 혼란스런 아이를 이해하고 서로 마음이 닿기 까지 에밀리아와 같은 상황의 엄마들 또한 얼마나 인내심이 필요하겠는가? “디 아더 우먼”은 재혼 가정의 심리적 갈등과 극복을 세밀하게 그려 낸 소설이다. 즉 윌리엄이라는 자신이 낳지 않은 아이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감동스럽게 그려진다. 그녀가 친정아버지에게 아픈 말을 쏘아 붙일 때는 읽는 이도 가슴이 아팠다. 그런 그녀에게 남편인 잭이 토해내던 말이 정말 슬프게 들렸다. “당신은 매일 참고만 사는 엄마 같은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아버지 같은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려고 지금껏 평생을 바쳐 살아온 거야. 그래서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면 당신도 똑같이 하면서 살아온 거라고.” 이 말은 아버지를 강하게 부정하는 에밀리아 이지만, 어떻게 보면 부정할 수 없는 그 아버지의 그 딸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결국 에밀리아가 극복해야 될 부분을 보여준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소설 밖의 독자들도 그러한 부분에서 삶의 딜레마에 빠져들 때가 있다. 물론 그러한 딜레마를 잘 이겨내고 극복해 내는 것이 삶을 따듯하고 행복하게 할 것이다.


  책의 인쇄 부분은 다소 꽉 채워진 글의 배열이 답답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적절하게 불필요한 빈 공간으로 없애버린 느낌을 준다. 이러한 글자의 배열은 읽을수록 사랑으로 가득 채워지는(에밀리아가 윌리엄과 시간을 보낼수록 서로를 받아들이게 되는) 책 같은 느낌도 든다. 가족이란 이렇게 꽉 찬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봐 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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