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겐 아무런 자격도 없어
알렉산더 맥시크 지음, 허진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누구나 아름다운 시절이 그립다. 그리고 아름다운 시절이라 하면 청소년 시절을 많이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때 마음을 설레게 했던 학교 선생님들과 이름만 불러도 깔깔대며 얼굴을 맞대는 친구들이 그리울 것이다. 그때는……. 그때는…….하면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꿈 많던 나의 가장 푸른 시절을 떠올렸다.

 

“네겐 아무런 자격도 없어”라는 소설은 사랑에 대한 견해를 나눌 때 너무 솔직하다. 예전의 내 청소년 시절에는 감추는 것에 익숙했고, 사랑이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얼굴은 홍당무가 됐었다. 그런데 이 책속의 내용에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랑과 관련된 언어들이 스스럼없이 적혀있다. 마리는 계절 내내 그를 생각하는 것, 매일 그를 생각하는 것에 대해 말한다. 기분이 들뜨기도 하고 기분이 가라앉기도 하고 외롭고 당황스런 기분에 대해서도 말한다. 그리고 그를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한 전쟁에 나가고 싶다고 했다. 그 사람을 위해 싸울 것이고, 그를 위해 싸우려 하지 않는 모든 이들과 싸울 것이라고 했다. 사랑은 복잡할 것 없다. 사랑은 맨 처음에는 절대로 복잡하지 않다. 라는 말로 마리는 사랑에 대한 정의를 한다. 청춘에게 사랑은 누군가 부쳤는데 도착하지 않는 우편물 같은 것을 기다리는 설레임이기도한 것 아닐까?라고 생각하던 우리 때와는 다르다. 관능적인 자신의 욕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감정에 충실하게 행동한다.

 

아이들에게 판에 박힌 교육보다는 조금 더 멋지고 열린 토론 수업을 하는 내용은 좋았다. 이러한 열린 교육은 열린 우주를 향해 철학하는 사고를 줄 것이다. 다만 결과물이 필요한 사회에 얼마나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인지는 미지수 인 것 같다. 또 “네겐 아무런 자격도 없어”를 읽고 나니 조금 놀라운 부분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학교가 배경이 된 부분도 적지 않은 것을 보니 성인들만 읽는 책은 아닌 것 같은데 표현들이 다소 파격적이다.

 

 

이 책을 읽은 소감을 총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책의 분위기는 한적한 산 속의 호수가 가끔 지루한 것처럼 잔잔하다. 호수에 매일 토끼가 왔다가고, 매일 새들이 목을 축이고, 매일 나무들이 목욕을 한 후 산등성이로 돌아가는 것처럼 왔다간 청춘을 들여다보게 한다. 반복되는 날들이 지루한 것처럼 “네겐 아무런 자격도 없어”도 약간은 지루한 오후의 하품과 같다. 그러나 산책을 하듯 책 속 글자 사이를 걷다 보면 마음에 드는 구절에 잠시 앉았다 갈 수 있다는 점과 머물다 사색에 잠기게 한다는 점이 책을 읽게 한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는 방법은 조용히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면면을 지켜보는 것 보다는, 책 속을 교실인 듯 들어가 수업에 참여해 보고 책속의 친구들과 어울려 놀아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사르트르의 ‘본질’에 관한 ‘존재하기 이전에 미리 만들어진 계획 같은 것은 없다’는 견해를 대할 때 즐거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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