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인의 반란자들 - 노벨문학상 작가들과의 대화
사비 아옌 지음, 정창 옮김, 킴 만레사 사진 / 스테이지팩토리(테이스트팩토리)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노벨문학상 작가들의 손이 인상에 남는다. 노벨문학상 주인공들을 취재한 킴 만레사의 렌즈에 잡힌 작가들의 얼굴 표정과 손은 생각할 여지도 없는 그대로 작가를 보여주는 듯 했다. “16인의 반란자들”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주제 사라마구, 오에 겐자부로, 토니 모리슨, 다리오 포, 오르한 파묵, 도리스 레싱, 월레 소잉카, 나딘 고디머, 가오싱젠,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귄터 글라스, 나기브 마푸즈, V. S. 네이폴, 임레 케르테스, 데릭월콧, 비슬라바 쉼보르스카”가 나온다.

주제 사라마구는 젊었을 때 삶의 지표가 되어준 시 한편을 들려준다. “위대한 사람이 되는 것은 / 잘난 체하거나 배척하지 않는 것임을 / 넌 알아야 해. / 알면 알수록 그건 아주 사소한 것임을 넌 알아야해. / 달은 세상의 모든 호수를 비춘다는 것을, / 그래서 높은 곳에 위치한다는 것을.” 작가가 좋아하는 마음의 시를 읊으니 세상이 더 밝아지는 느낌이다. 청중을 향해 앉은 작가의 모습도 그가 말하는 “약속은 하되 거기에 어떤 희망도 심지 않는다”는 말도 어느 조명보다 빛나게 들린다.

장애인의 아들을 둔 오에 겐자부로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인이다. 그가 일본인에 대해 언급한 말을 읽으며 정신적으로 독립적인 생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블레이크의 시에 나온다는 ‘자기 주변의 생각과 굳이 일치 시키지 않는 존재’를 젊은이들에게 메시지로 보내고 싶다 한다.

흑인 토니모리슨은 사랑과 관능을 작품 속에 표현한다고 한다. 그녀는 여러 가지의 사랑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한다고 한다. 작품 속의 인물을 통해 대부분의 사람은 절대로 완벽한 사랑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리오 포 부부의 삶은 환상이다. 아들까지 예술을 함께한다. 가족이 운영하는 극단도 있고, 노벨문학상 작가 부인은 이탈리아의 여배우이자 상원의원이란다. 어떤 작품은 부인이 쓰고, 아들이 살을 붙이고, 다리오 포가 마무리했다고 한다. 온 가족이 예술을 함께 나누는 모습이 세상의 어느 대자연보다 아름답다.

웃는다. 영혼이 맑게 웃는 모습을 오랜만에 본다. 키도 크고 미소도 크다는 오르한 파묵은 멋진 중년의 남자다. 그런 그가 백만 명의 아르헨티나인과 3만 명의 쿠르드족의 살해에 관한 객관적으로 증명된 사실을 폭로해서 터키인들의 눈엣가시가 되었다고 한다. 그에 관한 이야기들과 그럼에도 당당하게 살아가는 그를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한다.

2007년 노벨수상자 도리스 레싱의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갓난아기 같은 순수함을 볼 수 있다. 그녀의 이력이 감동적이다. 돈이 없는 어머니였기에 일을 할 수밖에 없었고, 전화교환원, 유모, 사무원을 거쳐 나중에는 신문기자가 되었다고 한다. 큰아들은 뇌경색으로 죽고 딸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살고, 아픈 작은아들은 아흔 살에 들어선 도리스 레싱이 돌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어수선한 그녀의 집필실이 나는 부럽다. 그녀의 벗겨낼 수 없는 색깔을 나도 가지고 싶다.

처음엔 막연히 16인의 삶과 노벨문학상을 탄 인물의 환경이 궁금해서 읽게 되었는데, 자꾸만 나를 반성하게 된다. 책 속에는 위의 작가 6명 외에도 10인의 작가가 더 있지만 그 감상을 나 혼자 은밀하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