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364일 블랙 로맨스 클럽
제시카 워먼 지음, 신혜연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영혼이 주인공인 책을 읽었다. 자신이 죽은 줄 모르고 쿵쿵 소리가 들려 자꾸 신경이 쓰이던 주인공은 그 소리의 근원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보트 밖으로 나온다. 거기에는 주인공 또래의 어떤 여자 아이가 물에 빠져 죽어 있다. 쿵쿵 소리는 그녀가 신고 있는 신발이 선체에 부딪치면서 내는 소리였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죽은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다. 나는 아직 죽지 않았지만 내 죽음을 내가 발견하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 죽음을 맞기 전의 모습은 참혹할 수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참혹하든 그렇지 않든 이 책에서의 죽음은 영혼과 신체가 분리되어 신체는 그저 쓰다 벗어버리는 옷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죽자마자 모든 영혼들은 기억을 잃어버리는 걸까? 자신을 바라보며 어쩔줄모르는 사이 한 소년이 다가온다. 그도 자신과 같은 영혼의 존재인 알렉스였다. 왠지 모를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까칠한 소년이지만 영혼인 리즈는 영혼인 알렉스와만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참 다행인 것이 영혼끼리는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영혼은 죽었을 때의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고 있는 듯 한 착각을 이 책은 준다는 것이다.

 

 

리즈는 알렉스가 얼마 전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것만 기억한다. 이 소설에서 특이한 것은 죽은 후 바로 영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과거를 따라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마치 텔레비전을 보듯 두 사람은 과거로 여행을 하기 시작한다. 리즈는 자신이 잘사는 부유한집 딸이었고, 인기 많은 특별한 아이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알렉스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아주 못사는 가난한 집 아이여서 아이들로부터 왕따에 가까웠음을 알게 된다. 그러한 과거를 보면서 리즈는 자신의 행동이 다른 어려운 친구들에게 많은 상처를 안겨 주었다는 느끼고 부끄러워한다. 과거로의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은 시공을 초월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영혼의 영역임을 볼 수 있다. 우리들은 타임머신을 꿈꾸고, 그밖에 어떤 상상력으로 과학을 발전시켜 도깨비 방망이 같은 것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뿐 아직 현실로는 실현된 어떤 것도 만날 수 없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다. 영혼의 무리들이 주인공처럼 나를 지켜볼 것이라는 이상한 두려움에 빠지지는 말자.

 

 

유일한게 만나는 영혼이 알렉스라서 리즈는 알렉스가 옆에 같이 있어줘서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차츰 자신의 과거를 오가며 자신이 사랑했던 리치가 자신의 동생인 조시와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게 된다. 또 리치가 리즈를 사랑하지만 오해를 갖고 있음도 알게 된다. 리즈는 자신의 과거 속에서 많은 것들을 보며 어떤 고민으로 자신이 달리기를 멈출수 없어 매일 뛰고 또 뛰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유일하게 영혼으로 대화를 나누고, 친구가 되어준 알렉스를 자신이 낸 교통사고로 죽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알렉스는 리즈가 그 사실을 알게 되자 리즈에게 작별을 고하고 영혼의 세계로 간다. 자 그 뒷부분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독자 여러분들이 읽어보기 바란다. 리즈는 그 후 어떻게 될까...첫 시작부터 죽음이라는 사건은 독자에게 충분한 흥미를 끈다. 다만 “49일”이라는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신 분들은 그 신선함을 덜 느낄것이라 생각이 든다. 주인공을 따라 그녀와 그의 과를 여행을 읽으면서 나도 따라 묘한 기분으로 그들의 과거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겨울이다. 많은 것들이 죽고 어둡고 차갑다. 그러나 곧 또 봄이 오고 새싹이 난다. 이 책은 겨울에 읽으니 좋다. 이 책은 주위를 따뜻하게 안으며 살아가는 것도 의미 있음을 느끼게 한다. 책을 다 읽으니 곧 봄이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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