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 건축 - 건설한국을 넘어서는 희망의 중간건축
김성홍 지음 / 현암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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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건축물의 외양적인 아름다움에 감탄하기도 했고, 어떤 도시만의 특징에 신비스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한 아름다움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이 책을 펼치는 순간 그것들의 속성이 보인다. 의미 있는 저자의 말을 옮기자면 “길이 없는 대지는 눈먼 땅 즉 맹지가 된다” 즉 모든 건축은 길과 상호 연관성을 갖는다는 뜻이다. 저자는 이 책 속에서 19개의 작은 이야기를 길과 속도와 상업건축으로 풀어 나간다.

저자가 80일간의 배낭 여행길에 만난 캄포 광장은 미로 같았다. 길은 광장으로 모이고, 광장에서 길이 뻗어 나간다는 캄포 광장은 독특한 모양이었다. 또 사진으로 실려 있는, ㄱ자로 꺾여 바다로 열려 있는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은 상업과 의 깊은 관련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다와 함께 상당한 운치를 안겨 주었다. 사진과 함께 유럽을 이야기하는 부분들은 길과 속도와 건축의 만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소개하고 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유럽의 예술운동 아루누보는 모든 사람들이 생생한 삶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고, 유리창 안으로 비치는 진열품들은 생동감 있어 보였다. 현재의 우리나라에서도 안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쇼윈도를 설치한 것을 볼 수 있다. 책 중간 정도를 넘기다 보니 1층을 비워내고 얻은 공공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홍콩 상하이 은행의 비워진 1층 모습과 뉴욕의 록펠러플라자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을 갖추었다. 길과 속도와 건축으로 만들어낸 아이디어는 시대를 거듭할수록 새롭게 발전하는 것 같다. 지금은 온라인 홍수 시대다. 이러한 가상의 시대가 만들어내는 길과 속도와 건축은 어떠할까? 인터넷은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모여든다. 그러나 광장으로 넓은 땅이 필요하지는 않다. 이 책을 통해 길과 속도와 건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기쁜 시간이었다.

이 책에는 건축물과 건축에 대해 정의 하고 있다. “건축물이란 토지에 정착하는 공작물 중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는 것과 부수되는 시설물을 말한다.” “거축이란 건축물과 공간 환경을 기획, 설계 시공 및 유지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즉 건축과 건축물은 외양적으로 식별이 되는 유형물이다. 유형물이 없이도 수많은 군중이 모여드는 온라인 시대에, 저자와 같은 건축가들은 어떤 길과 속도와 건축을 융합하여 설계할까? 또 어떤 도시를 만들어낼 지 궁금하다. 곧 지금과는 다른, 상상할 수 없는 건축의 세계가 열릴 것 같은 예감을 하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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