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정의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0
글로리아 웰런 지음, 범경화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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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정의”를 읽다 보니 우리나라 군사정권시절과 흡사한 상황을 읽을 수 있다. 어디론가 끌려가서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실종자들. 가족들의 분노. 끌려가서 살아돌아왔으나 온갖 고문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의 비참함. 어느 나라든지 한 단계에서 다른 단계로 넘어가는 정치적인 상황에는 평화만 공존하지는 않는다. 극한 상황에서의 정치는 곧 피를 불렀으며, 무고한 생명을 자신들의 목적이나 이념과 다른다는 명목으로 희생시켰다. 이 책 또한 그러한 상황을 남매가 편지 형식으로 쓴 소설이다.

테러와 집회가 매일 열리는 상황에서 33쪽 “경찰은 가장 약한 고리를 알아보고 덮치는 매와 같은 자들이니까.”라는 말에 인터넷에 오르내는 물대포 관련 논의들이 떠오른다. 경찰을 나쁘다고 하는 말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을 지키기위해 경찰이 있는 것인데, 권력의 지시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때에 따라 연출되기 때문에 위의 글귀는 눈길을 머물게 한다.

에두아르도가 감옥에 있으면서 여동생 실비아와 함께 했던 행복한 시절을 떠올린다. 수영장 갔던 이야기며 삼촌의 목장에서 가우초가 되고 싶었던 이야기들 속에는 많은 의미들이 내포 되어 있다. 또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감옥살이를 견디게 해 준다. 사람은 가족의 따듯한 정이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 주는 아주 좋은 사탕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읽다보니 내가 잘 못 읽은 건지, 아니면 오타인 것인지 눈에 뛰어 다시 읽어 본다. 바로 자기 땅의 새들을 잡아다 좁은 새장에 가두어 놓고 이 새들은 모두 내거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76쪽 밑에서 7째줄에 “솔아?” 마음대로 감옥에 국민을 가두는 아버지나 날아다니는 새들이 자기땅에 있다고 새장에 가두고 즐기는 아들이나 참 많이 닮았다.

“그녀의 정의”는 1970년대 초반 테러와 혁명으로 어수선했던, 아르헨티나의 정권을 바탕으로 한 실화다. 실화를 두 남매의 편지형식으로 고발하고 있다. 이유 없이 잡아다가 감옥에 가두어 놓고 갖가지 고문을 한다던가, 더 이상 감옥의 빈자리가 없게 되자 사형을 시켜 바다에 수장시키는 등, 편지 속의 인권침해는 가혹했다. 자신의 야욕을 펼치기 위해 국민은 그저 쓰고 싶을 때는 쓰고, 버리고 싶을 때는 가차 없이 버리는 소유물에 그쳤다. 소설을 읽으며 값진 평화를 얻기 까지 희생되어야 하는 무고한 인권에 마음이 아팠다. “그녀의 정의”는 다시 한 번 국가는 어떠해야 하는가, 또 국민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과 생각을 하게 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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