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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도시
패트리스 채플린 지음, 이재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책을 접하는 순간 BC9500년경에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는 아틀란티스가 떠올랐다. 풀리지 않은 비밀을 간직한 도시 아틀란티스처럼 비밀스런 문을 가진 “비밀의 도시” 책 표지는 흡입력이 강했다. 이 소설은 무엇인가 파헤쳐 볼 재미가 숨어 있을 것 같았다. “비밀의 도시”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환한 저쪽으로 두 사람이 걸어 들어가는 표지와 같은 이런 도시가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우리들의 호기심은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신비감과 고개를 갸웃거리는 의문을 갖게 하는 표지만큼이나 이 소설의 내용은 궁금증을 자극했다.
집시가 되고 싶었던 패트리스는 친구 베릴과 함께 스페인으로 간다. 여기 저기 떠돌아다니던 중 지로나에 머물게 되는데 이곳에서 조세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 유대인이 몸을 정갈히 하던 목욕탕인 미크베와 소원을 비는 우물 등이 등장하는 부분까지 읽었을 때 이 소설의 색다른 재미를 엿보게 되었다. 중세 때 유대인이 살았다는 도시 지로나는 서구 다양한 문화의 흔적을 품고 있었음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 속에 등장하는 익숙한 이름들 인 장 콕토, 살바도르 달리, 움베르토 에코 등은 소설의 재미를 한층 더 해 주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패트리스는 사랑하는 조세가 발설하기 꺼려하는 무언가를 차츰차츰 알아가고 있었다. 그 베일이 벗겨져갈 수록 충격적인 사건들이 일어났지만, 밋밋한 결말은 지루했던 처음 부분을 연상케 했다.
이 소설은 실존 인물과 실존 장소인 스페인 지로나를 배경으로 차분하게 전개하고 있다. 처음 부분은 차분하다 못해 지루한 감도 있었다. 제목과 견주어 보면 비밀에 붙이는 숫자로 각 장을 마무리한 것이 외견상으로는 그럴듯 했으나, 각 장을 넘어 갈 때마다 소 제목 보다는 숫자로 표시해서 그 지루함을 더 했다. 그러나 차츰 전개가 긴장감을 주는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재미를 주었다.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스페인의 도시 지로나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서 로마제국, 유대문화, 이슬람, 중세 기독교 문화를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배경을 찾아 스페인의 지로나를 한 번쯤 여행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