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의 제국
김재석 지음 / 문학수첩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을 듣고 자랐다. 이야기 듣는 재미로 더운 여름밤이 빨리 지나갔다. 그러고 나서는 전래 동화를 접했다. 전래 동화 속에는 우리 조상들의 재치와 유머가 가득해서 이 나라에 태어난 걸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그러나 옛 이야기를 더 이상 지어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시대가 변했고, 듣는 사람의 생각도 변했고, 시대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이 변했다. 요즘에는 판타지가 대세다. 그래서 “헤리 포터 시리즈”나 “반지의 제왕”, “캐리비안의 해적” 등이 흥미를 끈다. 우리나라도 독자의 새로운 변화에 맞추어 전통과 어우러진 판타지 “풀잎의 제국”이 출간 되어 호기심이 발동한다. 우리나라의 전래동화를 이을 한국적 판타지라서 더 관심 있게 보았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 호야가 조상과 만나면서 병과 싸워나간다는 내용이다. ‘호야’라는 이름에서 자주 옛이야기에 등장하던 호랑이가 연상된다. 평범한 이야기를 평범하지 않은 판타지 요소로 이끌어내는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설정이다. 그리고 호야가 적극적으로 병을 이겨 내려는 의지가 읽는 이를 감동으로 이끈다. 등장인물 중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데, 옛이야기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꾼 형식인데, 이 책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직접 조연으로 등장하여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타임머신을 타고 다니는 것처럼 과거와 현재를 드나드는 모습은 외국의 판타지와 비슷했다. 또 지혜를 발휘해 힘든 과정을 극복해 나가는 우리 조상의 정적인 모습 보다는 동적으로 전투를 하는 장면도 외국의 판타지와 비슷해 보였다. 그러나 몸속의 병균인 악귀를 물리치는 장면은 우리나라의 옛 정서인 권선징악을 그대로 승계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등장하여 우리 조상만의 뿌리가 있음을 느끼게 하여 마음을 안정되게 하였다. 또 “풀잎의 제국”의 내용 ‘놋화로, 삼족오, 청동거울, 거북선’라는 단어들이 한국의 맛을 더 해 주어 현대와 과거의 조합이 인상적이다. 그 외에도 270쪽의 뱀이 젊은 여인으로 변하는 장면은 오래전에 읽었던 “선비와 구렁이”이야기를 떠올리게도 했다. 여태 이국적인 판타지를 여러 번 접했으나, 이러한 한국적인 맛을 지닌 판타지는 처음이다. 이 책을 읽으며, 변해 가는 아이들이 우리의 전통 문화를 더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되면 판타지 종류이지만 그에 못지않은 한국적인 정서의 판타지는 성인보다는 아이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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