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박범신 지음 / 문예중앙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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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건조한 소설을 읽었다.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라는 소설이 그랬다. 소설을 읽을 때 독자의 시선은 소설을 쓰는 작가의 시점을 따라가게 되어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나를 집중적으로 따라다니며 읽게 되었는데, 주인공은 감정의 동요가 없는 딱딱한 돌멩이 같았다. 주인공은 피해자로만 살았던 억눌린 삶이었을 때는 울분도 있었고 사랑도 있었고 희망이 있었다. 그는 막다른 벼랑에서 살고자 죽을힘을 다해 몸부림을 쳤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상대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게 된다. 살기를 가진 가해자로 바뀌게 되고 살려고 했던 것이 결국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는 것을 소설에서는 환타지적 요소로 본다. 손에서 말굽이 기생하고 그 기생하는 말굽이 몸의 주체인 나를 점령해 가는 설정이 그랬다. 유기체인 주인공이 무기체인 말굽의 점령을 당하면서 어떠한 이유로든 살아있는 생명의 가치를 종결시키는 장면은 섬뜩했다. 태어나는 생명은 물론 죽음까지 가기 위해 왕국을 세우고 도시를 다스리며 살아있는 수많은 몸들과 만나면서 생을 즐기다가 한 잎의 나뭇잎처럼 진다. 그것이 인간이고 그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건강한 사람이든, 병든 사람이든 그리고 병들어서 버려졌든. 그러나 책속의 주인공은 마치 병든 사람을 쓰레기 취급하며 삶을 종결시킨다. 어쩌면 모든 인간 내면에 미약하게 도사리고 있는 일면을 주인공은 실행에 옮겼을 뿐인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그런 그가 가장 인간적인 유기물로 돌아갈 때는 과거를 회상할 때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는 장면에서는 사람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이었는지 느끼게 한다.


정상적인 사람들과 비정상적인 사람들 모두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 정신질환에 대한 구분은 상식적인 기준을 벗어나는지에 따른다. 이 책속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모두 상식적인 기준을 벗어난 정신질환자들처럼 보였다. 샹그릴라 안의 세계는 음흉하고 썩은 냄새들로 가득했다. 인간의 두뇌는 사고의 시작이어서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선과 악과, 지배와 피지배자로 나누어지고 힘을 가진다. 샹그릴라에 사는 주인과 세입자들은 그 표본 같았다. 그러한 설정 때문에 주인공에 의해 처단된 사람들에게 독자인 나는 아무런 동정표도 던져 줄 수 없었다. 마치 주인공의 행위는 정당한 것처럼 읽어 나가게 했다.


나와 말굽의 대화부분에 이르러 셰익스피어의 연극이 떠올랐다. 불운하고, 어둡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복수를 꿈꾸는 이미지는 인간의 의식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보여주었다. 또 악인이었지만 이사장의 설법은 철학적인 문구여서 읽는 이로 하여금 긍정적으로 설득 당하게 한다. 책을 덮으며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는 문학작품으로 훌륭한 평가를 받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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