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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연습 - 서동욱의 현대철학 에세이
서동욱 지음 / 반비 / 2011년 4월
평점 :
슈퍼에 가면 시식과 함께 제품을 홍보한다. 물론 나도 먹어 본다. 맛있다. 그러나 맛있다고 전부 사는 것은 아니다. 밥상에 오를 예정인 메뉴만 구입을 한다. 이것처럼 “철학 연습” 속의 철학자들은 맛깔나게 자신의 철학 소비를 유혹한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구미가 당기는 이론에 밑줄을 긋는다. 이 책은 저자 서동욱이 철학자들의 가장 맛깔 나는 부분에 대해 독자에게 들려준다. 책 안의 짤막한 이론으로 많은 철학자들의 철학을 깊게 알 수는 없다. 단지 이 책을 통해 조금씩 맛보는 재미는 좋았다.
‘1. 현대적 사유를 위한 준비’를 읽을 때는 쇠얀 키르케고르의 「기러기」우화가 재밌었다. “거위는 절대 기러기가 될 수 없으나 기러기는 곧잘 거위가 돼버린다. 경계하라!” 기러기는 거위를 날게 하려고 애썼으나, 공상적 바보라는 비난을 받고 결국은 자신마저도 거위처럼 날지 못하는 거위가 되어 버린다는 뜻이라 한다. 이 말과는 같다고 할 수는 없으나, 아이에게 칭찬 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갑자기 떠오른다. 칭찬과 비난이 주는 효과를 아이를 키워 본 부모는 알 것이다.
또 키르케고르의 반복에 관한 이론도 그럴듯하게 받아들여진다. 즉, 키르케고르는 연인 레기네 올 센과의 사랑과 파혼의 고통 뒤에 원래의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 왔다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다시 나 자신입니다. 이제 나는 반복을 획득하였습니다.” 저자에 의하면 이 때 ‘반복’은 충만한 실존을 결과물로 갖는다. 충만한 실존이란 충만한 실존을 원하는 자가 행하는 실존적 선택에 달려 있다고 한다. 사실 삶에서 선택이란 말처럼 쉽지가 않다. 저자의 말에 귀 기울이다 보니 선택을 어렵지 않게 하려면 나 자신에게 충만한 것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선택 하면 좋을 것 같다.
데카르트와 사프트르의 ‘시각’에 대해 저자가 서술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이것을 저자는 “세계 안에 있기 보다는 세계 바깥에서 사물들의 위치를 결정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메를로퐁티의 ‘시각’은 “시각이 시각으로 작동하기 전에, 즉 보기 전에, 이 시각을 결정하는 몸, 바로 ‘눈’이 먼저 ‘세계 안에’ 있다. 눈은 보기 이전에 먼저 세계 안의 사물이다.”라며 철학자의 시각에 대해 들려준다. 그냥 지나쳐버리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들로부터 철학을 찾아내는 이들의 진리가 책을 읽어 갈수록 재밌다.
철학자들의 이론에서 오늘날에 가장 부합되는 부분을 발췌하여 우리에게 들려주어 즐겁게 읽었다. 맛 만보고 끝내 버리면 허전 할 뻔했는데, 저자의 철학에세이 한 편이 끝나는 지점에는 그가 발췌한 철학서의 참고 문헌이 나온다. 물론 번역서이기에 그 뜻이 원서하고 다르게 번역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원서 읽을 능력은 안 되니 번역서로도 감사하다. 가끔은 도서관으로 달려가 더 자세한 그들(철학자)의 세계로 들어가 진짜 철학의 맛을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