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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에 대한 명상 - 살아있음을 느끼는 35가지 힐링아트
박다위.강영희 지음 / 아니무스 / 2011년 4월
평점 :
우리나라 말에는 죽겠다는 단어가 어디에나 들어 있다. 슬퍼 죽겠다. 맛있어 죽겠다. 우스워 죽겠다. 한심해 죽겠다. 열나 죽겠다. 화가나 죽겠다. 달아 죽겠다. 써 죽겠다. 눈물나 죽겠다. 배고파 죽겠다. 배불러 죽겠다… 등등. 죽겠다는 말이 정말 한도 끝도 없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은 우리는 아직 잘 살고 있다. 그런데, 죽겠다고 말하는 누군가는 아예 죽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책으로 출간을 했다. 결국 죽고 싶지 않은 이유가 참 많은 책을 보게 된 셈이다. 35가지의 자살 방법을 그림으로 그렸는데, 매번 그림만 그렸을 뿐 자살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방법으로는 죽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35가지의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꼭 살아 보겠다는 의지가 강한 책으로 보인다.
12쪽의 첫 번째 그림부터 색상들이 상당히 유혹적이다. 원색이라서 느낌이 강하고 자꾸 보니 내가 우울해진다. 그림은 몸속에 흐르는 진한 피의 본능을 느끼게 한다. 78쪽의 그림은 유머러스하다. 태양이 자신을 까맣게 태워서 잠들게 할 거라는 발상이 죽는 것에도 상상력이 동원된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상상력을 총동원하려면 상상력의 몰입에 빠져 있어서 정말 죽을 수도 없겠다. 118쪽의 그림을 보고는 많이 웃었다. 우주를 날 수 있다면 죽어도 좋다니…. 그때까지 기다리려면 진짜로 늙어서 죽어야 할 때에도 우주를 날지 못해서 200살 300살 을 지겹게도 살아야 한다는 것 아닌가? 122쪽의 이빨 사이에 끼어 죽는 것은 더 웃기다. 이빨사이에 끼일 만큼 작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태어나면 몸은 점점 커지는데, 언제 작아져서 이빨 사이에 끼어 죽나? 이러다 내가 우스워 죽을지도 모른다. 죽을 때까지 그림부터 분위기는 암울하여, 이를테면 죽음을 피하지 말고 마주보고 기꺼이 싸우기를 바라는 것 같다. 죽음을 피하지 말고 당당히 부딪치면 어느 순간 삶이라는 답변에 이르게 되리라는 조언을 준다. 94쪽의 그림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동맥을 자르고 칵테일 잔에 피를 받는 그림인데, 에효…그림을 그린 박다위의 마음속이 심히 어두워 보인다. 그러나 어쩌랴. 밑바닥까지 모두 어두워야 빛이 빛으로 보일테니 죽어라 어두울 수 밖에.
누구나 죽음을 생각한다. 35번이 아니라 하루에도 백번쯤은 그렇게 생각하는 이도 있다. 그러다가 ‘이건 정말 아니야’라고 다시 삶의 희망으로 돌아선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책이다. 죽음을 생각하다, 삶의 희망으로 돌아와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가득 들어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