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서울에는 궁이 있어서 주말이면 쉽게 지하철을 타고 찾아간다. 궁에 가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궁을 둘러보면 그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지만, 역사에 대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어서 좋다. 물론 아이들과 여행을 갈 때에도 주로 문화유산이 있는 지역으로 간다. 그러나 가끔 문화재에 얽힌 역사에 대해 좀 더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마침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그 갈증을 해소 할 수 있어 좋았다. 이번에 읽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제6권이다.

중국의 궁에 비하면 사실 우리나라의 궁은 작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을 통해 그것이 황궁과 왕궁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당시의 동아시아의 국제적 관례가 대문에서 정전에 이르려면 황궁은 5개, 왕궁은 3개의 문을 거치게 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을 어기면 국제질서를 어기는 것이 되므로 우리나라의 궁은 3개의 문을 가진 왕궁을 지었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나라의 힘이 국제질서에 적용됨을 받아들여야 하는 대목이다. 작지만 큰 나라가 되어 대한민국이 힘을 가진 우수한 나라가 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경복궁의 자리 역시 동양의 풍수지리를 따라 좋은 터에 지어졌다는 것과 함께, 그 당시의 건축가가 노비 출신이었다는 글을 읽을 때는 감동적이다. 아직도 세상은 어느 대학이니 어느 집안이니 하는 것들로 잣대를 들이댄다. 그래서 대한민국 부모들은 학벌을 따기 위해 죽어라 자식을 공부 시킨다. 학벌을 따기 위한 공부가 아닌 대한민국의 심장을 뛰게 할 꿈과 사명감이 있는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한옥을 짓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건축이라는 공예품을 만드는 것과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조상이 살던 그 시절에야 그냥 사는 집이었겠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한옥을 둘러보니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그 시절의 모습은 사라지고 콘크리트 속에 아파트가 들어선 도심지에 살다 보니, 한국의 미를 가장 많이 살리고 있는 궁의 지붕이며 주춧돌이며, 절과 석탑과 릉 등에서 민족의 얼을 가장 빠르고 함축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저자의 문화재 답삿길을 따라 읽다 보니 참 많은 짜릿함과 생각에 젖는다. 거창 수승대에 올라 한 번도 본적 없는 퇴계의 시를 접할 수 있고, 쌍사자석등이나 돌사자 조각에서 석공의 정교한 세월의 기록을 볼 수 있다. 아니, 거기에 저자가 풀어내는 당시의 예술 이야기며, 역사 이야기는 우리 문화재와 나를 더 가까이 끌어안게 해 준다. 우리나라 청동기시대 취락 지였다는 송국리 유적의 사진이 눈에 띈다. 사진으로 보니 그곳의 지형은 많은 사람이 모여 살 수 있는 비옥한 곳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곳에서 다양한 유물도 발굴 되었다고 한다. 청동기의 대표 유적지로 송국리 유적지가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모양을 갖추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우리의 문화재를 사랑하고 관심 있어 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어 기쁘다. 전통 목조건축 복원에는 춘양목을 사용하는데, 많은 나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울진 소광리 통고산 휴양림에 있는 150만평의 금강송을 150년 뒤에 후손이 문화재 복원에 사용할 수 있도록 협약을 맺었다는 부분이 그랬다. 또 속속들이 음미해 볼 만한 문화재에 얽힌 이야기도 좋았지만, 책 속에 솔직한 저자의 마음이 담겨 있었던 점도 좋았다. 문화재는 문화재청장만 아끼고 사랑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국민이 모두 아끼고 사랑하고 보존해야 한다.